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열풍, 한인교회 목사가 미국에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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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인문학 칼럼] <오징어 게임>과 자성

자기 중심성 강한 이기적 집단으로 기독교 인식해
완곡히 비판하던 <친절한 금자씨>와 <밀양> 넘어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평가 세상에 맡길 필요 없지만
세상이 기독교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심 기울여야
반성과 각성과 자성 통해 새로운 기회 주시는 은혜
왜곡된 기독교 신앙 올바로 전달할 기회 얼마든지

▲목숨을 건 잔혹한 데스 게임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lt;오징어 게임&gt;.

▲목숨을 건 잔혹한 데스 게임을 소재로 삼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난 9월 17일 미국의 주문형 플랫폼 컨텐츠 서비스 및 제작사인 넷플렉스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10월 초 <오징어 게임>은 넷플렉스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83개국 중 76개국에서 1위를 차지, 흥행을 넘어 전 세계에 오징어 게임 광풍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이용자와 서비스 가입자의 급증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던 넷플렉스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서비스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자, 넷플렉스의 주가는 그야말로 초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8일(미국 현지시간) 나스닥에서 넷플렉스는 636.66달러(약 76만 1,445원)로 거래를 마쳤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날인 지난 9월 16일보다 약 204억 3,000만 달러(약 24조 4,343억원)가 늘어, 주가가 7.87%나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필자가 목회하는 미국 현지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열풍을 넘어 광풍을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딸(11학년/10학년)도 이미 <오징어 게임>을 봤을 뿐 아니라, 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도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의 룰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NFL 경기(미식축구)와 흡사해, 빠른 속도로 흥행을 이어간 결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강남스타일’의 싸이, 원더걸스, 소녀시대, 블랙핑크, BTS,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오징어 게임>의 등장은 한국 문화 컨텐츠의 우수성과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것인가를 입증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lsquo;설탕 뽑기&rsquo; 게임을 하는 모습.

▲‘설탕 뽑기’ 게임을 하는 모습.

이미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뽑기(달고나)는 ‘코리아 호키포키’라는 이름으로 아마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고, 가격도 이미 10배 이상 올랐을 뿐 아니라 세트 판매량이 270%를 넘어서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OO라면, 치킨, 소주, 비즈니스 카드(명함), 츄리닝(트레이닝복) 등은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거나, 이미 상품으로 출시된 제품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한국의 골목과 학교 운동장이라면 쉽게 볼수 있는 놀이로, 흔히 ‘오징어 가생’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오징어 가생’이라는 이름은 아마 일본어 ‘갓셍’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추축된다. 일본어로 ‘갓셍’이란 ‘상대편과 합을 이루어 싸우는 전쟁’이란 뜻을 지닌 단어다.

‘오징어 가생’은 공격하는 편이나 수비를 하는 편에서 민첩함과 투쟁력, 협동심과 승리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격렬한 게임이다. ‘오징어 가생’을 하다 코피가 나고 옷이 찢기는 일이 흔했던 이유다.

‘오징어 가생’뿐 아니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다방구(구슬치기) 뽑기(필자가 살던 충남 보령은 띠기라 불림)’는 어린 시절 흔히 볼 수 있었던 놀이였다.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오래된 추억의 게임들을 소재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뉴스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 올려 주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또 하나의 사건이다.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신앙인의 시각으로 <오징어 게임>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으로 설정된 참가자, 244번.

▲기독교인으로 설정된 참가자, 244번.

<오징어 게임>에는 기독교인과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듯한 인물이 등장을 한다.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은 보편 사회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실패한 인물들이다.

더 이상 소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한다. 소위 막장 인생들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해, 거액의 상금을 놓고 살인 게임을 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인물들에 대한 기본 설정 자체가 사회 구성원으로써는 부적절해 보이는 캐릭터들이다. 그중에 목회자와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PK(pastor Kid)는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한다.

극중 등장하는 기독교인은 시시때때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기독교 신앙을 왜곡하기 위해 설정된 인물처럼 보인다.

아무 때나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모습, 다른 사람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면서도 하나님의 선택과 은혜임을 고집하는 모습 등에서는 신앙인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

기도하는 모습과 내용,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기독교에 대해서 더욱더 혐오하게 되었다는 댓글들이 많았던 이유다.

물론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내용만으로 기독교 신앙 전체가 왜곡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목회자의 시각에서 과도하게 불편해 보이던 목회자의 캐릭터를 세상 사람들은 불편함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 목회자와 기독교 신앙의 모습을 자기 중심성이 강한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미 이런 경고는 <밀양>이라는 영화에서도 있었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반(反)기독교적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위선과 고집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기독교인과 달리, 의리 있던 외국인 노동자 알리.

▲기독교인과 달리, 의리 있던 외국인 노동자 알리.

<친절한 금자씨>와 <밀양>에서 완곡한 표현과 메시지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위선을 고발했다면,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비판은 경고의 수준을 넘어 생과 사를 가르는 시점에서 기독교 신앙의 위선를 지적하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와 <밀양>에서 표현했던 신앙인들에 대해, 극히 일부의 잘못된 교인들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해 왔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등장으로 우리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서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이런 기독교 혐오와 왜곡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젠 더욱 분명하고 선명해졌다. 세상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외면해 왔을 뿐이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우리 스스로가 세상에 제공하고 있었음을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성하지 못하면, 기독교 신앙은 가장 혐오스러운 위선자들의 집합체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평가를 세상에 맡길 필요는 없지만, 세상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며 인식하고 있는가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인지하는 태도에 대해 설명한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어떤 유형의 위험은 습관적으로 과대 평가하는 반면에 어떤 유형의 위험은 습관적으로 과소 평가합니다. 특히 어떤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그 행동에 수반되는 위험이 무척 낮을 경우에는 그 위험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을 띱니다(131쪽)”.

▲&lsquo;456번&rsquo; 기훈이 &lsquo;1번&rsquo; 일남과 구슬치기 게임을 하는 모습.

▲‘456번’ 기훈이 ‘1번’ 일남과 구슬치기 게임을 하는 모습.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한대로 대중 매체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해 왜곡하는 모습들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반응하며, 반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감독과 작가라고 비난하는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분들에게 기독교 신앙이 왜곡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우리 삶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이미 이 글의 전제에서 이야기했듯, 영화와 드라마 한 편으로 기독교 신앙 자체가 왜곡되거나 변질되어 설명될 수는 없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신앙의 문제가 거론될 때, 우리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성은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아 반성하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문제를 인식했을 때 반성의 태도에서 문제를 접근하면 우리의 문제를 각성할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각성하면 스스로 문제를 고쳐 나가는 자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의 은혜는 반성과 각성과 자성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새로운 기회를 주신다는 것이다. 회개가 깊은 반성과 각성의 시간을 거쳐 자성하는 성숙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왜곡된 기독교 신앙을 올바로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분명한 전제는 ‘값싼 회개’가 아닌 책임감 있는 ‘진정한 회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성과 각성과 자성의 시간 없이 종교적 행위로만 드려졌던 회개와 용서의 기도가, 혹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목회자 상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박종순 목사
제자들교회, <열혈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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