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사관 앞, 러시아인들도 ‘전쟁 반대’ 외치고 있다

|  

[프라하 통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체코의 대응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해 전 세계가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인근인 체코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곽용화 선교사가 현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귀한 소식을 보내 준 곽 선교사를 비롯해 유럽 선교사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난민들 돕기 위해 다양한 방안 준비
구소련 점령 기억 그대로 남아 있어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은 추모 물결,
러시아 대사관 앞은 전쟁 반대 시위

▲러시아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 모습. ⓒ곽용화 선교사

▲러시아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 모습. ⓒ곽용화 선교사

2월 27일 일요일, 약 8만 명의 시위대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길이 750m의 바츨라프 광장을 가득 메우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전쟁 반대” 같은 메시지가 적힌 피켓들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면서 시위를 했다.

이 자리에서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총리는 군중들에게 1968년 구소련이 탱크를 앞세워 프라하로 진입하는 순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국립 박물관 건물에는 그때 구소련군의 총알 구멍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프라하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도 계속해서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깃발과 “나는 러시아인이지만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푸틴 전범”과 같은 다양한 문구가 쓰여 있는 피켓을 들고, 매일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곽용화 선교사

▲자연사 박물관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곽용화 선교사

체코에 있는 많은 건물에는 체코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가 함께 게양되어 있거나, 창문과 벽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붙여두고 있다. 이미 1천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체코 공화국에 들어왔고 계속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체코 정부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호텔들과 개인 집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운송업체들은 많은 트럭과 무료 버스들을 제공해 난민들을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학생들은 자국 난민들을 위한 통역으로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체코변호사협회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브루노(Brno)와 올로모우츠(Olomouc), 오스트라바(Ostrava), 그리고 파르두비체(Pardubice) 등 여러 도시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난민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이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코 교육부는 각 학교에 전쟁을 대하는 교육 방침을 지시했는데, 이미 우크라이나, 러시아, 그리고 벨라루스 국적의 학생들이 많이 있어 외국인 혐오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해 달라는 내용이다.

▲러시아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 모습. ⓒ곽용화 선교사

▲러시아 규탄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바츨라프 광장 모습. ⓒ곽용화 선교사

체코가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연대를 공고히 하는 이유는 1938년 뮌헨 협정, 1968년 8월 구소련 체코슬로바키아 점령과 같은 아픈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기만 전술과 함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나치를 몰아내는데 도움을 주었던 구소련이 침략자가 되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사건은, 체코인들의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많은 체코 사람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다음 비셰그라드 그룹(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을 공격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체코 텔레비전 실시간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외의 국가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체코는 합스부르크 왕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그리고 나치와 공산 정권의 지배를 경험하고 1989년 자유화가 되었기 때문에, 주변국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역사적 아픔과 동일시하면서 바라보고 있다.

▲체코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바츨라프 광장에 갖다놓은 물품들. ⓒ곽용화 선교사

▲체코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바츨라프 광장에 갖다놓은 물품들. ⓒ곽용화 선교사

우크라이나에 대한 체코의 지지와 도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프라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의 거리는 약 1.4km, 도보로 약 20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들이 켜져 있고 조용하지만, 러시아 대사관은 입구가 통제되었고 연일 많은 사람이 모여 히틀러와 푸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들을 나무에 걸어 놓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전쟁은 항상 큰 상처와 함께 후유증을 남긴다. 매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관 앞이나 시위 현장을 가면, 시위 군중 가운데 전쟁과 푸틴을 반대하는 소리를 높이는 러시아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도 이번 전쟁은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며, 씻을 수 없는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곽용화 선교사
프라하생명나무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탈북민 강제북송

“中·北, 유엔 인권이사회 WGAD 결정사항 준수하라”

中, 탈북민 2천여 명 즉시 석방을 강제송환 금지 원칙 준수 촉구해 인권 존중하고 난민 지위 보장도 세계인권선언·자유권 규약 준수 ‘중국정부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이 11월 25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입구에서 개최됐다. 탈북민 강제북…

‘성혁명 교육 반대 학부모기도운동연합(이하 성반학연)’

“성오염 교육서 자녀들 구하자”… 기독 학부모들 연대

“성혁명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교육을 반대하는 일은 성경을 믿는 학부모 성도들이 우리 자녀세대들을 구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거룩한 사명이다.” 한국 교육계 전반에 이념적인 성혁명 교육이 광범위하게 시도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서는 일에 앞장서 …

중국, 가톨릭, 상하이 교구,

“中 가톨릭 주교, 박해에 무관심… ‘’종교 중국화”만 집중

중국에서 가톨릭 주교 10명이 구금 또는 실종되거나 직위에서 강제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정부에 의해 임명된 주교는 최근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종교 중국화’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매체 ‘비터윈터’는 “2023년 4월 4일 중…

한교총 8차 임원

한교총, 새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 차기 임원 인선 완료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제8회기 대표회장에 김종혁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를 선임하는 등 차기 임원진 인선을 마무리했다. 한교총은 9일 오후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제7-6차 상임회장회의·제7-1차 임원회 연석회…

기침 총회 114

이욥 목사, 천신만고 끝에 기침 총회장 당선

소송전 벌였던 이욥 목사 사과해 총회장 복귀 이종성 목사도 사과 1차 투표서 과반, 상대 후보 사퇴 동성애 지지 행사 및 집회에 참석 또는 개최/주관 금지 결의도 통과 정기총회에서 총회장을 선출하지 못한 기독교한국침례회(이하 기침) 총회가 이욥 목사(대…

k-ccm

주찬양·시인과촌장부터 위러브·히스플랜까지 CCM 사역자들 ‘한자리’

공로상 7인과 조현삼 목사 수여 앨범·워십·CCM 부문별 시상도 2년간 발표된 2,396곡에서 엄선 한국기독음악협회(회장 안민·송정미, 이하 K-CCM)에서 주관한 ‘2024 K-CCM 어워즈(AWARDS)’가 처음으로 지난 11월 25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담임 송태근 목사)에서 개최됐…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