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선교 도우며 짬짬이 공부해 美 5개 명문대 합격한 문아영 양

뉴욕=김대원 기자     |  

턱없이 부족한 대학등록금에 도움의 손길 절실

▲선교지에서 현지 학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은 문아영 양(사진 가운데)과 동생 문가영 양(사진 가운데 아래). ⓒ미주 기독일보

▲선교지에서 현지 학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은 문아영 양(사진 가운데)과 동생 문가영 양(사진 가운데 아래). ⓒ미주 기독일보

남아공에서 마당교회를 하며 현지인들을 선교하고 있는 문성준 선교사는 큰 딸인 문 양을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에 눈시울이 항상 붉어진다. 아무것도 모를 7살의 나이에 갑자기 아프리카라는 생소한 선교지에 무작정 부모를 따라 오게 됐고, 선교지의 부족한 일손은 의례히 큰 딸과 작은 딸의 몫이 되어 어느덧 선교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가 됐다.

그런 문 양이 최근 브라운대학교를 비롯한 미국의 5개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는 염려의 마음이 더 컸다. 가난한 선교사의 사정상 미국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결국 “안 가면 안 되겠니”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문 선교사는 스스로를 ‘못난 아빠’, ‘나쁜 아빠’라고 자책하고 있다.

문 양은 선교지를 힘들게 도우면서도 줄곧 현지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히 공부에 임했다. 그렇지만 남아공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현지 대학교를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오히려 이런 상황은 미국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 원서를 넣은 곳은 하버드 대학교로 장학금과 함께 입학신청을 했지만 거절됐다. 현재 외국인에 대한 장학금 규정이 까다로웠기에 다른 대학들에는 원서만 접수시켰고 5개 대학교에서 모두 합격통지를 받았다.

문 선교사는 최근 용기를 내서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못난 아빠’라는 자책으로 오히려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재의 어려운 사정을 솔직하게 밝히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기로 했다. 문 선교사는 먼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선교사역을 소개하며 문 양의 기특한 면들을 증거했다.

문 선교사는 편지에서 “저희 사역은 온전히 저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교회를 마른 땅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는 2명의 딸들과 함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너무 가혹한 아빠였다”면서 “제가 낡은 기타로 찬양 인도할 때 7살, 5살 아이들에게 옆에서 찬양을 시키고 악보를 넘기라고 부탁하고 끝나면 짐을 옮기라고 시킨 제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시작한 저희 사역이 제법 규모가 커졌을 때, 저희 아이들의 역할은 더욱 빛났다”면서 “남아공 마당교회는 지금은 매주일 어른과 어린이 합쳐 300명 정도 모인다. 이중에 150명은 어린아이고, 제가 관리할 수 없는 수많은 선교지의 아이들을 두 아이가 마치 전도사처럼 이끌고 있었다”고 두 딸의 선교지에서의 큰 역할을 설명했다.

문 양의 대학 합격과 관련, “이렇게 고마운 동역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저의 부끄러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영이가 고등학교를 정말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고 미국의 명문대에 합격했다. 저희 부부가 선교를 한다고 자리를 비웠을 때, 아영이는 혼자 준비하고 혼자 지원해 저희는 그저 좋은 결과만 듣게 된 것”이라면서 “부모로서 뭘 어떻게 준비 했는지 물어본 적도 없고 뭐가 필요한지 물어본 적도 없다. 갈수록 저의 부끄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부끄러움의 마지막은 지금도 아영이를 도와 줄 수 없는 저의 무능함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고 좋은 열매를 맺은 아이에게 기껏 한다는 말이 “꼭 그곳을 가야겠니?”라고 말을 하고도 스스로 민망함은 감출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선교사는 “이런 모든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 크다. 그리고 하나님을 찾는 제가 부끄럽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다시 간구한다. 제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하나님께서 채워 주시기를 그리고 아영이의 눈물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부모로서 우리가 주지 못한 선물들을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선물을 주시기를 또 기도한다”고 소망했다.

문 양이 편지로 남긴 간증도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문 양은 “선교를 시작했을 때 제 마음도 여느 다른 아이들과 같이 가기 싫었고 투정도 부렸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러던 어느 날, 옷 투정, 음식 투정으로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날 따라 선교지에서 심방을 돌아야 했고 그들이 입고 있는 옷과 그들이 먹는 음식을 보고 그 이후로는 하나님께 사소한 투정은 부리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는 문 양은 “가난하고 힘든 선교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고 아버지의 사역과는 별개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보기도 했고 방과후 수업도 도와줬다”면서 “또한 집이 없어 힘들게 사는 선교지 사람들 에게 나무 집을 짓는 일을 부모님과 함께 시작했다. 의외로 행정적인 일들이 많아 제가 직접 남아공 공무원들을 만나 행정적인 일들을 도와드렸다”고 그 동안의 활동을 소개했다.

대학을 미국으로 지원한 동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도와주는 것도 언젠가 지치고 한계가 올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올라 가 더 큰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졌다”면서 “매 주일은 하나님께 드리는 날로 선교지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면서 공부도 최선을 다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좋은 성적으로 응답을 해주셨다”고 간증했다.

또 문 양은 “저는 이미 남아공 대학에서 영주권이 없는 저에게 장학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주권이 없던 것이 많이 속상했지만 지금은 생각을 바꾸었고 남아공 영주권이 없기에 더 큰 세상인 미국을 도전할 수 있었다”면서 “고등학교 5년간 공부는 저에게 있어서 정말 인내의 시간이었다. 만일 저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로 생각하고 고등학교 때 보다 더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문 양의 안타까운 상황을 듣고 주변 목회자들의 이들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저지한성개혁교회 송호민 목사와 뉴저지우리교회 오종민 목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난 25일 플러싱 한 식당에서 문 양을 향한 도움을 호소했다. 송호민 목사와 오종민 목사는 “비단 문 선교사의 상황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황을 비슷하게 겪고 있는 많은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교계의 관심을 요청했다.

문의: 송호민 목사 1-201-725-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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