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남성, 소수인종 중 찬성 다수
텍사스주의 생명보호법이 발효된 지 1주일 만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법안에 대한 미국인들의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안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전면금지한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라스무센 리포트가 발표한 이 여론조사에서 이 법에 대해 미국인의 46%가 찬성, 43%가 반대, 11%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에 따른 의견차는 극명했다. 미국 공화당원은 70%, 민주당원은 23%, 무소속 유권자는 44%가 이 법안을 지지했다.
찬성한 이들 중에는 남성(51%), 흑인 유권자를 제외한 소수인종(54%), 40~64세가 많았다. 반면 여성(41%), 흑인 유권자(36%), 백인 유권자(45%),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유권자 및 대학원 졸업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 5월 공화당의 그렉 에보트(Greg Abbott) 텍사스주지사가 서명한 ‘상원 법안 9호(생명보호법)’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부터 낙태를 금지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불법 낙태를 하는 개인과 그 조력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텍사스주 낙태시술업체들은 이 법안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해 이달부터 법이 시행됐다. 추후 소송은 하급 법원에서 계속된다.
라스무센 리포트는 응답자들에게 “주정부나 연방정부 중 누가 낙태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미국인의 46%는 주정부가, 34%는 연방정부가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0%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공화당원 가운데 주정부 차원의 낙태법 결정을 지지한 비율은 64%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원은 31%, 무소속 유권자는 44% 정도였다.
다수의 유권자가 이 법을 지지했지만, 46%는 텍사스의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받을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한 조 바이든의 선언을 지지했다. 민주당원은 가장 높은 74%, 공화당원은 19%, 무소속 유권자는 44%가 그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여론조사는 9월 5일부터 6일까지 미국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3.0%p다.
낙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견해는 변화돼 왔다.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9%는 “낙태가 모든 또는 대부분의 경우에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39%는 “모든 또는 대부분의 경우에 태아 살해는 불법”이라고 답했다.
퓨 리서치가 1995년에서 2021년까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낙태에 대한 지지율은 2019년에 61%로 가장 높았지만, 이후로는 점차 감소했다. 2009년에는 낙태 반대가 44%로 가장 높았고, 찬성은 47%로 가장 낮았다.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최근 몇 년간 생명보호운동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1995년에 미국인의 과반수(56%)는 낙태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2017까지 그 수는 감소했다.
2019년에는 갤럽이 미국인들에게 “친생명 또는 친낙태” 입장을 묻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친생명 지지자(49%)의 비율이 친낙태 지지자(48%)를 넘어섰다. 이 비율은 2021년까지 꾸준히 이어져 미국인의 49%가 생명을 옹호하는 편에 섰다.
낙태는 1973년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합법화됐다. 이에 따라 주에서는 “생존 가능성이 있기 전의 낙태 시술”에 대해서는 금지할 방법이 없었다.
대법원은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법인 텍사스 생명보호법의 합헌성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결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이후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친생명운동가들은 대법원의 미시시피 낙태금지법 판결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약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