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회장 4인과 ‘테이블 리더십’ 이룰 것”
신평식 사무총장은 연임, 정찬수 목사는 법인사무총장
류영모 대표회장 “신앙고백 따라 교회 하나됨 지켜야”
소강석 전 대표회장 “계속 하나됨의 순수 시대 열겠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제5회 정기총회 속회에서 1인 대표회장과 4인 공동대표회장 등 5인 대표회장 체제 등이 결의됐다.
20일 오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속회에서는 지난 13일 상임회장단 회의와 20일 오전 임원회에서 결의한 정관개정안과 인선안 등의 결과를 이의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지난 2일 한교총 총회에서의 갈등은 해소됐다.
1인 대표회장에는 류영모 예장 통합 총회장, 4인 공동대표회장에는 고명진 기침 총회장, 강학근 예장 고신 총회장, 김기남 예장 개혁 총회장, 이상문 예성 총회장 등이 선출됐다. 류영모 신임 대표회장은 개정 정관에 따라 법인이사장직도 수행한다.
이와 함께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설치도 추인됐다. 통추위가 전권을 갖고 활동한 뒤 한기총 등과 원만한 합의에 이를 경우, 대표회장에게 보고해 임시총회를 즉시 소집하도록 했다.
통추위원에는 직전 대표회장단인 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에 신정호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 안성삼 목사(예장 개혁 총회장), 엄진용 목사(기하성 총무), 김일엽 목사(기침 총무), 고영기 목사(예장 합동 총무) 등을 선임하기로 했다.
지난 2일 총대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예장 합동 신평식 사무총장은 연임됐으며, 법인사무총장이 신설돼 기하성(여의도) 정찬수 목사가 임명됐다. 총무에는 엄진용 기하성 총무와 이용윤 감리회 행정실장, 서기에는 정성엽 예장 합신 총무, 회계에는 김종명 예장 백석 사무총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날 총회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마무리했다. 결의문에서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맞춰 예배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 △대한민국에 좋은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위해 기도하겠다 △국회가 시류에 휘둘려 논의하는 법률 제정을 막는 데 힘쓰겠다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등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건강가정기본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에 대해 거명하면서 “자연질서를 훼손하고, 헌법과 사회질서 근간을 뒤흔드는 여러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며 “이러한 법률 제정 혹은 개정에 독소적 조항이 담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류영모 신임 대표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한 아버지 하나님을 모시고 거룩한 하나의 공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한다”며 “어떤 위기와 어려움이 있어도 이 신앙고백에 따라 한국교회의 하나됨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류영모 목사는 “한교총은 제5회기부터 1인 대표회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기대도 많고 우려도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위기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알몸 아기로 구유에 태어나신 예수님처럼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 손해보고 핍박받고 피 흘리는 십자가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은과 금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의 정신이 우리의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류 목사는 “많은 일을 하기보다 올바른 일을 바르게 하는 일에 힘쓰겠다. 한교총이 복음과 진리, 정의와 공의의 터 위에 굳게 세워지도록 힘쓰겠다”며 “지금 우리는 가슴과 귀를 넓게 열어야 한다. 하나님 음성 아파 신음하는 교회의 소리, 교회를 향한 세상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직전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이임사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교회와 예배를 지키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나. 제가 한교총 대표회장이 되어 한국교회를 섬길 때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그 운동장에서 예배 회복과 자유라는 평행선을 맞추는 데 정말 역부족일 때가 많았다. 저는 대표회장이 되기 전부터 교회 공익과 생태계를 위해 부지런히 뛰면서, 원 리더십과 메시지를 줄기차게 외쳐 왔다. 이 일을 위해 원없이 삶의 에너지와 물질,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물리적 연합만 하려 했다면 이미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연합이고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없도록 서두르지 않았다”며 “저는 연합기관 통합에 있어 8부능선까지 올라왔다고 확신한다. 연합기관 통합은 내년으로 미뤄야 하겠지만, 순수 시대의 의지는 중단되지 않았다. 급할수록 천천히 하라는 말처럼, 차근차근 마음을 합해 함께해 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소 목사는 “한교총을 섬기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모두 교단의 마인드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교회 연합에 대한 애타는 마음과 애간장이 녹는 간절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하면,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 교계 정치는 나의 욕망이나 기득권을 위해 행하면 안 된다”며 “한국교회 전체,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생명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 정치에서 내가 이기면 한국교회는 지고, 내가 져야 한국교회가 살 수 있다.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순정을 잃지 않고, 계속 한국교회 하나됨의 순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앞선 속회 총회에서 소강석 대표회장은 1인 대표회장 체제에 대해 “한교총은 독단적 리더십이 아니”라며 “류영모 대표회장님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4인의 공동대표회장님들과 테이블 리더십을 이루실 것”이라고 전했다.
직전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이날 속회 전까지의 경과를 보고했다. 그는 “지난 2일 정회를 선언하게 된 것을 다시 한 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조율 과정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소강석 목사는 “부연하자면, 정관개정 시 하위법과 상위법의 충돌 사항을 간파하지 못했고, 대차대조표를 만들지 못했다”며 “더구나 정관개정안에 근거해 인선을 마무리했는데,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선을 발표했다가는 큰 법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그러나 저는 정회 후 빠른 정상화와 속회 총회를 위해 노력했고, 여러분의 협조로 오늘 속회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교단 총무님들과 긴밀하게 대화했고, 문제를 제기한 교단들을 설득했다. 신임 지도부를 맡을 류영모 목사님과도 대화를 통해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도 제시했다. 첫째로 정관개정 등 기타 규정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들을 해소하는 것, 둘째로 대화를 통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정치적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소한다 등이다.
그는 “합의안이 다소 미흡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시며, 하실 말씀이 있더라도 한교총의 이미지와 연합을 위해 기쁘게 받아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