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장애 극복하고 한남대서 학위 받아
지난 11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열린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이광섭 한남대 총장은 직접 단상을 내려가 휠체어를 탄 졸업생에게 허리 숙여 박사학위를 수여해 화제가 됐다.
한남대 기독교학과(상담전공) 김용구 박사(47)와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박사는 불과 13년 전인 2009년까지도 지리산 종주를 7번이나 할 만큼 건강했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의 그에게 그해 11월 2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발생한 것.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다. 오랜 심폐소생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그 과정에서 척수신경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가 찾아오고 말았다.
“처음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대부분 척수손상장애는 신체적인 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공간, 시간, 관계적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당시 아내와 어린 자녀 2명이 있던 그는 한남대 기독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선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목회자가 설 수 있는 영역은 넓지 않았다.
시골 태생인 김 박사는 시골 작은 교회에서 소박한 목회를 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그의 소박한 꿈도 허락지 않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언젠가 나보다 더 심각한 손상을 가졌지만 더 밝고 즐겁게 살아가는 척수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후 김 박사는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병원을 찾아다니며 척수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후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의 길을 안내하는 전문적인 안내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한남대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 석사와 기독교학과에서 상담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내가 만났던 후천성 초기 척수장애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생애 처음 겪는 그 험악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당사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후천성 척수장애인이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지난한 감정의 굴곡을 겪는 동안,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의 삶’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구 박사는 현재 한남대학교회 대학부를 맡고 있으며, 2018년부터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를 개설, 고용노동부로부터 장애인식개선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각급 기관의 장애인식개선 교육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김 박사는 전공을 살려 향후 대학생들에게 지식과 삶에 대해 나누는 일에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