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통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체코의 대응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해 전 세계가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인근인 체코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곽용화 선교사가 현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귀한 소식을 보내 준 곽 선교사를 비롯해 유럽 선교사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난민들 돕기 위해 다양한 방안 준비
구소련 점령 기억 그대로 남아 있어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은 추모 물결,
러시아 대사관 앞은 전쟁 반대 시위
2월 27일 일요일, 약 8만 명의 시위대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길이 750m의 바츨라프 광장을 가득 메우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전쟁 반대” 같은 메시지가 적힌 피켓들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면서 시위를 했다.
이 자리에서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총리는 군중들에게 1968년 구소련이 탱크를 앞세워 프라하로 진입하는 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국립 박물관 건물에는 그때 구소련군의 총알 구멍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프라하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도 계속해서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깃발과 “나는 러시아인이지만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푸틴 전범”과 같은 다양한 문구가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매일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체코에 있는 많은 건물에는 체코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함께 게양되어 있거나, 창문과 벽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붙여두고 있다. 이미 1천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체코 공화국에 들어왔고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체코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호텔들과 개인 집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운송업체들은 많은 트럭과 무료 버스들을 제공해 난민들을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은 자국 난민들을 위한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체코변호사협회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브루노(Brno)와 올로모우츠(Olomouc), 오스트라바(Ostrava), 그리고 파르두비체(Pardubice) 등 여러 도시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난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이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코 교육부는 각 학교에 전쟁을 대하는 교육 방침을 지시했는데, 이미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고 벨라루스 국적의 학생들이 많이 있어 외국인 혐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해 달라는 내용이다.
체코가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연대를 공고히 하는 이유는 1938년 뮌헨 협정, 1968년 8월 구소련 체코슬로바키아 점령과 같은 아픈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기만 전술과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나치를 몰아내는데 도움을 주었던 구소련이 침략자가 되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사건은, 체코인들의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많은 체코 사람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다음 비셰그라드 그룹(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을 공격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체코 텔레비전 실시간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외의 국가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체코는 합스부르크 왕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그리고 나치와 공산 정권의 지배를 경험하고 1989년 자유화가 되었기 때문에, 주변국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역사적 아픔과 동일시하면서 바라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체코의 지지와 도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프라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의 거리는 약 1.4km, 도보로 약 20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들이 켜져 있고 조용하지만, 러시아 대사관은 입구가 통제되었고 연일 많은 사람이 모여 히틀러와 푸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들을 나무에 걸어 놓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전쟁은 항상 큰 상처와 함께 후유증을 남긴다. 매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관 앞이나 시위 현장을 가면, 시위 군중 가운데 전쟁과 푸틴을 반대하는 소리를 높이는 러시아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도 이번 전쟁은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며,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곽용화 선교사
프라하생명나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