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인총연합회 권태진 목사 인터뷰
‘강도 만난 사람들’ 외면하는 죄, 범해선 안 돼
병자 소외된 자 교회 못 오는 것, 세속적 처사
목사들이 예배 문제로 왜 판사 앞에 서야 하나
교회 정치 참여 안 된다? 그런 말 자체도 정치
“한국교회가 세상 권력의 채찍과 당근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기독인총연합회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는 야성과 근성을 잃고 ‘길들여지고 있는 한국교회’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본질로 돌아가, 진리로 하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3년째로 탈출구가 아직 보이지 않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 예장 합신 총회장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등을 지낸 교계 원로 권태진 목사를 만나, 한국교회 현안과 목회 전반에 대해 청취했다.
-요즘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국교회가 세상 권력의 채찍과 당근에 길들여지고 있습니다. 육에 속한 사람은 짐승처럼 채찍과 당근, 두 가지로 길들여집니다.
권력으로 박해하거나 여론으로 공격하면서, 교회가 힘을 못 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계 기관들이 모여 있는 ‘종로’에서도 채찍을 맞는 곳이 있고, 당근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채찍과 당근에 길들여져선 안 됩니다. 다니엘은 총리가 되어서도 왕을 섬기지 않았고, 자신을 죽이려는 시도에도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상으로 무장돼 있어야,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유가 보장되는, 제사장 나라가 돼야 합니다. 저는 베트남 전쟁에 1년간 참전하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면, 얼마나 비참한지 알게 됩니다. 전우들이 아침에 애국가를 부르면, 집에 가고 싶어서 평펑 웁니다.
그러면서 애국이랄까,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월남이 패망하고 그곳에 우리가 전쟁 때 쓰던 장비를 넘겨주고 오는데,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애국의 차원에서, 안보에 대한 의식이 강한 편입니다.”
-한국교회가 지난 2년간 예배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누구입니까. 바로 내가, 우리가 한국교회입니다. 원로나 교수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본인들은 빼고 객관적 입장에서 말합니다. 무책임한 것이지요. 한국교회가 잘못했다고 하면, 우리 모두가 잘못한 것입니다. 공동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한국교회를 이야기할 때, 남 일처럼 해선 안 됩니다.
한국교회는 본질로 돌아가, 진리로 하나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네 이웃이 누구냐고 물으셨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은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구해줬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백신을 맞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냥 지나가진 않았습니까. 어려움 당하는 개척교회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한국교회가 모두 그냥 지나가는 모습으로 하나 된다면, 망할 뿐입니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이 아니라 조롱거리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말씀처럼 교회에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에 비판이 많습니다.
“왜 교회에까지 백신패스를 설치해야 합니까. 그래선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주사를 맞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산부, 지병 있는 사람들, 암 환자들이 있는데, 이것이 옳은가요. 교회에는 건강한 사람만 오라는 것과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마리아인 비유 속 제사장 무리들의 작당 같습니다. 인정할 수 없습니다. 강도 만난 사람들을 보고 그냥 지나가고 외면하는 것이 바로 죄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부분에서 회개해야 합니다. 목사들 모임도, 신년하례식도 백신 안 맞으면 못 들어간다는데, 말도 안 됩니다. 이해는 되지만,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이 교회에까지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세속적인 처사이고, 정부보다 더 잘못하는 일입니다.
법원에 가처분도 제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나요. 목사들이 예배 문제로 왜 판사 앞에 서야 합니까. 그것이 잘못이라고 제재를 가하면, 제재를 당하면 됩니다. 감옥에 가라고 하면, 가는 것입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크리스천이라면 당이나 후보 개인도 봐야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후보가 갖고 있는 정신세계, 가치관입니다. 자유와 인권, 안보관과 국가관이 잘 담겨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해야, 교회가 마음껏 계속 예배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나와 친하니까, 내게 잘해주니까’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그야말로 매국노에 불과합니다. 일제시대 때도 일제가 돈을 많이 주면서 부역하라고 해서, 그들이 친일파가 된 것 아닙니까. 크리스천이라면 나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교계와 국가에 유익이 되면 그를 세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100년 이상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살게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성도들에게도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대통령은 성직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고요. 이 시대를 보십시오. 전쟁을 하러 갈 때는 군인이, 회담을 하러 갈 때는 국가관이 바로잡힌 사람이 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교회는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설교에서 투표를 바로 해야 한다고 했다는 이유로 목사들을 고소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인들은 국민이 아닌가요? 당장 피해를 당할 수 있는데, 말할 수 있지요.
사실 교회가 그렇게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내막이 의심스럽습니다. 정말 참여해선 안 된다면, 그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지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 활동인데, 그건 괜찮은가요?”
-그렇다면, 교회는 사회나 정치활동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요.
“교회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주민자치기본법 등에 반대하는 것은, 사실 교회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교회는 첨병입니다. 적진에 먼저 들어가 있다가, 적군이 움직이면 뒤로 연락해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회는 빛이고 선지자이기에, 어떤 것이 현실로 다가오기 전에 먼저 알게 됩니다. 10-20년 후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법들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지, 교회 이기주의적인 운동이 아닙니다. 목회자들이 부르짖는 것은 교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입니다.
국가에서 동성애를 허용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다 해도, 교인들은 성경의 가르침이 있기에 동성애를 많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둠에 속한 사람들은 성경과 하나님 뜻을 모르니 무분별하게 빠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부에서 세상과 교회를 갈라치려 하지만, 교회는 먼저 깨닫고 나라를 위해 말하는 것입니다.
정교분리 원칙의 기본 정신은 정치와 세상 권력이 교회를 터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뒤집어서, 교회에 정치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금 종교인 과세에 이어 예배까지 간섭하는데, 우리는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까요. 이것은 교회의 중요한 선택권입니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일부 언론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열매를 보고 확실하게 뜻을 정하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각 후보와 정당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하나 되어, 100년 후 대한민국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는 본질 안에서 하나 되는 운동을 중단하지 말고 계속해야 합니다.”
-복지 목회를 꾸준히 실천하시는데, 목회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목회의 방향이라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젊은 시절 폐병에 걸려 예수를 믿었고, 하나님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기도하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도원을 다니면서 살다가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됐습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사람이 좋아졌습니다. 집 없는 사람 데려와서 같이 살고, 노인들이 혼자 있으면 찾아가서 대화했습니다. 그렇게 필요를 채워주다 보니 하나하나 사역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최고의 복지는 다름아닌 일자리입니다. IMF 후 실직자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니, 여러 일들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교회에 제빵부부터 선교원, 방과후교실(초등학생), 에듀투게더(청소년 야간보호), 출판부, 신문사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돈을 나눠주기보다, 일하면서 살도록 돕다 보니 성민원이 24년 간 다양한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회를 내 가정처럼 생각했습니다. 성도가 200-300명이 됐을 때부터, 구제할 곳이 너무 많았습니다. 시청에 가서 푸드뱅크를 맡겠다고 했고, 저도 직접 밥을 가지러 학교들을 찾아갔습니다.
제 목회에는 의도가 없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성도들을 사랑하면서 꾸준하게 하다 보니, 오늘날 열매를 맺었습니다. 못생긴 나무가 숲을 이루듯, 여러 부족한 점이 있고 다른 갈 데가 없어 교회만 붙들고 있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웃음).”
-한국교회 복지 사역의 모델로 불릴 만합니다.
“성민원도 어디서 배워서 한 게 아닙니다. 40년 전에는 이 나라에 ‘복지’라는 개념이 없을 때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다 보니 사람 사랑, 더불어 삶, 다음 세대 청소년 양육 등을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선교원을 시작했고, 지금도 제가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노케어, 1·3세대’ 같은 단어들이 성민원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어르신 무료급식도 24년 전 노인복지관 관장을 하면서 시작한 것이 시초입니다. ‘밥 한 끼 제공하는 게 뭐 대단한가’ 하면서 시작한 일입니다.
요즘은 여러 곳에서 노숙인과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많이 제공하고 있어, 저희는 저녁식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사역들이 한국교회를 선도하려는 의도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교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등불을 들면, 등경 위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여기 군포에서는 교회 욕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교회를 두렵게 생각합니다. 정치권이나 교회끼리의 시기가 문제이지, 불신자들은 교회를 좋아합니다.”
-44년간 목회하셨는데, 목회란 무엇인가요.
“목회 계획이 없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무서운 것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바로 계획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목회 중 자칫 하면 목회자가 사람을 보면서, 하나님의 공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죄를 책망하지 않고 적당히 위로하면, 성도들의 회개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교인들은 제게 좋은 목사라고 이야기하지만, 너무 강하다는 반응도 없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사랑과 책망을 겸하듯, 목회자는 한 손에 꿀을 들었다면 한 손에는 막대를 들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건강한 교회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너만 성경 보냐’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씀이지만, 개척교회 이후 오늘까지 이어오면서 성경을 보는 관점이 발전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제 병을 고쳐 주시고 여기까지 오게 하셨으니, 제 계획은 분초를 아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 자체도 제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잘난 척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가난과 부함도 없고 청년과 노인도 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잘해주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목회 가운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돌아 보신다면.
“이 나이까지 와서 보니, 제가 잘한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것보다, 세월이 정말 빠릅니다. 그래도 선교원과 성민원은 잘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는 44년간 주보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밖에서 부흥회나 강의를 하기보다, 교회에 충실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아내가 잘 보필해 주고, 자녀가 잘 자라주었고, 장로님과 성도님들도 잘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목회하실 건가요.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헌신하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30세에 개척을 시작해 지금 44년째 목회하고 있지만, 지금도 목회활동에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부터 성경을 다시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지금도 ‘힘 닿는 데까지 설교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붙들려 있는 상태입니다(웃음). 지난달에 장로 신임투표를 했는데, 투표에 앞서 ‘나는 장로님들 다 좋게 생각한다’고 했더니 다 95% 이상 나왔습니다. 여러모로 행복하게 목회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2022년 새해를 맞아 독자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덕담 부탁드립니다.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바닥을 쳤다고 봅니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목회자들이 정치권의 잔인함과 허상을 많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젊은 목회자들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도가 줄어든다지만, 오히려 진짜 성도나 목회자들이 나타날 때입니다.
하나님은 나라나 교계의 위기 때마다 진실한 사람을 찾아내셨습니다. 아합 때는 엘리야와 무릎 꿇지 않은 칠천 성도를 남기셨습니다. 사자굴이 없었다면, 과연 다니엘이 이렇게 돋보일 수 있었을까요. 애굽에 7년 흉년이 없었다면, 요셉과 야곱 가정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표면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히 분별할 수 있는 환경이 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오히려 한국교회 내적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하나 되어야 하고, 야당은 분열돼선 안 됩니다. 끝까지 하나 되어야 한다. 여당 인사들도 자기 당만 생각하지 말고,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 주십시오.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기독인총연합회 대표회장과 미국 방위군 제8사단 한국명예여단 총재를 맡고 계신데, 관련 계획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듯, 한국교회 성도들부터 모든 조직이 지금 ‘채찍과 당근’으로 컨트롤당하고 있습니다. 당근으로 컨트롤하는 단체, 채찍으로 컨트롤하는 단체가 각각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향 없이,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이 복음 안에 하나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우리나라 발전에 있어 얼마나 큰 일을 했습니까. 한국 기독교 역사를 보면, 복음이 (미국에서 건너온) 밀가루에도, 헌옷가지에도 붙어서 왔다고 봅니다. 이러한 동맹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고 계속 하나 되기 위해 여러 일들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