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교회사는 전쟁을 지지했는가, 평화를 추구했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상규 교수, 신·구약 성경 및 2천년 교회사 통해 조명

전쟁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기독교인들 의무
인간 내부의 악 제거 않는 한, 영구적 평화 어려워
성경과 기독교 2천년 역사 속 전쟁과 평화 정리해
북한 사회 변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 위해 기도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이상규 | SFC | 288쪽 | 15,000원

“전쟁은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파멸이며 죄악이다. 따라서 어떠한 전쟁이든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의무이자 특히 기독교인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 내부의 악이 제거되지 않는 한 영구적인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포기할 순 없다. 비록 제한적이라 할지라도 지상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단결하고 연합해야 한다. 그리고 비록 불완전한 주장이라 할지라도, 앞에서 소개한 평화에 대한 구상과 증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과 기독교 2천 년 역사 가운데 ‘전쟁과 평화’가 어떻게 이해돼 왔는지를 간명하게 정리한 책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가 출간됐다. 교과서처럼 잘 정리돼 있어 어느 정도 깊이가 있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기독교 평화주의’에 대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연구자들을 위한 관련 도서들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백석대 이상규 석좌교수이다. 고신대 교수직을 은퇴한 뒤에도 학문 탐구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상규 교수는 평화·비폭력·무저항을 추구하는 메노나이트(재세례파) 계열 학교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경험도 있다.

많은 사람들, 특히 불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구약 속 전쟁 기록’에 대해 저자는 “비록 구약에 여러 전쟁 기록이 포함돼 있지만, 그것이 모든 전쟁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거의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며 “근본적으로 구약은 인간 생명에 대한 신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점에서 암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구약에서의 전쟁은 두 가지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위한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하나님을 신뢰케 하는 신앙의 훈련이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살인이나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구약은 도리어 진정한 평화를 가르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메시아적 평화’이고, 구약은 그 진정한 평화를 대망하게 한다”고 밝혔다.

▲저자 이상규 교수. ⓒ크투 DB

▲저자 이상규 교수. ⓒ크투 DB

개혁주의자들의 이해에 대해선 “구약 성경에 언급된 전쟁 기록은 역사적 사실이고, 하나님을 용서로 표현한 것은 실제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대신 싸우셨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며 “그렇다 해서 무조건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도 옳지 않고, 반대로 모든 종류의 전쟁을 조건 없이 부인하는 평화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근본적으로 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약에서의 평화에 관해선 “하나님과의 화해를 통해 이룩되는 평화의 복음은 사람 사이의 담을 허시고 하나가 되게 하신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분의 십자가와 죽음은 이방인과 유대인 사이의 담을 무너뜨리고 그들로 하나가 되게 하셨고, 적대와 불신의 벽을 헐고 화해하게 하셨다”며 “초기 교부들은 이런 가르침에 근거해 평화주의를 제자도의 기초로 이해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평화, 곧 ‘예수의 평화’는 군사적 우위에 의해 유지되는 ‘로마의 평화’와 달리 사랑과 이해, 화해와 용서에 기초한 평화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초기 기독교에서 논쟁이 일었던 군 복무 문제와 정당전쟁론, 중세 시대와 성전(聖戰)론, 종교개혁자들의 평화 이해, 재세례파의 병역 거부, 칸트의 영구평화론, 톨스토이와 간디, 존 요더 등 근대의 평화주의자들과 함께 함석헌의 반전 평화주의,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 등 우리나라에서의 관련 이슈도 살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 지배와 그 이후 남북 분단, 그리고 이로 인한 동족상잔의 6.25 전쟁과 이념 대립 등을 경험했다. 이에 대해 “남북한 간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이 계속되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현실에서, 일방적으로 평화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며 “마땅한 해답이 없음에도 포기할 수 없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뉴욕 유엔본부 앞. ⓒ크투 DB

▲뉴욕 유엔본부 앞. ⓒ크투 DB

저자는 “‘로마의 평화’, 즉 군사력에 의해 쟁취되고 지켜지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일 수 없다. 사랑과 자비에 기초한 ‘예수의 평화’가 진정한 평화라고 할 수 있다”며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우주적인 화해와 포괄적인 평화의 기초가 된다(골 1:20). 그분께서 가르치신 사랑과 자배, 화해와 용서, 미움의 해소와 희생이 진정한 평화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또 “그리스도의 평화는 우리의 이상이지만, 오늘의 상황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그렇다면 남북 분단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며 “먼저는 북한 사회가 변화되게 만들어야 하고,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결국 이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옵소서(Dona nobis Pacem)’라고 간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결론에서 저자는 “전쟁으로는 근본적 평화를 담보할 수 없다. 결국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 어떤 형태이든 침략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고, 평화는 전쟁을 통해 이룩될 수 없다”며 “평화에 대한 여러 시대의 가르침은 오늘의 한국 사회와 교회를 향한 소중한 증언이 될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Peacemaker)은 복이 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마 5:9)”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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