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무속 프레임’? 진보 교계의 ‘이중잣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윤석열 후보 비판만 열 올려… 이재명 후보엔 ‘침묵’

‘비선정치·무속정치’ 비판 선언문 잇따라 발표
목회자·신학자 28인 선언문 이어 NCCK 가세
신학자 선언문 작성 인사, 종교다원주의 주창

▲1월 27일 ‘무속정치·비선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경민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크투 DB
▲1월 27일 ‘무속정치·비선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경민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크투 DB

진보 교계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무속 프레임’을 계속해서 꺼내들고 있다. 이는 사실상 보수를 대표하는 윤석열 후보(국민의힘)를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25일과 27일 ‘비선정치·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선언’에 이어, 설 연휴 직전인 30일에는 신학자 28인의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 2월 3일에는 NCCK와 YMCA가 공동으로 ‘무속 비선 정치가 주권재민의 공론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MBC TV ‘스트레이트’의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대표 7시간 사적 녹취록 공개 이후, 진보 교계는 기독교인들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무속 프레임’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성명서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1월 25일 선언문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대표를 직접 거론했으며, 27일과 30일, 2월 3일 성명서에서는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1월 30일 신학자들은 “주술은 오랜 세월 우리 평민의 아픔과 한을 위로하며 그 일상을 종교적 깊이에서 뜻깊게 동행해 왔던 무교(巫敎)를 말함이 아니고, 사사로운 관심에서 미래를 엿보도록 한다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깥의 힘’에 기대어 소원의 성취를 돕는 사이비 종교 술(術)을 의미한다”며 “교회와 종교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묵과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지와 연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해괴하기 이를 데 없다”고 주장했다.

▲1월 25일 비슷한 내용의 비선정치 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들 기자회견 모습. ⓒ유튜브
▲1월 25일 비슷한 내용의 비선정치 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들 기자회견 모습. ⓒ유튜브

2월 3일 NCCK와 YMCA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무속 비선 정치 논란으로 시민민주주의를 향해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답지 않게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공론의 장으로서의 정치를 강조하며 정계나 법계, 경제계의 권력층 사이에 만연된 무속정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또 “이러한 비판이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 시비도, 특정 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지도 아님”을 언급하고, “건전한 민족종교의 전통 문화에 대해 존중하며 정파적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가 아닌 복음의 공적 가치인 생명·정의·평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에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속 행위나 무속 정치 자체는 경계해야 하지만, 진보 교계는 소위 ‘무속’에 대해 평소 비판적이지 않았기에 ‘이중잣대’ ‘내로남불’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WCC의 ‘초혼제’를 비롯한 종교다원주의 논란이 대표적이다. 1991년 호주 캔버라 제7회 WCC 총회에서 우리나라 정현경 교수가 ‘초혼’ 의식을 거행한 것에 대해, 신학대 교수들이나 NCCK가 공식적으로 비판한 적은 없었다.

지난 2013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WCC 제10회 부산 총회에서도 개회예배에서 성수(聖水)를 가지고 입장하거나 각 대륙을 상징하는 이콘(icon)을 단상 위에 올려놓았고, 목회자들이 이 생경한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제10차 부산 WCC 총회 개회예배에서 카레긴 총대주교(왼쪽)가 설교하고 있는 가운데, 단상에 성수와 이콘, 장구 등이 놓인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2013년 제10차 부산 WCC 총회 개회예배에서 카레긴 총대주교(왼쪽)가 설교하고 있는 가운데, 단상에 성수와 이콘, 장구 등이 놓인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뿐만 아니라 1월 30일 발표된 신학자 28인의 성명서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를 작성했다는 이정배 박사(감신대 은퇴)는 교수 시절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하면서 기독교의 ‘배타성’을 강력 비판했던 인물이라는 점도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하는 시대에 종교다원주의는 필연적”이라며 “종교다원주의에서 열린 자세와 대화는 필수이고, 종교다원주의를 통한 타종교간 교류와 대화는 현대사회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박사는 당시 “기독교와 불교는 어떤 차이를 갖는 것일 뿐, 불교나 다른 종교를 내가 절대 판단의 기준이 되어 ‘틀렸다’고 할 수 없다”며 “우리는 불교, 힌두교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계시하신다. 즉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실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배 박사는 지난 2016년 3월 한국종교발전포럼에서는 한 술 더 떠 “조상 숭배에 대한 기독교의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제사를 예배의 일환으로 수용하자”며 “제사를 ‘우상숭배’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버리고, 제사의 허례허식과 미신도 떨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기독교 예배 시 하나님 영의 임재를 바라듯, 초혼(招魂) 또한 제사를 통해 조상의 혼을 삶의 자리로 초대하는 것”이라며 “제사는 조상의 임재를 온몸으로 느끼며 생명의 영속성을 자각하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의례다. 개신교가 제사를 수용하기 위해, 소위 조상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옳게 정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상의 끝이 어디인가. 끝을 찾아 올라가면 하느님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상제사와 하느님 예배는 둘이 아니다”며 “제사는 ‘인간을 근원으로 이끄는 하나의 거룩한 끈’이다. 절이란 우상숭배가 아니라 모질게 살았던 조상들의 삶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작게 만드는 행위”라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2월 10일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에서 조상에게 절하는 모습. ⓒ유튜브 온마이크 캡쳐
▲이재명 후보가 지난 12월 10일 경주 이씨 시조 발상지에서 조상에게 절하는 모습. ⓒ유튜브 온마이크 캡쳐

또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신학자 28인 중 상당수는 신학대 교수직에서 은퇴하거나 물러난 이들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이들이 비슷한 정치적 진영에 서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본인의 욕설 논란부터 최근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과 ‘갑질 의전’까지 온갖 의혹과 추문이 나오고 있지만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소개하고 있음에도 지난 2021년 12월 10일 경주를 찾아 조상의 제단에 절을 하기도 했으나, 진보 교계 성명서에서는 이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분당우리교회에서 우리 주님 모시고 있다”고 발언했다가 해당 교회에서 제적 처리된 사실이 공개됐으며, 2020년에는 “정식 집사는 아니다”고 언급하면서 ‘가짜 집사’ 논란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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