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NCCK)에서 지난 20일 향년 88세로 소천한 한승헌 변호사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발표했다.
‘고난 받는 이들의 목소리: 故 한승헌 변호사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애도 메시지에서 NCCK는 “ 한승헌 변호사님께서 지난 4월 20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는 소식에 비통함과 위로의 마음을 담아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故 한승헌 변호사님은 1세대 인권 변호사로서 엄혹하던 군사정권 시절 민청학련,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등 대표적 시국사건을 변론하며 억울한 이들을 대변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헌신하셨다”며 “1988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을 주도하고, 고난 받는 이들의 벗이 되어주심으로써 우리 사회가 걸어온 민주화의 여정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평가했다.
또한 “1974년 NCCK 인권위원회 창립 당시 법조 전문위원으로서 초기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교회 인권운동의 기틀을 마련하셨다”며 “1989년에는 분단의 장벽을 넘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튼 문익환 목사의 변호인단을 맡아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한반도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화해와 통일을 외치셨다”고 소개했다.
NCCK는 “고난받는 이들의 목소리이자 시대의 등불이 되어주신 故 한승헌 변호사님의 업적과 헌신을 기억하며 고인께서 하나님의 품 안에서 영원히 안식하시기를 기도한다”며 “큰 슬픔 가운데 있는 유가족들께도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빈다(계 14:13)”고 전했다.
크리스천인 故 한승헌 변호사는 1934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전북대를 졸업하고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 검찰로 5년간 근무한 뒤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한 변호사는 군사정권 시절 시국사건 변론에 앞장섰다. 동백림 간첩단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변론을 도맡는 등 100건 이상의 시국사건을 맡은 ‘시국사건 1호 변호사’이다.
1975년에는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형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글을 썼다가 반공법 위반 혐의로 9개월간 수감됐다. 이 사건은 2017년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1988년에는 1·2세대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법조분야 최초의 민주화 운동 단체인 민변 창립을 주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감사원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아 사법제도 선진화를 추진했다.
이 밖에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을 받았다.
저서로는 <그분을 생각한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국의 법치주의를 검증한다>, <권력과 필화>, <피고인이 된 변호사>, <유머수첩>,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한승헌 변호사 변론사건 실록> 시리즈, <분단 시대의 법정>, <법창으로 보는 세계명작>, <갈망의 노래>, <법과 인간의 항변> 등 수십 권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25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영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배우자 김송자 씨와 자녀(3남 1녀)에게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