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만세시위 이끈 호주 선교사 3인, 독립유공자 서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마가렛 데이비스, 벨레 멘지스, 데이지 호킹 등

부산 일신여학교 3.11 만세시위 학생들 인솔·보호
외국인으로서 시위 계획과 실행, 사후 수습 주도해
시위 참여했던 일신여학교 학생 12인도 유공자로

▲왼쪽부터 마가렛 데이비스, 벨레 멘지스, 데이지 호킹. ⓒ국가보훈처

▲왼쪽부터 마가렛 데이비스, 벨레 멘지스, 데이지 호킹. ⓒ국가보훈처

3.1절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호주 선교사 3인에게 독립유공자 포상을 진행한다.

국가보훈처는 부산 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 교장이었던 마가렛 샌더먼 데이비스(Margaret Sandeman Davies, 1887-1963)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설립자 이사벨라 벨레 멘지스(Isabella Belle Menzies, 1856-1935)와 교사 데이지 호킹(Daisy Hocking, 1888-1971)에게 건국포장을 각각 수여한다. 이들은 호주인으로서는 최초로 대한민국 독립유공자가 됐다.

독립유공자로 서훈받는 세 명의 호주 선교사들은 부산 ‘3.11 만세시위’에 참여해 학생들을 보호·인솔하다 체포됐고, 이후에도 신사참배 반대 활동 등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 외에 시위에 참여했던 일신여학교 학생 12명도 서훈됐다. 일신여학교는 호주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을 다수 배출했다.

국가보훈처는 “일신여학교의 3.11 만세시위는 부산·경남 3.1운동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외국인이 시위 계획과 실행, 사후 수습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놀랍다”며 “경찰에 체포돼 보안법 위반으로 장시간 조사를 받은 것은 조선총독부가 당시 상황을 얼마나 위중하게 인식했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일신여학교 교장 마가렛 샌더먼 데이비스(마가례)는 일본 외무성 기록에 따르면 만세운동 과정에서 학생들들의 시위운동을 인솔한 혐의로 붙잡혀 1시간 반 동안 조사를 받았고, 외국인 신분으로 보안법 위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또 1940년 3월 호주 장로회 신사참배 반대 결정에 따랐고, 이로 인해 일신여학교가 폐교되자 호주로 돌아갔다.

이사벨라 벨라 멘지스(민지사)는 1895년 일신여학교를 설립했으며, 1919년 3월 11일 학생감독(기숙사 사감)이었으며, 시위에 사용할 태극기 깃대를 제공했다. 또 시위 후 태극기를 소각하는 등 시위 참가 학생 등을 보호하다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됐으나, 고령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교사 데이지 호킹(허대시)도 학생들의 시위를 이끌고 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됐고, 보안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919년 3월 16일자 매일신보에는 호주 선교사가 경영하는 부산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였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들의 활동은 지난해 11월 독립운동 공적으로 인정됐고, 국가보훈처는 올해 초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포상이 진행됐다.

국가보훈처는 “6.25 전쟁 참전을 결정했던 전 호주 총리 로버트 멘지스(Robert Menzies)가 동래여고 설립자인 벨레 멘지스의 조카라는 사실은, 동래여고가 양국 우호관계의 상징임을 확실히 보여준다”며 “지난해 한국·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았는데, 양국의 우정이 지속·강화되기를 희망한다. 앞으로도 호주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2월 3일 벨레 멘지스가 1895년 10월 15일 설립한 부산 동래여고를 찾아, 호주 정부에 감사하는 행사도 열었다. 동래여고는 설립 당시 부산진일신여학교로 칭했으며, 이후 동래일신여학교, 동래고등여학교, 동래여자고등학교로 개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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