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인권 변호사 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의 별세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직접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배우자 김송자 씨와 자녀(3남 1녀)에게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 헌화 후 아내 김송자 여사에게 “한 변호사님은 사회적으로도 아주 큰 어른이셨고, 우리 후배 변호사들 또 법조인들에게 아주 큰 귀감이 되셨던 분”이라며 “저를 아주 많이 아껴주셨는데 너무나 애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승헌 변호사와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원로 이해동 목사와 인사를 나눈 뒤 “좀 더 건강하시고 우리 사회 원로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셔야 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SNS에서도 “한 변호사님과의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며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어 서대문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계셨는데 바로 한 변호사님이었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모르는 대학생의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되었다”며 고인의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기원했다.
故 한승헌 변호사는 1934년 전북 진안군에서 태어나 전북대를 졸업하고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1960년 법무부·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 검찰로 5년간 근무한 뒤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한 변호사는 군사정권 시절 시국사건 변론에 앞장섰다. 동백림 간첩단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변론을 도맡는 등 100건 이상의 시국사건을 맡은 ‘시국사건 1호 변호사’이다.
1975년에는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형제 재검토를 촉구하는 글을 썼다가 반공법 위반 혐의로 9개월간 수감됐다. 이 사건은 2017년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다.
1988년에는 1·2세대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법조 분야 최초 민주화 운동 단체인 민변 창립을 주도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감사원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아 사법제도 선진화를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