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차별금지법 제정” 잇따른 발언 배경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임기 4년 6개월 동안 안 꺼내다 왜 지금?

인권 변호사라서? 생명도 귀하게 안 여기는데…
레임덕 방지용? 여당 대선 후보도 반대하는데…
역사적 평가 의식? 어차피 별다른 업적 없는데…

▲25일 인권위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25일 인권위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1월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인권위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에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 동안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이나 조속한 제정 등의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 발언을 갑자기 계속하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 27일 기독교계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은 앞으로 많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동성결혼 합법화나 동성애에 대해 목사님들이 종교적 가치를 피력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석 달여 남겨둔 지난 2017년 2월에는 한교연을 방문해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헌법과 인권위법에 명시된 것처럼 성소수자라 해서 차별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해 4월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4년 6개월 가까이 ‘시기상조 또는 동성애 합법화 반대’라는 입장을 밝히다, 퇴임과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차별금지법 제정’ 발언을 하는 이유를 놓고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권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 북한의 연평도 해상 공무원 총살에도 북한에 항의하지 않았고, 유가족들에게도 제대로 된 위로를 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1월에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청년 2명을 강제 북송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극형이 예상되는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에 대한 의견도, 강제노동 중인 북한 내 자국민들의 구출에 대한 의견도 밝힌 적이 없다. 인권은 고사하고,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의 생명조차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왼쪽부터)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크투 DB

▲(왼쪽부터)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크투 DB

문재인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전 세계가 일치단결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3년 연속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가해자인 북한의 사과 한 마디 들을 생각도 없이 ‘종전선언’을 사정하듯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21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입양 아동과 맞지 않는 경우 등 아이를 바꾼다든지 등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관련 부처가) 세우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입양 부모와 자녀들에게 상처를 줬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종교의 자유를 비롯해 국민들의 여러 기본권을 담보로 한 강제 정책들을 펴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차별 정책’도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 ‘인권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고, ‘인권 선진국’ 역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무관하게 요원한 상황이다.

다른 쪽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문제를 계속해서 꺼내는 것이 임기 말 ‘레임덕 방지용’ 아닌가 하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집권 여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조차 대다수 반대 국민들을 의식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문제로, 자칫 국민적 반대운동이 거세질 경우 문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 본인도 위에서 봤듯, 선거 전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이러한 상황이어서, ‘관건 선거’나 ‘대선 개입’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측을, 같은 당 문재인 대통령은 찬성 측을 각각 맡아 모두 껴안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임기 말이 되면서 ‘역사적 평가’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까지 4년 6개월간 임기 중 뚜렷한 업적이 없다 보니,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늉’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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