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 이윤석 원장 (上)
‘혼란한 세상 가운데 믿고 찾을 수 있는 한국교회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표방한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원장 이윤석 목사, 이하 SIEW)이 최근 창립했다. SIEW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온 기독교 세계관 사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사회적 영향력을 좀 더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는 ‘기독교 세계관 2.0 운동’을 추구하고 있다.
본지는 SIEW 이윤석 원장을 만나 기독교 세계관 운동 전반을 돌아보고, 연구원 설립 취지와 사역 방향 등을 청취했다. 인터뷰에는 연구위원인 서나영 박사(백석대)가 함께했으며, 두 차례로 나눠 연재된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 진지한 기독교적 성찰 다소 부족
교회와 함께하지 못해 변혁 추구·실행할 동력 아쉬움
기독교 외부 다른 학자들과 사회에 영향 미치지 못해
전문적 신학 훈련 이수해 기독교적 성찰 제시할 예정
-SIEW를 설립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내 기독교 세계관 운동 단체로는 기독교학문연구회에서 출발한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KACS)가 학술대회와 학술지를 내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에서 활동하던 양승훈 박사님 등이 세운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유경상 박사님 등의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CTC), 그리고 성인경 대표님의 한국 라브리공동체가 있습니다.
각 기관의 성격이 조금씩 다릅니다. 동역회는 학술활동, VIEW는 대학원, CTC는 다음 세대 중심 세계관 교육, 라브리는 구도자 대상 전도 등입니다. 이 외에 송인규·신국원·최용준 교수님 등과 몇몇 목회자들이 세계관 운동을 해오셨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과정을 운영하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30여 년 이어져온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가장 많이 적용된 분야가 ‘기독교 교육’입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교육철학부터 원리, 커리큘럼까지 기독 대안학교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취지는 사회 각 영역에 기독교 세계관이 들어가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00년대 초 ‘기독교 세계관이 필요한가’ 하는 논쟁도 있었습니다. 엘리트 위주의 지성적 운동으로 흐르다 보니 활동력이 없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좋은 크리스천 교수와 학자들이 전공 영역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접목해 성찰하는 활동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이 담긴 경제학과 정치학 등을 제안해야 했지만, 일반 학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꾸준히 해온 점에서 대단한 성과이지만, 진지한 기독교적 성찰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더구나 학술논문이다 보니, 독자가 별로 없어 사회적 영향력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기독교 외부의 다른 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입니다.
주요 멤버들도 각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들이지만 대부분 신학을 하지 않은 평신도여서, 일종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 세계관 운동을 했지만, 교회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세계관 교육이 교회에서도 일어나려면 목회자들이 앞장서 교회의 구조와 원리에 따라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이렇듯 교회와 함께할 채널을 만들지 못한 것도 세계관 운동이 다소 정체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은 변혁을 추구해야 하는데, 실제 변혁을 추구하고 실행할 동력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타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세계관 2.0 운동’을 표방하셨군요.
“기존 신학교는 교단 성직자 양육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보니, M.Div 과정이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동이 없습니다. 신학교들이 규모는 크지만 사회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중요한 이슈들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의 궁금증과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규 신학대 과정을 풀타임 등록하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공부하고 싶은 수요를 잘 잡아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순발력 있게 움직이면서도, 연구를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해 성도들과 목회자들 입장에서 전문가들이 성경적 관점에서 잘 분석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성도들이 세상의 분석에 휘둘리면 안 되는데, 성경적 관점의 분석이 없다 보니 일반 신문을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가 정치적 논리 속 치열한 갈등 구조에 있기 때문에, 목회자든 성도든 정치 논리에 함몰될 수 있습니다. 세상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견제할 수 있는 지적 자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여러 주제들, 각자 진영들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하고 적절한 원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싱크탱크가 하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좋은 크리스천 학자들만으로는 안 되고, 가능하면 전문적 신학 훈련을 받아 기독교적 성찰이 가능한 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적합한 분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3명으로 시작해 10-11명까지 모았고, 아직 Th.M 과정 중인 분들이 2-3명 더 있습니다.
여기 서나영 박사님은 개혁주의 신학에 기초해서 기독교 예술인 미학을 공부하신 유일한 분입니다. 이 외에 분자생물학과 물리학, 법학, 관광학 박사 학위가 있으면서, 신학 훈련을 받은 분들입니다. 대부분 목사들이어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 문제에 좀 더 실질적으로 접근해 성도와 대중들도 볼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목회자들이 교단 안에 있으면서 교회 질서를 따라 저희가 연구한 결과물들을 전파하고 변혁 활동을 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기존 세계관 운동 학자 분들과도 계속 연대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저희는 교회를 움직이려 합니다. SIEW의 가장 중요한 주력 사업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달 사회나 기독교 주요 이슈를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매년 연구원 전체가 달라붙는 전략 연구 과제입니다.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단체들이 하고 있는 포럼이나 세미나, 교육 등도 필요할 때 하겠지만, 핵심은 이 두 가지입니다.
한국에 목회자들이 10만 명 이상 있다고 합니다. 이 목회자들이 저희 연구를 다 읽게 하고 싶습니다. 1차 독자는 목회자들, 그리고 신실한 성도들입니다. 사회 이슈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 충분한 성경적 고찰을 통한 표준적 관점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목사님들에게 일종의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올해 전략 연구 과제는 ‘기독교 세계관 2.0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로 정했습니다. 회원 중 개혁주의 기독교 세계관 역사를 연구해 박사논문을 쓴 분이 있습니다. 아브라함 카이퍼부터 헤르만 바빙크와 헤르만 도예베르트, 프란시스 쉐퍼, 브라이언 왈쉬와 리처드 미들턴, 오스 기니스와 최근의 낸시 피어시까지 기존 세계관 학자들을 잘 리뷰해서 개혁주의 세계관을 통찰한 그 분의 논문이 기초가 될 것입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있어 손봉호·강영안·신국원 박사님에 이은 후학들이 많이 없는 편입니다. 운동성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통해 어떻게 세계관 운동을 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넣을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전국의 목회자들과 교회 내 신실한 성도님들을 움직이는 운동입니다. 저희만 해선 안 되고, 그동안 세계관 운동을 했던 분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5-6월쯤 지금까지의 세계관 운동을 리뷰하고 점검하는 컨퍼런스를, 9-10월쯤 향후 방향성과 대안을 각각 제시할 것입니다. 오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 ‘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선언’을 하면서, 운동성 있는 활동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