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촉구 기자회견, 대표발의 의원 4인 무슨 말 했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장혜영·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 국회에서 주장 나서

권인숙 “개신교도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아”
장혜영 “한국 민주주의 현주소가 차별금지법”
이상민 “의원 전원위원회 회부해 전원 토론을”
박주민 “법사위에서 평등법 공청회 개최 제안”

▲(왼쪽부터) 장혜영·박주민·이상민·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왼쪽부터) 장혜영·박주민·이상민·권인숙 의원. ⓒ페이스북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국회의원 4인이 ‘평등법/차별금지법 정기국회 논의 촉구’ 기자회견을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말 참모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이후, 국회 여권 일부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완주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안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 대선도 있고,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며 “여야 정책위원회가 주관하고 찬반 입장을 내는 의원, 전문가들과 함께 정기국회 안에 논의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해 6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6월 16일 평등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각각 8월 9일과 31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따로 논의되지 않다가, 최근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의 언급 이후 입법부에서 언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인숙 의원은 “2006년 인권위에서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14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되거나 철회됐다”며 “저희 대표발의 의원들은 21대 국회가 반드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더 이상 법안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평등법은 우리 사회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기본법”이라며 “네 건의 법안이 체계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개별법으로 구제하기 어려웠던 차별의 사각지대를 포괄하고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진작 이루어졌다”며 “개신교 안에서도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높다. 이 법에 더 이상 어떤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인숙 의원은 “지난 10월, 故 변희수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늦었지만 지극히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이 판결에 많은 분들이 반가움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셨다”며 “국회가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사이,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저희 의원실을 찾아주셨는데, 트렌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님은 자식이 밖에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고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평등법 제정,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성소수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등법은 장애, 병력, 출신, 인종, 가족형태, 고용형태 등 다양한 차별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며 “우리 중 누구라도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저희 대표발의 의원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을 국회 전체에 제안하고 촉구한다”며 “평등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장혜영 의원은 “이번 국회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의미 있는 언급이지만, 너무 늦은 언급”이라며 “취임 직후 혹은 21대 국회가 막 시작되었을 때의 말씀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마음도 든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늦은 만큼 국회는 속도를 내서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논의에 그치는 논의가 아니라, 실제 법 제정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당한 차별로부터 시민들을 지켜낼 책무는 여야 대소를 막론한 모든 정당들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차별금지법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런 망언이 법안의 제정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을 수는 없다”며 “그 이유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혜영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스스로 원하는 거의 모든 법안을 야당의 찬반 여부에 관계 없이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여야 제 정당의 합의를 통한 제정일 것이나, 국민의힘이 만약에 또 다시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상식적인 법안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면, 그 억지를 단호히 돌파해낼 책임은 다름 아닌 과반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국민의힘의 핑계를 대면서 이 책임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의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국회가 미적대는 동안 너무나 많은 차별이, 그로 인한 폭력이, 그리고 심지어 그로 인한 죽음이 있어왔다”며 “차별금지법이 모든 차별의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민주공화국 시민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했다.

그는 “누군가는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을 제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우리가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의 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이번 대선은 다양성의 시대를 이끌 인권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장혜영 의원은 “다시 한 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하자”며 “또한 각 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입장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 의원은 “정의당과 저는 마침내 차별금지법이 21대 국회에서 제정되는 그날까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법을 필요로 하고 또 지지해 마지 않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이 자리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계시는 의원님들과 힘을 합쳐서 반드시 법안을 제정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의원은 “일부에서는 이 법에 대해 사회풍속을 저해한다고 하는데, 그 말씀 자체가 차별적이고 매우 비뚤어진 시각”이라며 “헌법에 나와 있는 것을 조금 더 구체화하자는 것이고, 헌법대로 안 되고 있으니 법을 만들어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가 부끄러워 할 일이다. 법사위에서 합의가 안 돼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공청회도 잘 안 되고 있다. 법안 심의도 안 할 거라면, 국회의원 전원이 모이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전원 토론에 붙였으면 한다”며 “대선 정국인데 대선 후보들도 입장을 밝혀달라. 회피하지 마시고 후보들이 입장을 밝혀서 국민의 심판을 받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은 “평등법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있다. 하지만 조문 하나하나를 읽어보면 평등법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해소할 수 있다”며 “저는 평등법을 발의한 후 전국 순회 온라인 시민공청회, 영국과 호주 등 외국 대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등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도 여러 차례 만났다. 이제 국회에서의 공론화를 통해 이런 오해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서 법사위의 평등법 공청회를 제안한다. 국회 공청회는 찬성과 우려 입장 모두를 초대해서 듣기 때문에, 일방적인 목소리만 내는 자리가 아니다”며 “법사위에서 평등법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국민의힘에는 지속적으로 요청드려왔다. 평등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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