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통신] 남아 있는 성도들의 소식
서 선교사, 외무부 조치로 폴란드 넘어가
오후 5시마다 성도들 안전 확인하고 기도
위기 속에서 붙잡을 주님 계시기에 감사
그들의 고통과 아픔 회복·치료해 주시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해 전 세계의 규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인근인 체코 프라하 생명나무교회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곽용화 선교사가 현지 소식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교회개척사역을 하다 지금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현지 성도들을 돕고 있는 서정승 선교사가 보내온 서신을 전달해 왔습니다.
귀한 소식을 보내 준 곽용화·서정승 선교사를 비롯해 유럽 선교사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보안을 위해 지명과 성명은 익명 처리하였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우리 교회는 키이우 인근 모처에서 현지 성도들과 예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차로 40분 정도에 위치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OO가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헌신해 줬습니다. 가정 교회로서 마을에 사시는 성도 4명과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발생 한 주 전 우리나라 외무부의 여행경보 4단계 발령으로 인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를 떠나게 됐습니다. 주일날 성도들에게 “잠시 폴란드로 가 있다가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했고, “기다릴 테니 금방 돌아오라”는 성도들의 인사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옷가지 두 벌씩을 준비해 폴란드로 향했습니다.
전쟁이 발생하면서, 매일 오후 5시 온라인 화면으로나마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예배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무도 채팅창에 입장하지 않아 걱정하던 중, 검은 화면에 핸드폰 불빛 사이로 입술 주변만 보이는 가운데 OO가 입장했습니다. 너무 반갑기도 하고 놀란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른 교우들은 왜 들어오지 않는지’ 급하게 묻자, 전화기 뒤 어둠 속에서 한 사람씩 얼굴을 우리에게 보였습니다.
포격으로 인해 모두 방공호로 피신했지만, 자신들은 기도모임을 위해 다시 아파트로 올라와 한 곳에 모여 불을 끄고 입장한 것입니다. 전화기 신호가 많이 잡히는 곳에 폭격을 가한다는 말을 듣고, 전화기 한 대로만 접속한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씩 전화기를 바꿔가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전화기 속에서 서로 울었습니다.
위기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주님이 그들 안에 계시기에 감사를 고백하였고, 더욱 성도들이 말씀 속에 굳건히 서 있기를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구호품을 보낸들 그들에게 전달이 안 되고, 돈을 보내겠다고 하니 지금은 돈도 찾을 수 없고 종이 조각에 불과하다고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지난 밤 이젠 전기도 물도 난방도 들어오고, 약국도 가게도 문을 열어 음식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 계신 목사님을 통해, 그들 계좌로 얼마의 돈을 보냈습니다.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그들의 답신에, 잘 버티고 있는 그들이 고맙기도 하고 이것밖에 해줄 수 없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OOOO 가정은 아내 OOO가 너무 두려워해서 네 살배기 아들 OOOO와 함께 며칠 전 서쪽 끝 한 도시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아침 5시 30에 출발해 저녁쯤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 이젠 도착했겠지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더니, 이제 겨우 1/3 정도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차들이 길에 있고, 가는 곳마다 검문소가 있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평소 6-7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3일 걸려 도착했다는 소식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렸습니다. 잠을 못잤다는 그의 말에, 잠시도 눈을 붙이지 않고 아내와 아이의 곁을 지켰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만 납니다.
나머지 가정은 아직 OOOOO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일의 안전과 보호하심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OOOOO의 OO와 OOO는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현지에 있는 OO를 통해 연락을 시도해도,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OO의 소식에 따르면, 지금 그곳은 전투 중이라 물도 전기도 통신도 끊긴 상태라고 합니다. 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도해 주십시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고 결코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전쟁이 속히 끝나게 해주시고,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주님께서 회복시켜 주시고 치료해 주시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성도 중 한 분이신 93세 OOOO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신 분입니다.
그분이 저희를 만나면 전쟁 이야기를 한참 해주셨는데, 그때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가 다시금 딸과 손자들이 전쟁을 겪는 것을 지켜보며 얼마나 마음 아프실지, 그들의 고통이 속히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 부탁드립니다.
서정승 우크라이나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