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한 것 아니라, 허수 줄이기 위해 등록 성도 정리”
교회가 여당인가 야당인가 질문하니 가슴 아파
개인 호불호로 무언가 결정하면 그게 교회인가
유력한 성도라서 제적 않는다면, ‘왕 없는 교회’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가 12일 ‘악한 영향력에 물들지 않도록(사사기 17:1-6)’이라는 제목으로 주일예배 설교를 전했다. 그는 설교에서 최근 잇따라 보도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제적 상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찬수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저는 분당우리교회가 기준이 있는 교회이길 바란다. 무조건 많은 게 좋다는 식으로 ‘등록 기준 10만 명, 20만 명’이라고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실질적으로 허수를 줄이고 교회에 소속된 성도들만 (교적부를) 정리하는데, 지난 주간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이 후보를) 정말 제적했느냐’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저희 교회가 잠깐 떠들썩했다. 모 대선 후보 교회 제적 문제가 이슈가 되어, 많은 언론사에서 연락이 오고 질문들이 이것이었다. ‘진짜 제적했는가?’”라며 “‘제적 성도’란 이 분을 징계하고 조치한 것이 아니라, 해외에 가거나 다른 교회를 다니거나 다양한 사연으로 장기간 연락이 두절돼, 교인으로서 정기적으로 신앙 활동이 어려운 상태로 명부에서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그래서 비아냥거리는 이야기 들어보시지 않았나. ‘한국에서 등록 교우 숫자들을 다 합하면, 한국 국민 전체 숫자보다 많을 것’이라고”라며 “일정 기간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다른 교회 출석이 확인되면 계속 제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홈페이지에도 발표했는데, ‘진짜 제적했느냐’고 묻는다. 기준을 세웠으니 한 것뿐인데, 무슨 이유로 제적했느냐고도 묻는다”며 “사람에 따라 부자면 기준을 늘려주고, 가난하면 기준을 좁혀주겠는가? 이유가 없다.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2주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청년 시절 나오던 분이 모 대학 겸임교수에서 전임교수가 됐다.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담임목사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당연히 써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이, 제적 성도였다. 지금 안 나오신다. 얼마나 고민이 됐겠나. 결국 못 써드린다고 했다. 거절하고 나면, 진짜 한나절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저도 몇 번이나 (이 후보를 제적했느냐고) 질문을 받았다. 그게 목사한테 할 질문인가? 공식적으로 ‘제적했다’ 그랬는데, ‘정말 했느냐’고 묻는 건 실례 아닌가”라며 “기준을 세웠다면 그 분이 초등학생이건 대선 후보건, 그 분이 엄청난 유력한 분이건 평범한 분이건 기준은 다 똑같아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기준을 가지고 결정했는데, 자꾸 이걸 가지고 ‘이 교회는 여당인가’, ‘이 교회는 야당인가’ 이런 걸로 자꾸 질문하니까 가슴이 아프다”며 “개인의 호불호를 가지고 무언가를 결정한다면, 그게 교회인가. 유력한 성도라서 제적하지 않고 그렇지 않다고 제적한다면, 왕 없는 교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커지면서 동기 목사님들의 요청이 엄청나다. 담임목사랑 동기라서, 부교역자들과 동기라서 그 요청을 다 들어줄 수 있겠느냐”며 “그래서 저는 날마다, 모든 사람에게 죄인이다. 건방지다, 교만하다, 좀 컸다고 작은 교회 목사 상대 안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찬수 목사는 “그렇다고 제가 융통성을 갖고 교회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는 것이 옳겠는가? 그렇지 않다”며 “왕이 제시하는 기준대로 인간으로서 완벽하게 목회하고 교회를 운영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몸부림치며 애써야 한다. 이 때문에 모함 당하고 구설수에 휘말린다면, 주님께서 위로하실 사안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갈수록 기준이 없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제가 아무리 강아지를 사랑하더라도, 강아지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주고 그의 돈을 지켜주기 위해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서 관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기준이 없는 삶은 점점 혼란으로 빠져간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커밍아웃을 한다. 처음부터 이랬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요즘 차별금지법 문제로 설왕설래하지만 두려워하는 게 이것이다. 미국에서도 법을 만들 때 이런 현상을 예측했겠는가. 좋은 뜻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며 “가치관이 뒤바뀌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의 출발이 본문 6절처럼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 기준은 왕이신 하나님”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오늘 본문에는 기준을 무너뜨린 사람과 가정의 사례가 나온다. 사사기는 1-16장이 삼손으로 끝나는 주 내용이고, 17-21장이 부록”이라며 “왕이 없는 인생은 갈수록 변질되고 타락해 인간 이하의 쓰레기처럼 된다. 남자가 ‘임신했다’고 사진을 올려도 이상해하지 않는 세상에 발 담고 살면서, 우리와 자녀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악한 시대에 물들지 않기 위해 뼛속에 새겨야 할 2가지’를 제시했다. 먼저는 “‘부모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준이 없는 사람은 잣대가 고무줄이다. 지난 금요일 이후 제게 ‘진짜 제적했느냐’고 왜 자꾸 물었을까”라며 “교회가 원래 유력하면 어떻게 하고 안 유력하면 어떻게 하기 때문 아니었을까. 슬픈 이야기다. 연말연시 되면 점 보러 다니는 권사님들이 있다고 한다.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목회하면서 많은 갈등을 느끼고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면, 본문 속 미가의 어머니 같은 분들을 교회에서 만날 때”라며 “믿음도 좋고 헌신하는 거 같은데, 기준이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복 받기 위해서이다. 부모님들이 도덕적으로 비참하고 영적으로 아무 기준 없이 키우고 싶지 않다면, 부모 된 우리의 회개가 먼저”라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기성 세대의 이런 가치관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교회, 목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이재명 후보를) 진짜 제적했느냐고 묻는다. 또는 흑막이 뭐냐고 한다. 무슨 흑막이 있겠는가. 기성 세대의 회개가 먼저 필요하다. 왕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찬수 목사는 “‘일만성도 파송운동’을 하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자꾸 들린다. ‘우리 목사님이 성도 3/4을 파송하지 못해 분당우리교회가 5천 명 이하로 줄지 않으면 사임한다고 하셨는데 안 될거야. 아직 임기가 10년 남았는데’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며 “하나님 앞에 1%의 가식 없이 다시 말씀드리겠다. 저는 파송운동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도 5천 명 이하로 줄지 않으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언했다.
이 목사는 “10년 더 목회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 자체가 하나님 뜻에 반하는 것이다. 파송운동이 잘 안 됐을 때, 제가 하나님께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보여드리는 것도 제가 할 일”이라며 “그런 이야기 주고받지 마시라. 그런 말씀은 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원래 제가 내년에 안식년을 갖고 2년 뒤까지 5천명 이하로 줄지 않으면 사임하려 했는데, 내년에 안식년을 갖기는 아마 힘들 것”이라며 “사임해야 한다면, 그 전날까지 목숨 다해 목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제 후임으로 좋은 분이 오셔서 기준을 가진 교회가 되도록 만들어가는 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둘째로는 “‘기준이 있는’ 자녀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준이 없기에, 교육에 책망이 없다. 애완견 훈련사 강형욱 대표와 자녀교육으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의 교육법이 똑같더라. 사랑하지만, 굉장히 단호하다”며 “기준이 없는 가정은 꾸지람도 없고, 중심도 잡지 않는다. 왕이신 하나님이 기준 되시고, 그 기준을 부모들이 먼저 부여받아 철저한 중심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목사는 “로마서 12장 2절은 우리가 악한 세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사사기는 ‘엔샬롬’, 하나님이 허락하신 샬롬의 땅에서 샬롬을 잃어버린 이야기”라며 “저는 지난 19년간 하나님 앞에서 구하고 또 구했던 것이, 저는 죄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목회할 때 제 흔들림이 기준 되지 않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행복하게 만들고 샬롬을 주신다”고 했다.
다음 세대 성교육 교재 개정판 출간 소식도 전했다. 그는 “작년 책을 발간하고 나온 이야기가 책만으로는 교육이 힘들고,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서 보완할 게 많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난 1년 반 동안 눈물나게 준비했다. 담당자들을 보면 미안하고 안쓰럽다. 저도 부산까지 오가면서 준비했다”고 보고했다.
이 목사는 “성교육 전문가들 조언을 수렴하고 성경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교재의 저작권이 미국에 있는데, 몇 번이나 이런 사진, 이런 문장을 빼달라고 했다. 불가능한 일인데 다 수용해 주셨다”며 “더불어 워크북도 만들어 자녀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 구입하셨던 분들은 워크북만 구입하시면 된다. 부모님들 힘 내시라. 기준을 갖고 교육하실 수 있다”고 격려했다.
끝으로 “성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기준을 세우고 성탄절의 주인 되신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몸부림을 행해야 한다”며 “많은 말씀을 드렸지만, 요약하면 6절 한 마디이다. ‘그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하나님이라는 왕께서 내 가정과 인생에 다시 세워지길 바란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