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서 제안
본문 콘텐츠 잘 전달하면서 숨은 하나님 감정 드러내
코로나로 지쳐 있던 성도들 울고 웃으며 플랫폼 이뤄
설교에서 대중적 소통과 감동 어떻게 줄지 항상 고민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설교학 세미나 ‘코로나 패러독스를 위한 창조적 설교 포럼’이 21일 오후 하남 미사 칼라 스튜디오에서 새에덴 신학아카데미(원장 이희성 교수) 주최로 진행된 가운데, 소강석 목사가 1부 설교에서 자신의 ‘극화적 설교’에 대해 소개했다.
‘극화적 설교의 장르를 열 수는 없을까(고전 4:9-10)’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소 목사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극화적 설교에 올인했다. 본문의 콘텐츠를 잘 전달하면서, 본문 속에 숨은 하나님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애썼다”며 “그럴 때 코로나로 지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소강석 목사는 “예배가 초토화됐을 때는 출석 교인보다도 몇 배 많은 이들이 유튜브 예배에 참여했고, 그걸 유튜브에 올려놓으면 기본 조회수가 십수만 명, 20만이 넘는 것을 경험했다. 짧은 유튜브 역사이지만, 극화적 설교를 통해 놀라운 역사를 일으킬 수 있었다”며 “극화적 설교로 하나님의 감정을 전달하면서, 때로는 저 자신을 비하할 때가 있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고, 성령의 임재의 퍼포먼스를 이루기 위한 목적뿐이었다. 그것 역시 설교자의 두려운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랬을 때, 저 자신도 눈물을 흘리고 성도들도 함께 울고 웃는 플랫폼을 이루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신학생 시절 조용기 목사님 설교를 엄청나게 흉내내곤 했다. 그러나 저는 장로교회 목사가 될 사람이어서, 곽선희·이동원 목사님으로 모델을 설정했다. 이동원 목사님은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곽선희 목사님은 우아하고 세련된 언어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설교하셨다”고 전했다.
소강석 목사는 “두 분 흉내를 많이 내보았지만, 마치 사울의 갑옷을 입고 있는 다윗처럼 어색하고 불편했다”며 “제 첫 목회 현장은 가락동이었는데, 성도들 대부분이 가락시장에서 리어카로 채소를 옮기는 등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인부나 노점상들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 가슴의 상처와 한을 어루만지고 치유하고자 했고, 이성적·주지주의적 설교보다 개인에게 다가가는 감성과 어루만짐의 설교를 했다”고 회고했다.
소 목사는 “거의 밤을 새고 교회 온 분들이기에, 조곤조곤하게 설교하면 다 졸아버렸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웅변형으로 판소리에 가까운 설교를 하게 됐다. 이런 설교 스타일에 점점 간증 스토리와 내러티브 구조를 엮게 됐다”며 “그래서인지 개척교회 때부터 성도들이 설교하면 웃거나 울었다. 눈물을 의도한 것도 아닌데 성도들이 울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 설교를 발전시켜 왔다. 다윗이 사울의 갑옷을 입지 않고, 자신만의 물맷돌을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설교자는 설교 중 어떻게 하면 대중적 소통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설교 현장은 전쟁터라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상황은 더더욱 설교 현장이 전쟁터임을 극명하게 폭로했다”며 “코로나는 반달리즘을 몰고 와 교회 예배를 초토화시켰다. 코로나 이전 스타일로 설교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천 명 모이는 교회도 설교를 듣는 사람이 200-300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 이전 성도들이 교회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설교라는 사건 가운데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존 설교가 너무 정형화·제도화·화석화되다 보니,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포돼야 할 말씀이 하나의 예배 순서에 불과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또 “설교가 하나님 말씀이 선포되는 하나의 사건이자 축제라면, 청중은 왜 설교 시간에 졸고 변화되지 않는가”라며 “강해설교는 본문을 잘 드러내고 적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용이 아무리 탄탄해도 전달 방식이 너무 단면적·평면적이면 보완돼야 한다. 우리가 전달하는 말씀의 진리는 변할 수 없지만, 그 진리를 전달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강석 목사는 “오늘날은 플랫폼 시대다. 플랫폼에는 자발적 참여와 소통, 공감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런 플랫폼을 이루려면, 일단 판을 잘 깔아놓고 스토리를 잘 전개해야 한다”며 “스토리도 너무 획일적·평면적이어선 안 된다. 항상 플롯 구조를 이뤄 반드시 반전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 속에 핵심 메시지, 복음을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그럴 때 청중은 졸 수 없고, 자발적으로 설교에 참여해 설교자와 영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감동을 받게 된다”며 “<설교에 관하여>를 쓴 조엘 비키에 의하면 솜사탕 같은 설교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지성 위주 설교는 사람을 우쭐하게 한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주의적 설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본문에 나타난 하나님의 감정이 설교자의 감정을 지배하고 움직여서 청중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달 내용은 복음의 본질이고 하나님 말씀 자체”라며 “그런 의미에서 루돌프 보렌은 설교 행위를 성령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이는 설교의 엔터테인먼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극화적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때로는 극화적 설교를 위해 스토리에 플롯 구조를 이뤄야 하는 동시에, 설교자의 어리석음과 바보스러움을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설교자의 어리석음과 바보스러움은 요한 실리에 교수가 <하나님의 어릿광대>라는 책에서 강조한 것”이라며 “물론 설교자는 우아하고 품격이 있어야 하지만, 본문에 숨어 있는 하나님의 애절한 마음, 하나님의 어떤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어리석을 때도, 바보스러울 때도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소강석 목사는 “바울 역시 그리스 연극 문화권에서 십자가 구원 역사를 설교할 때, 로마 사람이든 그리스 사람이든 마치 구경거리, 광대 같은 역할을 하며 극화적 설교를 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사도 바울은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미련한 것이고, 복음을 전하는 것 자체가 세상 사람들 보기에는 어리석은 것이라고 정의했다(고전 1장)”고 풀이했다.
소 목사는 “<하나님의 어릿광대>를 쓴 요한 실리에에 의하면, 복음 전도자가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세상적으로 볼 때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설교자야말로 하나님의 어릿광대인 것”이라며 “바울이 ‘텐트 메이커’, 장막을 만드는 일을 했다는데(행 18:3), 최근 ‘극장의 소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바울의 장막 만드는 일이 극장이나 공연과 관계가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희 교회는 ‘언택트 문화’가 발달하고 ‘비대면 사회’가 이뤄질수록, 성도들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신앙과 신앙이 네트워크화된 강력한 영적 공동체, 본드처럼 강력하고 결집력 있는 거룩한 부족공동체를 이뤘다”며 “그 중심에 저의 극화적 설교가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에도 온라인 등록자들이 1년에 4천 명에 가까이 등록했고, 재정도 코로나 전보다 더 상승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설교를 해 왔다. 이것이 극화적 설교의 한 장르라 보고 나름대로 이 장르의 설교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꼭 제 방식이 아니어도, 앞으로의 설교는 디바인 드라마와 같은, 은혜와 영광이 드러나는 설교가 돼야 한다”며 “오늘 포럼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설교가 어떻게 잘 전달되고 예배와 교회를 세워갈 것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설교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