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감독 “교회 다녀… 종교는 믿음보다 질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넷플릭스 세계 드라마 분야 1위 소감 전해

살인이든 천벌이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질문해
장르물 많은 분들 봐주셔서 당황스럽고 어리둥절
후속 이야기, 내년 하반기 정도 만화로 선보일 것

▲<지옥>의 감독 연상호. ⓒ넷플릭스

▲<지옥>의 감독 연상호. ⓒ넷플릭스

“저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긴 합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세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11월 25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사이비>, <돼지의 왕> 등의 종교 관련 애니메이션과 <염력>, <부산행>, <서울역>, <반도> 등의 극영화를 만들었다. <사이비>는 tvN에서 드라마 <구해줘 2>로 제작되기도 했다.

일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은 “종교는 믿음보다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극 중 그려지는 죽음이 ‘살인인가 천벌인가’라는 답을 하기보다, 그게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갑자기 나타난 ‘천사’가 “너는 지옥에 간다”라고 ‘고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지’를 신의 뜻이라고 설명하는 신흥 종교 새진리회가 득세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극중 ‘화살촉’이 한국 사회의 혐오를 반영한 묘사인가를 물었더니, 그는 “실제 사건이나 있을 법한 일로 묘사하려 했지만, 어떤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했다"고 했다.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신의 뜻을 집행하는 흉물스러운 지옥행 형벌의 집행자들.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신의 뜻을 집행하는 흉물스러운 지옥행 형벌의 집행자들.

‘화살촉’의 기괴한 분장에 대해선 “자기 얼굴은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프로파간다성 스피커로서 충실하게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존재를 시각화했다. ‘불쾌하다’는 반응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김도윤 배우가 연구를 많이 했고, ‘목이 쉰 상태로 하고 싶다’ 등 리얼하게 표현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논의할 때부터 ‘보편적 대중을 만족시키기보단, 장르물 취향의 시청자가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한 상태”라며 “후속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내년 하반기 정도 만화로 우선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10여년 전부터 한국 작품들이 쌓아온 신뢰가 모여서, 세계 시장이라는 벽에 낸 균열들이 쌓여 최근 둑이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반응이 쏟아져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시 카메라’ 같은 화면은 “신이 만약 존재한다면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에서 착안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보는 내용은 뜨겁지만, 관조‧관망하는 신의 관점에서는 드라이한 현상이리라 생각했다”며 “모든 것이 들여다 보이고, 카메라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풍경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끔찍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생각들이 작품 속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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