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사태로 본, 교회 내 갈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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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칼럼] 때로는 갈등도 있어야, 온전한 하나 됨 있다

▲김연아 선수. ⓒ올댓스포츠 제공

▲김연아 선수. ⓒ올댓스포츠 제공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냉전의 영향으로 모스크바 올림픽과 LA 올림픽이 반쪽짜리 올림픽으로 전략해 버린 후 치러진 88 서울 올핌픽은 화합의 올림픽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올림픽 행사가 열린다는 점은 자랑스럽고 가슴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88년 올림픽에 대한 나의 기억은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더욱 뚜렷하다. 당시만 해도 친숙하지 않던 피겨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카타리나 비트의 환상적인 경기를 보았다.

피겨스케이팅을 잘 알지 못했던 내 눈에도 그의 연기와 스케이팅은 웬지 모를 흡입력이 있었다. 소련과 동유럽 선수들이 휩슬던 피겨 스케이팅에 동독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것도 화제 거리였다.

그 후 한국 김연아 선수가 등장하기까지, 한국은 동계 올림픽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한민국 김연아 선수의 등장은 동계 올림픽이 북유럽, 동유럽, 러시아, 북미주에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아시아에 돌린 세계적인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공공연하게 아시아권에서는 절대로 피겨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이 나올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등장은 전 세계 동계 스포츠를 탈유럽, 탈북미 하여 전 세계의 스포츠로 만드는데 기여 했다.

물론 그 이전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동계 올림픽에 추가되면서 한국은 메달을 석권했지만, 다른 종목은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에 격차가 있었다.

동계 스포츠는 특별히 국력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운동이다. 경기장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으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종목들이 많다. 자메이카 팀이 봅슬레이 경기에 참가한 후 ‘쿨 러닝’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겨울이 없는 국가는 올림픽 참가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992년 김기훈 선수의 쇼트트랙 금메달을 시작으로 그후 대한민국은 스피드스케이팅, 스켈레톤, 컬링 같은 동계 올림픽 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국력이 신장되면서, 자연스럽게 동계 올림픽 선수들의 수준도 국제 수준을 따라갔고, 동계 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온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미국은 국제 규격을 갖춘 실내 링크나 스케이트장 피겨 경기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동네 마다 실내 링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남부 캘리포니아도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휼륭하게 갖추어져 있다.

1948년부터 시작된 동계 올림픽은 1992년까지 하계 올림픽과 같은 해에 치러지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부터 하계 올림픽과 2년을 주기로 번갈아 치러지게 되었다.

대한민국도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림픽을 치러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계 올림픽만큼, 동계 올림픽도 그 경쟁력과 세계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가 되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준비 현장. ⓒ공식 홈페이지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준비 현장. ⓒ공식 홈페이지

2022년 동계 올림픽은 한국과 이웃한 이웃 나라 중국에서 개최된다. 중국도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적 수준으로 스포츠와 국가의 국격을 높이려는 의도로 올림픽을 개최했으리라 생각 한다.

하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동계 올림픽 역시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국가적인 힘과 국격, 그리고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의 이미지까지 새롭게 만들어 줄수 있는 최고의 행사가 되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스포츠 행사가 국제 정치와 국가들 간의 힘을 겨루는 마당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는 당시 인종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럭비 경기를 했던 뉴질랜드가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28개국이 올림픽에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80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소련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에 미국, 캐나다, 서독, 일본, 한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 50개국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소련과 국경 분쟁을 하고 있던 중국도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모스크바 올림픽은 80개국만 참가한 가장 초라한 올림픽으로 기록되어 있다.

1984년 미국 LA에서 열린 올림픽에는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 미국과 분쟁을 겪고 있던 이란과 리비아가 불참을 선언하여, 역시 반쪽짜리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세계 평화와 화합’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올림픽이 자국의 이익과 힘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6일 미국은 대변인을 통해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 민족 학살과 반인도 범죄 등을 감안하여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어떤 외교적·공식적인 대표단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어떤 외교적인 정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외교 사절단 보이콧 선언에 호주, 영국, 캐나다 정부도 공식적으로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와 일본 정부도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내놓아, 앞으로 더 많은 나라가 보이콧 선언에 동참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공식 입장은 중국의 인권과 탄압에 대한 것이지만, 진짜 이유는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와 힘겨루기 라는 것이 지배적인 이유다.

어떤 상황이든 갈등이 없을 수 없지만, 냉전 시대가 끝나고 국제사회는 미국과 유럽연합으로 재편되면서 냉전 시대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등장하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미국과 서방국들이 중국 팽창주의에 맞서는 신(新) 냉전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 호주가 중국에 석탄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이 자국의 산업을 위해 요소수 수출을 금지하면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이 한국의 요소수 사태였다.

한국 정부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종전선언까지 이끌어 내려던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국가 이익을 위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새로운 갈등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갈등이란 칡넝쿨이 등나무와 얽히는 것을 말한다. 얽혀진 칡넝쿨과 등나무는 한쪽이 고사될 때까지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한쪽이 고사되어 죽을 때까지 싸움이 계속된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것이 갈등이다. 칡넝쿨과 등나무는 스스로 풀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며 치열한 싸움을 한다. 이 싸움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남긴 채 끝난다.

칡나무와 등나무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갈등한다. 고부간의 갈등 뿐 아니라 남편과 아내도 갈등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한다. 여야 정치인들도 서로 갈등한다. 선생님과 학생도 갈등한다. 집주인과 거주자도 갈등한다. 아파트 위층과 아래층은 소음 때문에 갈등한다.

사장님과 함께 일하는 종사자들도 갈등한다. 백신을 맞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나만으로도 갈등이 된다. 우리 동네에 혐오시설(쓰레기 소각장이나 원전 폐기물 처리장 같은)이 들어온다고 하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된다. 나라와 나라도 갈등한다. 심하면 갈등이 전쟁으로 확대된다.

목사와 성도들도 갈등한다. 교회와 교회도 갈등한다. 심지어 사도 바울도 바나바와 마가 요한의 문제로 심하게 갈등하다 헤어졌다.

“바나바는 마가라 하는 요한도 데리고 가고자 하나 바울은 밤빌리아에서 자기들을 떠나 한가지로 일하러 가지 아니한 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 하여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 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바울은 실라를 택한 후에 형제들에게 주의 은혜에 부탁함을 받고 떠나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다녀가며 교회들을 굳게 하니라 (사도행전 15장 37-41절)”.

그 갈등의 문제에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래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갈등이라고 말한다.

갈등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해결하면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 된다. 갈등은 나만 살고자 하는 이기심에서 시작하지만 공생과 연합, 이해와 화합으로 변화될 수 있다.

갈등으로 시작하여 공생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연리지’라고 한다. 각각의 두 나무지만 서로 한 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서로 이기심으로 시작된 경쟁이 상생하기 위한 동행이 되면 한 몸을 이루는 연리지가 되는데, 이 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견딘다.

두 나무의 뿌리가 서로 지탱해 주고 한 몸을 이룬 가지들도 바람과 환경에 더욱 강하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그 해결 능력도 뛰어나, 나무에 치명적인 환경이 되어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탁월하다.

그래서 이 연리지는 연합과 사랑과 화합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다. 결국 연리지를 보면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갈등을 잘 해결하여 공생하고 상생하면 오히려 더욱 강력한 연합과 공생의 길이 있음을 발견한다.

나라와 나라의 갈등뿐 아니라, 우리는 인생 전반에 갈등의 국면을 맞이한다. 갈등의 상황은 모든 인류가 피해갈 수 없는 생존의 필연적인 부분이다. 한편으로 갈등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나바호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오는 속담이 있다. “햇볕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

인생에 눈보라도, 비바람도, 모진 태풍도 있어야 건강하다는 의미다. 단 그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성숙함이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교회 안에도 여전한 갈등의 문제들이 있었다. 크고 작은 갈등의 문제들,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갈등의 문제들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2021년이 지나갔지만, 교회 안에 여전히 해결해야 할 갈등의 문제들이 남아있다. 상대편이 죽어야 끝나는 갈등의 문제를, 서로 서로 상생하며 동행하여 살아내는 연리지의 지혜를 배운다면 2022년도 새로운 한 해를 감사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는 또 다른 김연아를 기대한다. 멋진 트리플 악셀을 통해 갈등과 분열과 대결로 얼룩진 갈등의 장이 된 올림픽을 화합과 평화와 동행의 장으로 바꾸어줄 멋진 선수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박종순 목사
제자들 교회
<열혈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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