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강릉 오란다’에 담아낸 복음과 선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예닮곳간 장성철 목사의 삶과 신앙, 그리고 간증

경기 10대 중소기업에서… 단돈 250만 원이 전부
목회자 돼 마음 추슬러… 건강 한과 ‘오란다’ 개발
‘예닮곳간’, 전국 미자립교회 153곳 지점 내줄 것

▲예닮곳간에서 장성철 대표가 한과 ‘강릉 오란다’를 소개하고 있다.

▲예닮곳간에서 장성철 대표가 한과 ‘강릉 오란다’를 소개하고 있다.

장성철 목사(강릉 예닮곳간 대표, 꿈의교회 담임)에게 지난 2019년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송두리째 바꿔놓은 하나님의 시간이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강릉’이라는 새로운 터전을 허락하신 하나님, 그렇게 순종한 그에게 단 한시도 쉬지 않고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 ‘강릉 오란다’의 저자 장 목사의 간증이 한국교회에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장 목사는 한때 직원만 150명을 두며, 경기도 지역에서 10대 중소기업에 손꼽힐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던 유망한 사업가였다. 남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며, 아쉬울 것 없는 인생을 살던 그였지만, 망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IMF를 시작으로 몇몇 악재가 순식간에 겹쳐, 회사는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어찌할 겨를 없이 산더미같은 부채가 쌓이고,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처절히 망하고 만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예닮곳간을 방문했던 IOC 위원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예닮곳간을 방문했던 IOC 위원들.

그렇게 1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목회자가 되어 하나님을 만나 마음은 추스렸지만, 그렇다고 사정이 딱히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지난 2019년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 곳이 바로 강릉이었다. 사업하던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강릉을 보면서, 그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당시 그가 가진 돈은 단돈 250만 원. 무엇을 하기에 보잘 것 없는 돈이었지만, 그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기도하며 고민한 끝에 번뜩 떠오른 생각이 바로 ‘한과’였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충남 공주의 시장 한 켠에서 한과를 팔았던 생각이 났다. 당시 어깨너머로 한과 기술을 배웠던 장 목사는 강릉에서 ‘한과’ 장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장 목사가 국제자연치유협회 이사장을 역임할 정도로 자연 치유, 자연 먹거리에 있어 국내 최고 전문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 목사는 단순한 ‘한과’가 아닌 맛있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지식과 역량을 동원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강릉 오란다’였다.

그렇게 강릉 심곡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강릉 오란다’는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한과는 나이 든 어른만 좋아한다는 편견을 깨고, 5살 어린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심곡항을 찾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오란다를 베어 물었다. 소위 ‘대박’이 터진 것이다.

▲예닮곳간 장성철 대표.

▲예닮곳간 장성철 대표.

그러나 심곡항과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 성공을 가로채고픈 건물주가 온갖 횡포를 놓았고, 어쩔 수 없이 6개월 만에 심곡항 매장을 정리하게 된 것. 옮겨간 곳은 ‘강릉 중앙시장’이었다. 이곳에서 ‘예닮곳간’ 성공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릉중앙시장’에서 예닮곳간은 단시간 내 가장 핫한 매장이 됐다. 코로나가 닥친 지난해와 올해에 관광객은 줄었지만, 전국에서 택배 주문이 밀려들어 인기는 오히려 올라갔다.

예닮곳간과 오란다는 어느새 강릉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고, 이제 장 대표는 강릉 지역 한과 재료를 조달하는 물류 창고까지 마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남은 것은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버는 일, 하지만 여기서 장 목사는 애초에 목표했던 선교의 꿈을 펼치려 한다.

예수님을 닮은 곳간이란 뜻을 담은 ‘예닮곳간’이란 이름에서 유추하듯, 장성철 목사가 강릉에서 시작한 모든 것은 ‘새로운 선교’를 위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목회에만 전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뛰어들어 사람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교회에 앉아 기다리는 목회가 아닌, 세상에 나가 찾아가는 목회를 시도한 것이다.

▲저서 <강릉 오란다>.

▲저서 <강릉 오란다>.

그렇기에 그는 오란다 한 알, 한 알에 복음을 담고 말씀을 담아내 사람들에게 전하려 애쓰고 있다. 시식을 위해 잠시 들른 손님에게도 ‘예닮곳간’ 이름을 설명하며, 예수님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나아가 그는 전국 미자립교회들의 자립을 위한 ‘예닮곳간’ 프랜차이즈를 준비 중이다. 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고질적 재정난에 시달리는 미자립교회와 목회자들에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장성철 목사는 “사실 많은 곳에서 프랜차이즈 문의가 들어오고, 상당한 돈도 제시하고 있다”며 “이를 사업으로 본격화하면 큰 돈을 벌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예닮곳간이 선교와 목회를 위한 수단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전국 153곳의 미자립교회들에 지점을 내줄 계획을 갖고 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에, 너무 많으면 오히려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53’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착안했다.

장 목사는 지난 9월 ‘꿈의 교회’를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꿈의 교회는 돔 형태의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다.

▲꿈의 교회 외부.

▲꿈의 교회 외부.

공간을 들여다보면, 단상과 성물, 의자 4개가 전부. 하지만 어느 교회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과 아늑함을 선사한다. 장 목사는 이곳에서 수요일과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매일 새벽 기도하고 있다.

그는 ‘꿈의 교회’에 대해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삶이 고된 이들에 희망과 용기를 줄 위로의 공간”이라 며 “강릉 경포대 해변 인근에 위치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에,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기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도 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곳이다. 주님을 통해 위로를 얻고 또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꿈의 교회 내부.

▲꿈의 교회 내부.

장성철 목사는 이곳에서 ‘여행자를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2급 상담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이기에, 애초 이곳을 만들 때 예배와 상담을 함께 염두했다.

장 목사는 “지나고 보면, 내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 항상 바쁘게 살고 지금도 눈코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셨다”며 “앞으로 예닮곳간과 강릉 오란다를 통해 뻗어나갈 선교도 결국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그저 나는 마른 막대기로서, 하나님의 불꽃같은 사역에 작은 불쏘시개가 되면 그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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