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자문위 항소 포기 권고 그대로 받아들여
육군, 1심 판결 그대로 수용 시 내부 혼란 등 감안 항소 요청
소송자문위, 사실관계와 법리, 헌법 정신 등 고려 철회 결정
법무부 “성전환자 군복무 인정 취지 아냐, 전역 처분만 위법”
군 당국이 성전환 수술을 받은 故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으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육군에 항소를 포기할 것을 지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변희수 전 하사 전역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라는 행정소송상소자문위원회(이하 소송자문위)의 권고를 존중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지난 7일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전역 심사 당시 변 전 하사가 여성이었던 만큼, 남성을 기준으로 장애가 있다고 판단한 군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상급 법원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항소 지휘 요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육군이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하면 법무부가 항소 제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행정부처가 제기하는 모든 소송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에 육군은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했다. 그러나 소송자문위는 육군본부 소송 담당자, 법무부 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법원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법리,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관한 헌법 정신, 국민의 법감정 등을 종합 고려해 법무부에 항소 포기를 권고했다.
소송자문위는 총 7명으로, 법무부 인권국장(내부위원)과 법학자·변호사 등 외부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외부위원이 맡고 있다.
법무부는 “이 사건 판결은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사건 처분 당시 여성이였던 망인(변 전 하사)에 대해 음경 상실, 고환 결손 등을 이유로 한 전역 처분이 관련 법령에 비춰볼 때 위법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전환자의 군복무 인정 여부는 추후 관련 규정의 개정 검토,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적 공감대 등으로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남군과 여군이 분리돼 있는 군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지적대로 성전환 수술 후 변 전 하사가 여군으로 근무했다면, 함께 근무하고 생활해야 하는 여군 부사관들과 그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의 인권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법무부는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상 인정한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육군도 관련 법·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군 내부에 불어닥칠 혼란 등을 감안해 항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변 전 하사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 연구를 통해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국민들도 “무릎 인대가 파열돼 인대복원술을 해도 의가사 제대를 시키는데, 있던 걸 자르고 돌아온 사람에게 무슨 복직인가?”, “남자로서 군을 지원해서 입대한 건데, 성전환 수술을 해서 여자가 되었으면 여자로서 군을 다시 지원하는 것이 맞다”, “국민들은 항소를 원하는데 법무부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행사를 하는가” 등 이번 법무부 결정에 비판 일색이다.
육군의 항소 결정 기사에도 지지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이번만큼은 군대 측을 지지한다. 군대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상식적인 판결이 나와야 한다”, “정당한 절차를 감정적 판단에 휩싸여 욕하고 방해하면 정의는 무너진다. 항소 잘했다!”, “보편상식적인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국가의 징병에 응해야 하는 아들들과 딸들을 위해 바른 판결을 받게 해 주세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