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위, 평등법(차별금지법) ‘찬반 토론회’ 개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로 다른 생각 공유 위해… 내용은 당 입장과 무관”

박완주 의장 “현재 법만으로 실질적 평등 실현 어려워”
박주민 의원 “여야 동수로 특별소위 만들어 논의 제안”
권인숙 의원 “평등법, 우리 사회 최저 기준 정하는 법”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발제·토론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발제·토론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론한 가운데, 같은 날인 1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 평등법(포괄적 차별금지법)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측인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 발의자 중 한 사람인 권인숙·박주민 의원과 이동주 의원 등이 참석했다. 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측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측은 “평등법과 관련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본 토론회 내용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개인적 의견 또는 소속단체 입장을 반영한 것일 뿐, 우리 당의 입장과 무관하다. 혹시라도 이를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편집해 사용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발제와 토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인사와 축사를 전했다. 주최자인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첫 토론회가 시작됐지만, 찬반 양측이 따로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며 “오늘 토론회가 끝나면 함께 앉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차별금지법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뒤 2007년 첫 발의된 후 21대 국회 이전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 장혜영·이상민·박주민·권인숙 의원이 발의했다”며 “평등법에 대해 많은 이견과 쟁점들이 있는 줄 알지만, 여기 모이신 모두가 바라는 것은 결국 ‘진짜 평등한 사회’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법만으로는 실질적 평등 실현이 어렵다. 방향과 기준을 만들고 깊이 있는 논의를 지속해 나가야 할 때”라며 “더 이상 평등법 제정에 관한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인권위가 2006년 입법을 권고한 이래 14년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찬반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박주민 의원은 “평등법 제정 노력을 위한 시간이 오래 지났다. 국회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길 기대한다”며 “야당 측에 일방적 통과가 두렵다면, 여야 동수로 특별소위를 만들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야당 의원님들께 진지한 검토를 부탁드린다. 더 이상 이 법안에 대한 논의를 미루는 것은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의원은 “많은 고민과 어려움, 우려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이 평등법 제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꼭 겪어내야 할 진통이라 생각한다”며 “토론회에서 혐오나 차별적 언어가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 14년간 국회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국민 수준은 저만치 앞서 있다. 찬성 여론이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갑자기 울먹이면서 “평등법은 우리 사회 최저 기준을 정하는 법이다. 출신 성별 장애 병력 종교 성적지향 가족형태 등 다양한 차별 문제를 포괄하는 기본 법안”이라며 “우리 중 누구도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회 앞에 색색깔로 나부끼는 깃발들을 보면서, 평등법 제정의 긴 세월에 마침표를 찍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11월 25일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동주 의원은 “비례대표가 차별금지법에 참여하는 이유를 묻더라. 저는 소신이 있다. 치킨 장사하던 시절, 아르바이트생 후배가 알고 보니 게이였다. 처음엔 놀랐다. 동성애가 뭔지도 잘 몰랐다”며 “난감했지만 다르게 대우할 필요는 없었다. 사람으로서 모자람이 없었다. 편견과 선입견이 객관적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유색인종, 남녀 차별과 역차별, 이주민 혐오 등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라면 존재 자체와 천부인권에 대한 평등적 시각으로 공동체에서 공존할 수 있을지 토론하면 좋겠다”며 “논의 수준에 따라 필요한 변화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만들어 나가는 공론의 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원내대표 윤호중 의원은 서면축사를 남겼다. 그는 “저희 당에서 세 분의 의원님께서 발의한 법안들은 부분적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함의는 동일하다.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장애, 병력, 나이, 학력,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등 각 영역에서의 차별금지 유형을 적시한 것과 국가 및 지자체의 정책적 시정 노력을 명시한 것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 찬반 여론은 뜨겁다. 찬성 측은 주로 특정 속성이나 배경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복합적 차별과 혐오를 일으키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며, 그 출발점이 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며 “반대 측은 법안 적용 범위가 독일·영국·미국 등 여타 국가와 비교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동성애 확대로 인한 결혼·출산율 감소,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과도함 등을 비판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양측 모두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 수호를 위한 견해임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여러분께서 모여주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사점과 사회적 합의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도 있고 열띤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원들의 축사 과정에서 방청객 중 한 남성은 항의하기도 했다. 축사 중 권인숙 의원이 ‘토론회에서 혐오나 차별적 언어가 나오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한 데 대해, “반대 측은 입 다물고 있으라는 것이냐”고 항변한 것. 이에 박 의원은 “최종 책임은 제가 책임지겠다. 이 자리에서는 예의를 지켜 달라”며 제지했다.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발제는 손인혁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평등에 관한 법률(차별금지법) 개관: 이상민 의원안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맡았다. 그는 “제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법안 자체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법 제정 취지에도 공감하지만, 우려 목소리에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손인혁 교수는 “평등법은 우리 사회의 개별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문제를 완화하고, 차별의 시정과 함께 그로 인한 피해를 구제함으로써 헌법상 국가의 평등보호 의무를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양성평등기본법 등 개별 법률들을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응하는 입법적 노력을 했으나, 국제적 보장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제4조 6항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 또는 조장하는 광고 행위 역시 차별로 간주하고 있다”며 “개인 간 소통·언론 매체 등을 이용한 차별적 표현을 차별행위로 간주하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관련한 논의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차별금지 사유인 ‘성별’은 여성, 남성과 같은 생물학적 성(sex)과 함께, 어느 하나에 포함되지 않은 분류하기 어려운 사회학적 성(gender)을 포함한다”며 “따라서 이를 사유로 한 차별이나 성별정체성(제4조 2항)을 사유로 한 차별은 금지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성별정체성은 2009년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가 금지되는 차별 사유로 인정했고,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성적지향과 함께 성별정체성을 금지되는 차별 사유로 인정했다”며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명시한 것은 이 같은 국제적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 평등법(차별금지법) 토론회에서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그는 “제7조는 평등법을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적용함으로써 평등 보호의 인적 범위를 외국인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헌법상 평등권이 외국인에게도 제한 없이 보장되는지와 관련해 체계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제9조는 법령의 제·개정 등 입법 과정에서,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그 대상에 대한 차별적 규율이 불가피하므로 시정 의무 범위가 너무 넓고, 그때마다 필요적으로 인권위 의견을 들어야 하므로 효율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인혁 교수는 “제36조 4-5항에서는 차별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법원은 차별행위를 한 자에 대해 인정되는 재산상 손해액 외에 가중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며 “악의적임을 인정할 수 있는 요건으로 평등법은 차별의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피해 내용 및 규모를 들고 있고, 법원은 5백만 원을 하한으로 실제 손해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재량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은 장래 경제·사회적 상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고용과 마찬가지로 차별이 금지돼야 하는 핵심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공립 교육기관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교육기관에서 지원·입학·편입 등 교육 기회와 관련해 교육 목표와 내용, 교과과정 편성 등과 관련해 성별 등을 사유로 한 차별이 금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특정 종교나 특정 성별을 위한 교육기관의 경우 교육 및 학교 운영에 있어 종교의 자유와 자율권을 보장해야 하므로, 조화적 해석이나 제한적 적용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반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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