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다른 유사 사건에 영향 끼치진 못 해
이란에서 가정교회 모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죄’가 적용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기독교인 개종자 9명에 대해, 항소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인권감시단체인 ’아티클 18’은 지난달 28일 테헤란 항소법원 34부가 하급 법원에 이 사건 유죄 판결을 재검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슬람공화국 대법원이 내린 재심 결정과도 일치한다.
세예드 알리 아스가르 카말리, 악바르 조하리 판사 2명은 “피고인들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독교인들이 당국에 순응, 복종하며 지지 속에 살도록 배웠다”고 밝혔다.
만수르 보르지 아티클18 옹호국장은 법원의 결정이 그가 본 어떤 판결보다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보르지는 성명을 통해 “판사들이 헌법, 사법 원칙, 법률 조항 및 이슬람 전통에 근거해 9가지 이유를 열거하며 판결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들은 기독교인 중 일부가 2년 반을 감옥에서 보내게 한 최초의 판결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9명 중 1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비슷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거나 강제 추방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미국 오픈도어는 이에 대해 “이란 기독교인들을 위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오픈도어는 이란을 세계에서 9번째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꼽았으며, 이란 당국의 무슬림 출신 기독교 개종자들에 대한 탄압과 지하교회 교인 체포에 대해 수 년 동안 경고해 왔다.
오픈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2005년 이래 무슬림 개종자들이 기독교 예배에 모이는 것을 금지했고, 위반 시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단체는 “더 넓게 보면, 이 재판들이 신자들을 궁극적으로 자유롭게 한다면, 이러한 판례는 같은 잘못된 혐의로 투옥된 더 많은 사람들을 석방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들 9명의 기독교인에 대한 결정은 이란 기독교인들에게 기념비적인 첫걸음이지만, 이번 판결과 그 이면의 논리가 전면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나딘 마엔차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도 이란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마엔차 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우리는 테란 항소법원이 9명의 기독교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란 법원은 평화롭게 기독교를 실천하는 것이 이란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9명의 기독교인들은 지난해 12월 말에 조건부로 석방됐다. 그러나 그 중 압돌레자 알리하그네자드 씨는 신앙과 관련된 또 다른 혐의로 올해 다시 수감됐다. 다른 2명인 베흐남 아클라기, 바박 호세인자데 씨도 새로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오픈도어는 “재수감과 새로운 혐의는 (이란 법원이) 향후 사건 처리에 있어 일관성이 없음을 보여 준다”고 경고했다.
무슬림의 기독교 개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란은 이 9명에 대해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동”과 “시온주의 기독교를 조장”한 혐의로 2019년 1월과 2월에 체포했다.
개종자들은 같은 해 10월에 징역을 선고받은 뒤, 2020년 1월 1인당 징역 5년씩, 총 45년형을 선고받았다.
아티클18에 따르면, 2019년 7월 개종자 5명은 고액의 보석금을 지불하지 못해 수감됐으며, 나머지 4명은 2020년 6월부터 감옥에서 복역했다.
한편 이번 무죄 판결이 구속된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무슬림 출신 기독교 개종자인 나세르 나바드 골타페 씨는 이란 법원에 재심을 청원했으나 최근 기각됐다.
이 60세 여성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018년부터 수감됐다. 그녀는 자신이 가정교회에 참여한 것이 국가 안보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법원에 묻는 호소문을 써 왔다. 이란 대법원 9부는 올해 1월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동의했으나, 2월에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