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성경 3] 부활절과 초실절
예수님 부활 예표한 절기, 초실절
첫 수확물,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
태음력 사용, 초실절 준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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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가 ‘부활의 첫 열매’로 이 땅에 오실 것에 대한 예표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초실절(레 23:9-14)이라는 절기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주일(초실절) 새벽, 사망 권세를 깨뜨리고 무덤에서 나오심으로 그 예표를 성취하셨습니다.
금요일 오후 3시 십자가에서 운명하시어 주일 새벽에 부활하셨으니 시간으로는 30시간 조금 넘는 동안, 또 날짜로는 3일(금·토·일) 동안 무덤에 계셨던 것입니다.
이 부활 사건은 유월절 어린 양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초실절에 다시 살아나심으로 인하여 하나님 구원 사역의 완벽한 승리를 보여준 역사적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인간의 삶이 죽음으로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은 뒤 반드시 부활과 심판이 있을 것’임을 만인간에게 보여준 것으로, 구속사에서 가장 귀하고 복된 날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예표한 초실절은 이름 그대로 ‘이스라엘에서 난 첫 수확물을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겨울에 비가 내리기 때문에, 가을부터 봄 사이 농사를 짓습니다. 따라서 저온에서도 잘 자라는 보리와 밀이 주요 작물이었는데 초실절에는 처음 수확한 보릿단을 요제로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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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실절에 보릿단을 드리는 이유는 보리가 밀보다 먼저 익기 때문입니다. 보리는 밀보다 재배 기간이 짧아, 가을에 똑같이 심어도 보리의 수확이 더 빠릅니다. 식감이 거친 보리는 밀보다 먹기가 좋지 않아 별로 인기가 없지만, 대신 재배 기간이 짧고 추위나 병충해에도 매우 강한 것이 장점입니다.
이스라엘이 포함되어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는 밀과 보리가 주로 생산되었는데, 이 식물들이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먹기에 부드러운 밀은 주로 빵으로 만들어 먹었고, 거칠어 먹기에 안 좋은 보리는 주로 맥주를 만들어 물 대용으로 마셨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건기인 여름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기에, 비가 오는 겨울철에 밀과 보리를 재배했습니다.
보리를 심는 주된 이유는 밀보다 수확 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밀의 수확을 기다리는 동안 식량 문제를 급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보리가 춘궁기를 극복하는 주요 작물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 면적당 밀의 수확량이 보리보다 많았고 먹기에도 좋았기에, 가능한 밀을 많이 심었고 보리는 보조 작물로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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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7대 절기(유월절, 초실절, 무교절, 칠칠절, 나팔절, 속죄일, 초막절) 중에서 계절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단연 초실절입니다.
왜냐하면 이 날은 ‘이스라엘에서 처음 익은 곡식을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사장들에게는 초실절이 보리가 익는 시기에 오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초실절을 지키기 어려웠던 것은 이스라엘이 태음력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달력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 달력은 태양력보다 매년 10여 일씩 빨라지게 됩니다.
즉 올해는 초실절이 봄에 있어 보리를 수확할 수 있었더라도 내년 초실절은 올해보다 10여 일 빨라지고, 후년에는 20여 일 빨라지게 됩니다. 이는 초실절이 겨울에 올 수 있고, 여름이나 가을에 올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달력은 3년에 한 번씩 13번째 달을 두어 태양력과 조화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애굽과 메소포타미아 달력에서는 13번째 달을 두는 대신 매년 달과 태양의 주기가 달라서 생기는 차이(애굽은 5일, 메소포타미아는 10일)를 종교 행사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13번째 달을 두면 결과적으로 초실절이 항상 춘분이 지난 다음, 즉 보리가 익을 무렵 오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니산월(Nisan, 유대 달력의 첫번째 달) 14일(유월절)은 ‘춘분이 지난 후 첫 보름달이 뜰 때’가 되며, 초실절은 유월절이 지난 후 ‘첫 안식일 다음 날’이 됩니다.
물론 무교절은 유월절 다음 날부터 1주일 동안 지켜집니다. 따라서 초실절은 항상 무교절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춘분은 3월 21일(월)이었으며, 이 날은 이스라엘 달력으로 제13월 18일(음력 2월 19일)입니다. 보름달이 며칠 전 떴기 때문에, 니산월 1일(음력 3월 1일, 초승달)은 4월 2일(토)이 됩니다.
따라서 올해 유월절(니산월 14일) 은 4월 15일(금)이 되고, 초실절은 유월절이 지난 후 첫 안식일 다음 날(일)인 4월 17일(니산월 16일)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금요일 오후 3시 십자가에서 돌아가셔서 3일 뒤인 초실절 새벽에 부활하셨기 때문에, 죽은 자 가운데서 처음 부활한 이 날을 기념하여 ‘주의 날’, 즉 주일(Lord’s Day, 계 1:10)이라 부릅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섬기는 기독교는 안식일 대신 초실절(즉 주일)을 지키면서 주님의 부활을 마음 속에 되새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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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는 이슬람 달력 기준 9번째 달 초승달이 뜰 때부터 다음 초승달이 뜰 때까지 1개월(약 30일) 동안을 라마단 기간으로 지킵니다. 순수하게 태음력만을 사용하는 이슬람은 매년 라마단이 10여 일씩 빨라집니다.
올해 라마단 기간은 4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이지만, 2021년은 4월 12일부터 5월 12일까지였습니다. 그리고 내년 라마단은 3월 22일부터 4월 20일까지입니다.
이처럼 라마단은 매년 10여 일씩 빨라지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에도 가능합니다. 이슬람의 이런 전통은 이슬람교가 처음 태동했던 아라비아 사막의 자연 환경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즉 아라비아 사막은 더운 여름밖에 없기 때문에, 계절의 구별이 별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삶은 농업이 아니라 주로 유목이나 중개 무역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태양보다 달의 중요성이 훨씬 컸습니다.
당시 달력, 정확한 날짜 지정 어려워
3년에 2일 오차, 초승달 관찰해 절기
봄 절기 초림, 가을 절기는 재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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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스라엘에서 절기들이 항상 정확한 날짜에 지켜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사장들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당시 쓰던 달력으로는 정확한 날짜를 알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당시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던 천문학적 지식으로는 태양력과 태음력의 완벽한 조화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달의 주기가 29.5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달력은 홀수 달이 30일이고 짝수 달은 29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은 355일이 되었고, 365일의 주기를 가진 태양력과 10일 간 차이가 납니다. 이런 관계로 이스라엘 달력은 매 3년마다 윤달을 두고 ‘제13월’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달의 주기가 정확히 29.530588일(즉 29일 12시간 44분 3초)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매달 44분의 시간이 남기 때문에, 이것이 축적되어 초승달이 예상되는 날 초승달이 뜨지 않는 경우가 생겨나게 됩니다.
즉 3년에 하루 정도(44분 × 12개월 × 3년 = 약 26.4시간)씩 주기가 늦어지게 됩니다. 여기에 태양력이 가진 오차(365일 5시간 48분 46초)까지 합치면, 3년마다 약 2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만일 초승달이 달력에 따라 예정된 시간에 뜨지 않게 되면, 절기를 정확한 날짜에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절기가 하루 빨라질 수도 있고, 하루 늦어질 수도 있게 됩니다.
따라서 성전의 제사장들은 늘 그믐달이 뜬 다음 초승달이 정확히 뜨는지 눈으로 지켜보고, 초승달이 보이면 나팔을 불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 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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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산헤드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미묘한 오차로 인하여 거의 매년 달력이 틀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산헤드린은 달력 만드는 것을 아예 포기하였습니다. 대신 2명 이상의 증인이 육안으로 그믐달이 지나고 초승달이 뜨는 것을 보게 되면 그 날을 새로운 달의 시작으로 선포하였습니다.
물론 이 방식도 오류가 포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믐달과 초승달의 구별이 쉽지 않았고, 또 밤에 구름이 끼면 하루가 더 늘어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초승달이 발견되면 예루살렘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이 많이 모여 사는 갈릴리나 멀리 다메섹까지 봉화로 새로운 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사마리아인들이 가운데서 가짜 봉화불을 올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절기를 제 때에 지킬 수 없도록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봉화 제도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사람을 보내 새로운 달의 시작을 알릴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했던 관계로 전달이 늦어졌습니다. 따라서 각 지역 유대인들은 자체 판단으로 새로운 달의 시작을 알려야 했습니다.
이후 예루살렘에서 보낸 사람이 도착하여 새로운 달의 시작을 알리면 그 날짜에 맞춰 시간을 새로 조정한 다음 절기를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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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은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태양의 주기와 달의 주기 차이로 인해 매년 약간씩 변화되는 주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고대 이스라엘 사회는, 눈으로 관찰되는 태양의 길이와 달의 모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고대 달력을 현대 달력 개념으로 이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고대 이스라엘 달력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차이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그 가능성을 열어 두고 날자 계산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절기는 날짜의 정확성이라는 숫자적 개념보다, 절기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라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영원히 지켜야 할 규례로 모세에게 명령하신 7대 절기는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하나님의 가르침입니다. 봄 절기(유월절·초실절·무교절·칠칠절)가 예수님의 초림을 보여준 것이라면, 가을 절기(나팔철·속죄일·초막절)는 예수님의 재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7대 절기의 의미를 올바로 깨달았더라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 부활절에는 초실절의 예표가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이뤄졌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예수님의 부활이 곧 나의 부활이 되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다면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뿌리에는 예수님의 부활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또 손으로 만져본 열두 제자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