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 많겠지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지적 장애 딸 33년 키우면서 느끼고 깨달은 점 전해

하나님은 우리 기도대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우리를 바꾸어 가는 분이더라
끊임없이 부족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 있어
믿음과 용기 필요, 하나님 의지할 수 밖에 없어

▲김병삼 목사. ⓒ크투 DB

▲김병삼 목사. ⓒ크투 DB

김병삼 목사(분당 만나교회)가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며 깨달은 신앙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김 목사는 최근 CBS ‘잘 먹고 잘 사는 법(잘잘법)’에 출연해 “우리 삶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가만히 보면, 어그러진 일들을 경험하는 일이 훨씬 많다”며 “인생을 대하는 굉장히 중요한 태도 중 하나는, 원했던 일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보다 원하지 않던 일을 어떻게 해석해내는가에 있다. 사실은 사건보다 해석이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삼 목사는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제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왜 내게 이런 일을 허락하셨나요?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요?’ 이런 신앙적 물음이 있지 않느냐”며 “제일 힘든 게 자녀 문제다. 저는 수십 년 동안 장애를 가진 딸의 아빠로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사실 저보다 집사람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장애로 태어났다면 조금 더 받아들이기 괜찮았겠지만,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살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그런 상황 가운데 하나님이 살려주셨다. 그런데 그 감사보다, 1년 후 딸에게 찾아온 장애가 굉장히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친한 사람들이 ‘너 그런 딸 데리고 어떻게 목회할래? 기도해야지’, 가슴이 무너지는 이야기였다. 부모보다 더 딸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이 너무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며 “고쳐달라고 참 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고쳐주시지 않더라. 그래서 왜 하는 물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병삼 목사는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30년 전 미국 사회는 당시 한국과 달리 장애를 가진 아이도 잘 돌봐줄 수 있었다. 그래서 딸은 그 5년 유학 동안 진짜 행복하게 살았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많이 힘들어졌다. 제일 힘든 건 장애로 인해 부모도 모르게 왕따를 당하는 일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김 목사는 “나중에 이를 알게 됐을 때, 저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왜 이런 일이 내게’ 하고 질문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며 “저도 딸의 장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 장애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바꿔가시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이것이 제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그런데 딸에게 후천적 약물 부작용으로 지적 장애가 왔다. 그래서 너무 억울했다”며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였다. 특히 딸은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고 특별한 관심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목회는 엘리트 중심적으로 ‘예수를 믿으면 이렇게 잘 돼야 해요. 노력하면 돼요’였다. 그런데 딸을 통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교회가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병삼 목사는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딸이 당하는 고통, 아픔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였다. 이 부분에는 답이 없었다”며 “그런데 33년을 지나오면서, 우리 부부의 큰 걱정은 ‘딸보다 우리가 먼저 죽을텐데, 우리 딸 어떡하나’였다. 그런데 진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몇 년 전 딸이 결혼한 것이다. 아무도 결혼하리라 생각을 안 했는데, 사위를 만나고 짧은 과정 후 둘이 결혼하겠다고 하고 시댁의 허락을 받아 결혼을 했다. 여기까지는 해피 엔딩”이라고 전했다.

김 목사는 “저는 딸이 결혼하고 행복해지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사위가 장애를 가진 딸과 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또 어려움이 시작됐다”며 “‘하나님, 이쯤이면 될 줄 알았는데 왜…’ 하게 됐다. 다시 평생 데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 과정이 지나가고 요즘은 둘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간증했다.

그는 “우리 삶에는 이해할 수 없고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을 비극이라 이야기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인생을 비극이라고 한다면, 우리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일 것”이라며 “그런 아픔을 가지고 힘겹게 사는 분들에게 딱 맞는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내 인생에 대한 계획을 깨닫게 되는 때가 있고, 힘겹지만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때가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거기서 끝나면 좋은데, 그렇지도 않더라.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시간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목사로서 딸로 인해 이런 목회 길을 가게 하신 하나님을 고백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이 있다”며 “그럼에도 딸이 그렇게 힘들어했던 시간들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제겐 답이 없다. 딸이 요즘도 ‘하나님 저 낫게 해주세요. 깨끗하게 해주세요 고쳐주세요’ 기도하는데, 들을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김병삼 목사는 “하지만 감사한 것 중 하나는 ‘딸이 기도하고 있구나, 소망을 가지고 있구나’.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인데, 요즘 딸이 창세기부터 성경을 필사하고 있다”며 “우리 딸은 지적 장애도 있고, 손도 잘 움직여지지 않아 글씨 쓰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창세기부터 출애굽기까지 써서 채팅방에 올려놨다”고 자랑했다.

김 목사는 “어떤 분들은 우리 딸보다 심할 수도, 덜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인생의 문제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 문제를 놓고 하나님 앞에 대면하고 답을 얻고,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깨달아가는 것이 신앙의 여정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그 인생의 여정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더 험한 길도, 더 편안한 길도 있을 것이다. 저는 그런 분들께 하나님 앞에 진지하게 이 문제를 놓고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하지 않는가 권면한다”며 “용기는 삶을 직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용기 없는 사람은 삶을 회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셉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성경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가 요셉이다. 그를 흔히 ‘형통한 자’라고 하는데, 사실 요셉의 인생을 보면 형통하다고 하기에는 참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그는 팔려간 인생이었지만, 그를 수식하는 말에는 ‘앞길이 열려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성공한 인생’이란 마음대로 인생을 결정하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인생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는 인생을 산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삼 목사는 “‘하나님 왜 제게 이런 환경을 주셨나요’ 하는 불평이 아니라, 성경은 비록 은 20에 팔리는 인생이라도, 하나님께서 그를 형통케 하는 일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씀한다”며 “신앙이 용기라는 것은 하나님을 믿으며 우리 환경을 그대로 직면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진짜 하나님을 믿는다면, 이런 기도가 필요할 것 같다. ‘하나님, 제게 용기를 주세요’”라고 제언했다.

또 “저는 억지로 목사가 됐고, 제가 원하던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인생이 늘 실패라고 생각하고 만족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하나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났다. 그 고백을 하는 순간, 놀랍게도 이전에 굉장히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던 그 지점에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셨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이 앞으로 나를 인도하실 거야 하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때부터 믿음과 기도가 바뀌었다. 전에는 원하는 것에 대한 기도를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제 기도대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저를 바꾸어 가는 분이시더라”며 “그때부터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보여주실 때,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보여주실 때 그것을 따를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라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나님 도와주세요’라는 가장 연약한 말이, 가장 용기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 인생을 인도해 가시는 하나님의 계획 속에 내가 뛰어들어가겠다는 의미”라며 “그런 면에서 용기를 가지고 마주한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악도 선으로 바꿔 주셨다’는 요셉의 고백에 대해선 “인생이 잘 됐기 때문에 하는 고백이 아니라, 용기를 갖고 하나님과 동행했던 사람의 고백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다”며 “질문하신 분께 더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용기를 갖고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상황을 직면하면 좋겠다는 권면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제일 마음 아팠던 일은 딸의 장애를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었다. 장애 판정을 받았음에도, 마음은 늘 (치유에 대한) 소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보니 딸이 장애를 가지고 하는 행동들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때로는 강압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던 부분들이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왜 딸이 힘들고 아픈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했다.

그는 “여전히 제 속에선 딸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해결이 안 된다. 하지만 그 부분은 딸의 몫, 하나님의 몫일 것”이라며 “목사로 살면서 모든 사람에게 모든 답을 해줄 수 있다거나 내 인생에 모든 답을 얻을 수 있었다면, 저는 하나님을 안 믿을 것 같다. 끊임없이 부족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에, 여전히 제게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고, 하나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래서 사도 바울이 ‘약함이 곧 강함’이라고 고백했다. 만약 그에게 육신의 가시와 연약함이 없었다면,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마지막에 하나님을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인생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약한 부분들과 고민들이 곧 강함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것들이 사실 우리를 믿음의 끈으로 이어주고, 우리를 하나님께 붙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믿음의 역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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