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연락 닿은 우크라이나 성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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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 속에서 8] 전쟁 중에 주신 기쁨

전화에도 메시지에도 답 없던 니꼴라이 부부
한 달 만에 전화 신호음 들리고, 메시지 도착
도움 필요한 사람들 위해 계속 남겠다고 응답

▲김태한 선교사와 한 달 만에 연락이 닿은 니꼴라이·나타샤 부부.
▲김태한 선교사와 한 달 만에 연락이 닿은 니꼴라이·나타샤 부부.

3월 4일 이후 연락이 끊어졌다. 전화를 해도 메시지를 보내도 답변이 없었다. 그 사이에 부차(Bucha) 지역의 전투는 치열해졌고 사상자가 늘어만 갔다. 이르핀(Irpin)과 키이우를 잇는 다리는 폭파되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며칠 전, 시레트(Siret) 국경에서 만난 중년 여성 스비에타는 부차 인근마을 보르젤(Vorzel)에서 왔는데, 집이 폭격에 부서졌고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마실 물을 구하러 나왔다가 러시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말을 전하며 흐느꼈다. 그를 안아주고 위로했다.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니꼴라이 부부.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아침 전화를 걸었더니, 신호음이 들린다. 니꼴라이 형제가 살아 있다는 희망의 소리.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니꼴라이, 나타샤 안전한가요? 신호가 가네요. 빨리 통화합시다.”

오후 1시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예,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합니다. 살아있어요. 어제 키이우에서 구조대가 도착했어요. 전화를 교체하는 문제가 있었고, 신호도 아주 약하네요.”

전화는 걸리지 않는다.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전투가 치열해지기 전에 니꼴라이 부부는 음식과 장작을 준비해 두었다. 그 집에는 지하실이 있다. 오후에 나타샤와 사촌을 키이우를 통해 리비우로 보냈다고 한다.

한 달간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더니, 불을 피워 보르쉬(우크라이나 전통 수프)를 만들어 먹었고 물은 우물에서 길어 마셨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쉬면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고 원하면 교회로 거주지를 옮기라고 권면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도움이 필요해서 자신은 집에 머물며 그들을 돕겠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인들, 알아 갈수록 위대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선교사인 것이 자랑스럽다.

니꼴라이 부부는 우리에게 죄책감이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기 전 주일 예배 시간, 한국 정부의 결정으로 교민과 선교사 모두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고 설명하며 죄송하다고 했는데….

예배 후 니꼴라이 형제가 다가오더니 “그래도 목사님은 우리와 함께 남아 있을 거지요?” 라며 깊은 신뢰를 보여준 의지하는 형님.

출판 사역은 니꼴라이가 번역과 출판 과정을 해냈다. 교회 사역도 그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고, NGO 선의도 그가 현지 책임자다. 얼마나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왔는지.

우리 부부. 안전하다는 소식을 받은 순간, 다른 방에 있는 아내에게 큰 소리로 소식을 알렸다. “여보, 니꼴라이 부부 살아있대!” 순간, 아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함께 울었다. 너무 큰 기쁨은 통곡이 되나 보다.

그들의 마당과 집이 떠오르곤 했다. 부차의 대로에서 떨어져 있고 진입로가 좁아 그 곳까지 탱크가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눌러온 모든 감정이 한 순간 터져 나왔다. 울며 웃었고, 웃으며 울었다.

시편 126편 말씀.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 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찼었도다 그 때에 뭇 나라 가운데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그들을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다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으니 우리는 기쁘도다. 여호와여 우리의 포로를 남방 시내들 같이 돌려 보내소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꿈꾸는 듯한 이 순간, 웃음과 찬양. 여호와께서 행하신 큰 일, 우리는 기쁘다. 포로를 돌려 보내소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말씀이 살아 가슴에 들어온다. 그들이 기뻐 노래하던 소리가 들린다. 큰 슬픔은 작은 기쁨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했던가. 오늘은 큰 기쁨으로 더 큰 슬픔을 이겨냈다.

김태한·윤수정 선교사
전 우크라이나선교사협의회장
일산세광교회, AFC 선교회
후원: 우리은행 1005-003-626363 의료법인 선의의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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