탈북민 김성남 박사, 하나센터 중 첫 탈북민 기관장 취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성남 박사(왼쪽). ⓒ북한인권정보센터

▲김성남 박사(왼쪽). ⓒ북한인권정보센터

(사)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탈북민 사회정착 지원 전문기관인 경기서부하나센터 신임 센터장에 2001년 탈북한 김성남 박사(46, 사회복지학 전공)가 취임했다.

김성남 박사는 1975년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출생해 2001년 탈북했고 2003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이후 개신교계 사립대학 KC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또 ‘탈북민의 영국 이주 생활 경험’, ‘재입국 북한이주민의 재정착 경험 -탈북, 탈남에서 재입국까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들의 자녀양육과 교육의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등을 연구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전국 25개 하나센터 중 탈북민이 센터장으로 임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에게 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남 신임 경기서부하나센터장은 17일 위탁 운영 기관인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탈북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있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 보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북민 가정이 너무나 많다”면서 “탈북민에게 긴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즉시 달려가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북송 고비 넘겨 사회복지학 박사… 같은 탈북민 위한 ‘인생 2막’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 출생인 김 센터장은 2001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2003년 한국에 정착했다. 탈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중국 연길에서 조선족의 신고로 체포돼 50여 일간 구류된 적도 있었다는 그는 지금의 삶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여길 만큼 여러 차례 강제북송의 고비를 넘기며 한국에 도착했다.

김 센터장은 사회 정착 초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돈을 버는 데만 몰두했다면서 “사는 게 너무 바빠 주변을 돌볼 여력이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같은 탈북민의 정착을 돕기로 결심한 것은 ‘탈북민들 중 상당수가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언론 기사를 접하면서부터다.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던 그에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탈남’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탈북민들의 사례는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탈북민들이 한국 땅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던 그는 2008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해 11년 만인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한 탈북민들의 삶을 다룬 그의 박사논문 ‘탈북민의 영국 이주 생활 경험(2019)’은 탈북민의 시각으로 탈북민들의 ‘탈남’ 이후를 들여다 본 최초의 시도로 평가된다.

탈북민 사회 적응 위해 밤낮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센터장 될 것”

김 센터장은 박사학위 취득 후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혹은 탈북 후 제3국에서 경험한 인권 피해 사례를 연구하는 데 주력해오다가, 2021년 1월 현장에서 탈북민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사명을 안고 경기서부하나센터 사무국장으로 부임했다.

담당 지역인 경기도 부천·광명·시흥·안양·과천을 밤낮없이 돌아다니며 탈북민들의 정착을 도왔던 그는 사무국장 부임 8개월 만에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하나센터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한국 사회 정착 초기 김 센터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한 탈북민(45, 경기도 거주)은 “김성남 박사는 항상 밝고 활달한 데다 약속한 것을 꼭 지켜서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언행일치’를 몸소 보여줬던 만큼 하나센터장으로서 충분히 맡은 바를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임식을 앞두고 한국 사회 정착 초기부터 지금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렸다는 김 센터장은 “2003년 ‘북한에서 온 김성남’에 불과했던 내가 2021년 ‘첫 탈북민 하나센터장’이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탈북민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해 유관기관이나 전문가들은 물론, 탈북민 단체장들과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면서 “나와 같은 탈북민들이 사회 각계에서 꿈을 펼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나센터는 통일부가 2009년 설립한 탈북민 지역 적응 기관으로 하나센터 소속 사회복지사들과 전문 상담사들은 지역 내 탈북민들에 대한 초기 집중교육과 사례관리, 취업,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20년 7월 전국 25개 하나센터 중 경기서부하나센터 위탁 운영 기관으로 선정돼 탈북민의 적응교육과 심리 및 진로상담, 생활과 취업에 필요한 정보 제공 활동에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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