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언젠가부터 ‘금기어’가 된… ‘헌신과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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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칼럼]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과 교회

▲파리의 한 카타콤. ⓒ픽사베이

▲파리의 한 카타콤. ⓒ픽사베이

2022년 1월 5일 23시 45분,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7층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단계 진화에 나섰고 7시간 뒤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2시간 뒤 다시 불이 크게 번지면서 오전 9시경 2단계 발령을 내렸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5명의 소방관이 연락이 두절돼 급히 인명 구조에 나섰지만, 결국 3명의 소방관을 화재 현장에서 잃는 참극이 다시 한번 빚어졌다.

지난 2021년 6월 있었던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소방관을 잃었던 비극적인 참사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 냉동 창고 신축 공사장에서의 화재로 인한 소방관의 희생은 새해 벽두부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겨울철 화재는 대형 화재로 번질 확률이 높고, 냉동 창고 건설 현장 특성상 건축 소재가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 성분을 내뿜는 재질로 되어 있어 이런 참극이 계속 된다는 지적이다. 또 다시 이런 참극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재 현장에서 경험이 많았던 베테랑 소방관도 이번 화재에서 희생자가 된 것은 치명적인 유독 성분을 포함한 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소방 공무원으로 자기 인생의 꽃을 피우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신참 소방관도 참사의 희생양이 되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순직한 소방대원의 가슴 아픈 사연이 연일 보도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잊혀질 만 하면 한 번씩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2021년 4월 15일 기준으로 이전 10년간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소방공무원들의 근무 중 순직한 현황을 보면, 화재진압 14명, 구조활동중 18명, 구급 7명, 생활안전 3명, 기타 7명으로 나타났다. 결국 위험한 화재 현장이나 구조 활동중에 사망한 소방 공무원의 숫자가 다른 희생의 현장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급박한 사고 현장과 화재 현장에서의 사망 사건보다 우리가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소방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화재, 구조 활동, 구급 등 위험한 상황에서 순직한 소방 공무원 숫자가 총 49명인데 반해, 같은 기간 동안 소방 공무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총 인원은 두 배에 달하는 97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누구보다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다루는 소방 공무원들이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저버리는 비율이 사건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는 것은 충격이다. 또 무관심하게 넘겨버린 우리의 잘못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방 공무원들의 동료나 가족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극심한 공황장애나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들 말한다. 화재현장, 긴급한 구호현장, 구급활동이 필요한 사고 현장은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에는 매우 끔찍한 사고 현장들이다. 초 단위에 따라 생사를 가르는 급박한 현장을 마주해야 한다. 이런 사고 현장을 맞닥뜨린 소방관들은 사고 수습 후 상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 사고 현장에서 자신들의 실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명을 구조하는데 실패하면, 엄청난 죄책감과 트라우마가 따라온다고 한다. 특별히 동료 소방관을 사고 현장에서 잃어버리면 그 후유증은 최고조에 달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과 가족들의 증언이다.

때론 인명 구조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소방 공무원들을 상대로 민사상 책임과 형사 고발까지 서슴치 않는다는, 믿어지지 않는 일들도 일어난다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봇짐 내놓으라’ 한다는 옛 속담이 괜한 속담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방 공무원들은 화재와 인명구호, 사건사고 현장 같은의 어려움들이 존재하지만, 어쩌면 보이지 않는 더 위험한 현장이 그들의 헌신과 수고와 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밝힌 퇴직 공무원들의 평균 수명 중 소방 공무원들은 평균 68세로 나타나, 100세 인생을 노래 하는 이 시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공안직 72세, 기능직 73세, 일반 경찰직 74세, 교육공무원 77세 순으로 집계되어, 다른 국가 공무원들보다 현저하게 낮은 평균 수명을 보여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소방 공무원들의 평균 기대 수명이 낮은 이유로는 현장 근무 이외에도 3교대로 밤샘 근무가 많고,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부상 후유증을 앓는 경우와, 바로 사망에 이르지 않지만 유독가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다른 직종에 비해 너무 많은 점, 현장 근무 때 아프거나 힘들어도 병가를 내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15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남녀 평균 기대 수명이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인 82.1년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소방 공무원들의 보여주는 수치는 평균치에도 너무 미달되는 심각한 수치를 보여준다.

2001년 9월 11일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근교 한 호탤에서 막 아침 식사를 마치고 준비하고 있을 때, 911 사건을 TV 화면으로 목격하게 되었다. 충격에 휩싸인 미국과 전 세계가 테러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과 노력으로 인해 911 사태는 치유되기 시작했다.

911 테러로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의 총 숫자는 412명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에서, 무너진 후 응급 구조와 구호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통해 그들은 단지 테러의 희생이 아닌 영웅이 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이런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가 있을 때 영웅들이 등장한다. 각종 언론 매체와 국가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든 그렇지 않든, 재난과 국가 위기를 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재난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한국의 재난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난과 책임소재 추궁, 반복되는 뻔한 대책뿐, 누구도 그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반복되는 모습을 본다. 왜 미국 헐리우드 영화 중 히어로물들이 많이 등장하는지 이해가 된다.

911 테러 사건은 미국이란 나라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한 초유의 사건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결국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국가의 자존심을 세워 국제적 힘을 과시했지만, 정작 미국인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은 테러 현장에서 희생한 소방관들의 이야기였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당시 희생한 소방관들의 아내와 가족과 동료들을 지원하고 미국의 영웅으로 대우한다. 단지 911 추념일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소방관들이 초등학교 현장 교육에 직접 투입되어 911 사건의 이야기와 희생에 대한 삶을 가르친다.

단지 이들의 희생에 대한 대가로 영웅 대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소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건물을 시공할 때, 기초부터 중간 단계점검, 마지막 건물의 사용 승인까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 소방 검진과 시시때때로 실시하는 소방 검진으로 건물이 폐쇄되거나 일시적으로 사용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까다로운 소방법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에도 미국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소방대원들의 비결은 ‘희생’이다.

미국 초등학교 아이들 중에 장래희망 부동의 1위는 늘 소방관이다. 연말연시 많은 미국인들은 소방서에 기부하고, 그들의 헌신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소방차가 달려 가는 곳이면 모든 차들은 운행을 멈추고 소방차가 지나갈 때까지 좌우로 길을 피해준다. 구조와 화재 진압 등 소방관이 필요할 때는 건물도, 길가의 자동차도, 가로수도 소방관의 판단 하에 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 이처럼 막강한 법의 집행과 함께 강력한 법의 보호를 받는다.

혹 사건사고 현장에서 순직하는 소방관이 있으면 아내와 자녀들, 심지어 부양하는 부모까지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져 준다. 이런 특혜가 없다 싶을 만큼, 사회적인 특혜를 누린다.

그럼에도 미국 사람들이 소방관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고 최고의 찬사와 존경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그들의 ‘희생’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고, 가장 위험한 곳에 뛰어들고, 자신의 목숨과도 맞바꾸어 조난자들을 구조한다. 그 헌신과 수고의 대가를 인정하고 존경한다.

한국 소방 공무원들의 환경은 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하다. 소방 장비도 개인 돈을 들여 구입해야 하는 실정일 뿐 아니라, 각급 소방 장비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구급 활동 중 민원인들의 분별없는 행동까지 감수해야 한다. 사람을 구해 놓고도 행정 처분과 민사소송 등 각종 송사에 시달려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소방관들의 희생정신과 수고는 미국 소방관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세계 재난 현장에 급파되는 현장 구호 인력들 중 한국 소방대의 구조 기술과 헌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이미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자국민들과 정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많은 교회들은 각 지역 소방대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사들을 많이 만든다. 소방서를 지원하기 위한 행사와 기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든다.

소방대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혜택과 지역사회의 도움도 상당하다. 그들이 은퇴 후에도 근무시 얻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에서 자발적으로 보살핀다. 목숨을 돌보지 않는 희생 덕분이다.

초창기 한국교회의 성장도 희생의 몫이었다. 목회자들의 희생, 목회자 가족들의 희생, 교회 개척자들의 희생….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대에 누구도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그 희생과 헌신에 대해 감사했다. 그 열매와 결과를 지난 한국 교회는 누려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헌신과 희생이란 단어는 교회의 금기어가 되어 버린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성도들의 희생과 헌신이 세상에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교회 재산을 늘려 가는 것을 지칭하는 듯 보이면서부터다.

필자도 목회를 하면서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코스프레를 해보지만, 더 이상 목회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그리스도의 헌신과 희생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소방 대원들의 희생을 보며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리는 시민들의 눈길과 마음을 보며, 아직 세상도 진짜 희생과 헌신에 대해 진정한 마음과 가슴으로 공감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다.

그래서 교회가 다시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과 헌신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에 대한 진실된 헌신과 삶을, 한 번쯤 이 시대 세상 사람들에게 검증받아야 할 때가 되었다.

박종순 목사
제자들 교회
<열혈독서>, 《Meta Thinking》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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