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선후협 포럼서 ‘선교사 순환 재배치’ 논의
4일부터 1박 2일간 경주 켄싱턴리조트에서 개최된 예장 고신 선후협 제12회 선교포럼에서는 선교사 재배치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KPM 선교사의 재배치 전략’을 주제로 발제한 홍영화 선교사(KPM 본부장)는 “1990년에 선교사로 인준받을 때 ‘선교지에서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었다”며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전략적 재배치는 시대적으로 선교학적인 지형도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요청되고 있다”고 했다.
전략적 재배치, 선교학적 지형 변화로 요청돼
난민 발생, 보안지역 출국, 코로나19로 가속화
단독 사역 아닌, 성경적 팀사역으로 인식 변화
홍 선교사는 재배치 가속화 요인으로 ▲아랍의 봄의 실패와 전쟁으로 인한 난민 발생 ▲보안지역 선교사 비자발/자발적 출국 ▲코로나19 펜데믹을 꼽았다. 그러면서 선교사 재배치를 위한 선교학적 근거로 ▲공동체성을 가진 팀사역을 위한 필요성 ▲인구의 대이동에 의한 재배치 필요성을 제시했다.
팀 사역과 관련, “교회의 사역은 목사의 단독 사역이 아니다. 선교사들도 선교지에서 성경적인 공동체성을 가진 팀 사역으로 교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KPM 역시 <팀 사역을 통한 현장 선교 강화>를 통해 선교활동은 개인의 일이라기보다는 팀의 사역이라는 것을 매뉴얼로 만들어 교육하고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PM은 자발적/비자발적(추방, 비자 거절 등) 이유로 1999~2020년 81명의 경력선교사들을 재배치했다. 81건 중 31건은 보안지역들에서, 41건은 개인적 사유로 발생했다. 9건은 순환보직제에 의한 본부선교사의 새로운 선교지 재배치였다.
KPM의 재배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신지역과 난민을 위한 재배치’다. KPM은 난민 사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광역팀 형태로 재배치해, 한 지역이 아니라 난민 루트를 따라 이동하는 대응 전략을 세웠다. 두 번째는 ‘제3국에서의 사역을 위한 재배치’ 전략으로, 중국에서 추방된 선교사들이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서 중국인 선교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일정 시기 되면 현장 선교사들 한국에 재배치
한국 거주 현지인 제자화해 다시 선교 현장에
제도 존재 자체만으로 장기사역 압박감 경감
세 번째는 순환 재배치 전략이다. 홍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현지 지도자를 세우고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게 되면 이양을 할 단계가 되지만, 대부분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혹은 자리만 지키고 은퇴 때까지 머물러 있었다”며 “현장 선교사를 의도적으로 한국에 재배치해 선교지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들을 전도하고 제자화해, 다시 선교 현장으로 들어가는 전략”이라고 했다.
선교사는 대부분 네 텀(한 텀은 7년)의 사역을 한다. 한 지역에서 평생을 지내야 한다는 것은 마음의 큰 부담으로, 본부는 처음부터 순환재배치 모델을 교육해, 두 텀 정도의 사역을 하고 이양한 이후 입국해 국내지역부에 소속해 사역시킨다. 순환 재배치의 장점으로 홍 선교사는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장기사역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경감시키고 역동적 사역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또한 “국내 이주민 사역과 한국교회의 이주민 사역, 그리고 선교 현장에 있는 교회가 연계성을 가지고 실제적인 팀 사역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때는 처음부터 국내에서 양성한 제자들을 앞세워 선교지에 전방 개척을 할 것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순환 재배치 모델은 보안지역 선교사들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 모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보안지역 선교사들은 장기간 보안 지역에서 사역하기가 불가능하여 중도에 재배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순환 재배치 모델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 텀을 한국에서 사역할 경우 은퇴 준비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가지게 된다”고 했다.
홍 선교사는 “지난 몇 년간 급증한 재배치의 요청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주로 문제 발생 후속 처리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선교학적인 이유, 효율성, 지속성의 이유로 전략적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구의 대이동을 인해 중요성이 증대되는 디아스포라 사역을 염두에 둔 전략들이 많이 마련되어야 현장의 사역이 유연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내 교회의 이주민 선교와 베테랑 선교사들이 만나고, 전략적으로 훈련된 제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방개척이 되는 사역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예장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선교사무총장으로 ‘팬데믹에서 사역 전환과 전략적 재배치’를 주제로 발제한 전철영 선교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선교 방식은 속지주의적, 즉 지리적 관점이었다”며 “지구촌은 전 세계의 이주와 이동으로 지역적인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든지 대상국 사람들을 선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어느 나라가 아닌 어느 사람에게 파송을 하여야 한다. 그 나라에 파송되어야 그 나라 선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을 선교하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든지 그 나라 선교사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모두가 한 지역에서가 아닌 모든 지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사역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다. 한국교회도 이제는 나라가 아닌 민족 중심으로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해외선교에서 타문화선교로(단일문화권에서의 다문화선교)’를 주제로 문창선 선교사(위디국제선교회 대표)가 발제했으며, 문장환 목사(KPM 정책위원장), 손승호 목사(UGWMA 사무총장), 김성운 교수(고려신학대학원)가 각 논찬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