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들 돕는, 천사같은 루마니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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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 속에서 4]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 난민센터

우크라이나 난민들, 국경 넘기까지 여정도 공포
포탄 투하 러시아군 우회, 마지막에 2km 걸어야
내부 주민과 외부 난민들의 필요 물품 목록 정리
난민 위한 위로 메시지 우크라이나어 번역, 출판

▲눈보라가 치는 가운데 난민들이 다른 유럽 지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눈보라가 치는 가운데 난민들이 다른 유럽 지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해 전 세계가 규탄하고 있는 가운데, 전 우크라이나선교사협의회장 김태한 선교사가 아내 윤수정 선교사와 네 번째 현지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김 선교사는 현재 불가리아로 임시 피신했다가, 지금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혼란 가운데 귀한 소식을 보내 준 김 선교사 부부와 현지 모든 선교사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우크라이나와 현지 사역에 도움을 주고 싶은 독자님들께서는 글 마지막 부분 계좌번호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에 도착한 지 열흘이 지났다. 매일 차를 타고 센터에 도착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불안감은 생각보다 심하다.

집을 떠나기까지 포탄이나 총격을 피해 지하실이나 방공호에서 두려운 날을 보냈다. 국경까지의 여정도 공포의 시간이었다. 러시아군이 주둔한 지역을 피해 우회하고 숲길을 통과하거나, 때로는 주변에 떨어지는 포탄을 보며 국경을 향해 온다.

기차로 온 사람들은 피난민으로 가득찬 공간에 갇혀 온다. 국경에 도달하고도 2km를 걸어야 루마니아에 들어올 수 있다. 봄이 멀지 않지만, 거리의 바람은 여전히 매서운 영하의 날씨이다.

국경을 넘어서면 안도의 숨을 쉬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외국어로 영어보다 독일어를 선호했다(지금은 영어를 많이 배운다).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와 루마니아어는 전혀 다른 언어이다. 루마니아 자원봉사자도 영어 소통이 되지 않아 힘들어한다. 이들 옆에서 소통을 돕는다.

▲김태한 선교사가 난민센터에 도착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태한 선교사가 난민센터에 도착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루마니아 사람들, 참으로 선하고 친절하다. 자원봉사자들이 난민을 사랑으로 대하고 안내하는 모습은 천사와 같다.

숙소를 배정받고 식당, 욕실(화장실), 모임 공간 등 시설을 안내받은 후 식사를 한다.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도착하는 가족은 언제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개방하고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 둔다. 정갈하고 맛있다.

식단도 우크라이나식 요리(보르쉬, 갈룹찌 등)를 준비하는 배려가 눈에 보인다.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함께 온 가족, 친척들은 잠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곳에 지내며 아래와 같은 필요를 파악했고, 더불어 진행해야 할 일을 계획 중이다.

◈난민센터 임시거주자들에게 필요한 물품들

이곳은 루마니아 국경에서 제일 크고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식과 필수품을 무료로 지급하지만, 몇 가지 물품들이 있다. 예컨대 손톱깎기, 립밤, 세정제, 물티슈, 밴드, 사이즈별 갈아입을 속옷과 티셔츠 등이다.

▲김태한 선교사가 난민들의 필요 물품들을 패키지로 구성해본 모습.
▲김태한 선교사가 난민들의 필요 물품들을 패키지로 구성해본 모습.

근처 매장에 가서 샘플로 패키지를 만들어 보니, 한 팩당 약 16 달러(약 2만 원) 정도 된다. 협력기관(BW)을 통해 요청했고 지원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물품을 통해 센터에 머무는 동안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우크라이나 내부에 필요한 물품

아직 우크라이나 내부에 있는 우크라이나 형제, 자매들은 위험한 전장에서 목숨의 위협과 더불어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군이 도시들을 봉쇄하고 필수품 유통을 막는 상황에서, 거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음식이다. 밀가루, 기름, 설탕, 사탕, 누들, 통조림 음식, 즉석 음식들, 쌀, 시리얼, 파우더 우유, 기저귀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필요 의약품들

부상자가 늘어 의약품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내 병원과 의료진들로부터 ①Antibiotics ②Hemostatics (that help the bleeding to stop) ③Analgesics (that calm and stop the pain) ④Sedativs ⑤Syringes and perfusion instruments ⑥Antiseptics ⑦Elastic bandages ⑧Tourniquet 등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지난 주말에 주문, 오늘 오후에 받아 전달대기 중이다.

이 외에 군목 형제들에게 지급할 겨울 양말 의류와 보급 장구를 요청받았다.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에 남아 현지인을 돕고 있는 L 선교사도 비상식량, 침낭과 손전등, 라디오, 캠핑용 취사도구 등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후원의 손길이 있어 물품을 구입해 준비한다.

▲윤수정 선교사(맨 왼쪽)가 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수정 선교사(맨 왼쪽)가 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영적인 양식 준비

지난 몇 년 간 ‘선의출판사’를 설립해 기독 문서를 보급했고, 이 일에 협력하는 동유럽 국가(헝가리, 루마니아) 형제들이 있다. 루마니아로 피난을 나오는 통에 우리 팀이 못한 일을 헝가리의 난도르(Nandor)가 해냈다.

기존에 출판한 묵상집 본문 중에 난민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선별해 우크라이나어로 번역, 편집까지 끝냈다. 감사하다. 드림팀(Dream Team)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가 우선 2만 권을 부다페스트에서 인쇄해 1만 권은 헝가리로 넘어온 난민들에게, 1만 권은 우주고로드로 들여보낼 예정이다.

우리는 루마니아에서 2만 권을 인쇄해서 1만 권은 국경을 넘은 난민에게, 나머지 1만 권은 남부 국경도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낼 예정이다. 이어서 성경(쪽복음 요한복음과 시편), 사영리(어린이용, 우크라 동료 김대오 선교사가 인쇄본 전달)도 인쇄해서 보급할 예정이다.

▲김태한·윤수정 선교사가 난민들을 환영하고 있다.
▲김태한·윤수정 선교사가 난민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 사역이 중요하다. 난민들은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며 분노와 슬픔, 공포와 이별을 경험했기에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일부는 불안에 떨며 잠을 못자고 식은 땀을 흘리며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의 위로이다.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기도하고 말씀을 들려주면 위로를 얻는다.

유럽 각국으로 흩어지는 그들에게 인쇄물은 당분간 유일한 자국어 책이 될 것이다. 낯선 언어 속에서 살아갈 이들에게 자국어 성경과 묵상집, 전도지는 위안이며 주님을 음성을 듣는 통로가 될 것임을 믿는다.

이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해 주셨다. 루마니아에서 30년 이상 사역한 정OO 선교사님을 통해 수체아바에서 출판을 해온 현지 형제를 만났다. 새로운 한 줄의 역사가 기록되는 지점에 서서 주님의 일하심을 보며 고백한다.

“오직 주님께서 모든 것을 이루십니다!”

▲김태한·윤수정 선교사.
▲김태한·윤수정 선교사.

김태한·윤수정 선교사
전 우크라이나선교사협의회장
일산세광교회, AFC 선교회
후원: 우리은행 1005-003-626363 의료법인 선의의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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