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인권 정책 5년 평가와 윤석열 정부의 과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대북인권 정책,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국회 세미나

北, 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장 재가동 등 레드라인
文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일장춘몽처럼 종말 고해
文 정부에서 대북인권 정책, 평가할 만한 내용 없어
대북전단 금지법, 탈북민 강제 북송, 공무원 피살만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간 대북인권 정책을 평가하고,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인권 정책을 제안하는 세미나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먼저 이원웅 교수(가톨릭관동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 평가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모든 정책자원을 총동원해 올인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일장춘몽’ 같이 종말을 고하고, 정책의 공과는 이제 역사의 심판대로 넘어가게 됐다”며 “2022년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과 핵실험장 재가동 등 레드라인에 다가서면서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평화통일 기대와 열망도 식어가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내건 찬란한 수사들도 냉혹한 현실의 벽 앞에 맥없이 주저앉고 만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원웅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과연 ‘실체적인’ 대북인권 정책이 존재하였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정책의 우선순위, 정책목표, 정책의지와 연관된 문제”라며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인권 정책이라 평가할 만한 실체적 정책은 사실상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대북인권 정책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로 명명된 거대한 국가정책 프레임 속에 거의 존재감이 없었고, 오히려 북한인권 이슈들은 ‘평화’ 논의에 거추장스럽거나 방해요소 정도로 평가절하돼 임기 내내 퇴행적 혹은 소극적으로 다뤄졌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다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文 정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국내외 인권 단체와 활동가들, 전·현직 유엔과 정부 관리 등 국제사회에서도 강하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평화론은 국가간 전쟁이 없는 소극적 평화가 아니라, ‘대북제재 해제=북한 정권 지속과 유지’를 내용으로 하는 ‘적극적’ 평화”라며 “그러나 ‘평화를 위해 평화적 수단만 사용하겠다’는 선언은 자칫 상대에 양보와 타협안을 선택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남북관계에서 긴장 상태를 야기하는 불편한 의제, 즉 인권 등은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고, 결국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권정책은 매우 소극적이고 퇴행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원웅 교수는 “통일부가 제시한 ‘북한 주민의 자유권과 사회권의 통합적 개선’이라는 목표는 얼핏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앞서 지적한 ‘평화=정의론’과 연관시키면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다 근원적인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 보호 문제를 에둘러 회피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지금 북한 주민들의 가장 큰 인권 문제는 주민들의 자유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그 자체가 사회권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통일부는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소위 ‘인도적 현안 문제’ 들은 선언적 형태일 뿐 추진하려는 정책 의지는 실종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평창 동계올림픽 등 어느 정권 시기보다 좋은 협상 조건 속에서 이산가족 상봉조차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혹은 정상회담 시기 상징적 의미의 이산가족 상봉 혹은 북한 억류 국민 송환 문제 등이 과연 진전될 수 없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구체적 정책 및 대응 사례도 언급했다. 먼저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이 법안은 통과 즉시 국내외에 큰 반향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위헌 요소가 있을 수 있으며, 규제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유권해석에 따라 탈북민의 송금 같은 경제활동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며 “2020년 7월 18일 이 법안에 따라 통일부가 탈북민 단체 2곳의 법인 설립을 취소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또 “2019년 11월 동해안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은 당시 눈에 안대를 가리고 포승줄로 묶여 명백한 귀순의사와 상관없이 ‘살인자’라는 이유로 북측에 인계돼 국제법과 강제송환 금지 원칙 등 국제규범에 어긋난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며 “2020년 9월 서해안 공무원 피살사건도 당국에서 ‘도박 빚, 월북 시도’를 거론하고 북한에 별다른 항변을 하지 않아 유족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통일부는 이 사건 이틀 뒤 대북 의료지원을 승인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고 회고했다.

▲이원웅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이원웅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해선 “북한인권 문제 당사국 중 하나인 우리 정부의 공동제안국 참여는 북한인권결의안 상정에 있어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우리 정부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공동제안국에서 빠질 뿐 아니라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합의 과정에만 동참하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공동제안국 참여는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노력”이라고 개탄했다.

이원웅 교수는 “과연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한반도 ‘평화’의 실체는 무엇이었는가? 인권 없는 평화, 자유 없는 평화가 바람직할까? 과연 인권 없는 평화, 자유 없는 평화가 지속 가능한 평화일까”라며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가 간이건 헌법 추구 가치로서의 평화이건, 인권존중과 자유 신장이 평화 개념과 동시 조건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한과의 지속 가능한 평화는 우리 국민이나 영토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 없어야 한다는 외형적 조건(안전보장)과, 모든 사람의 존엄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재적 조건(인권존중)이 모두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북한 영토와 정권 수호를 한반도 평화의 절대적 조건으로 인식했다”며 “이러한 편향된 ‘평화’ 인식의 배경에는 북한의 군사력이나 군사적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북한의 핵개발이 그들 주장처럼 ‘방어적인 주권적 대응’이라는 순박한 공감이 깔려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침해받는 조건과 유엔을 비롯한 주류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우려하는 조건 속에서도 이러한 편향적 평화가 지속 가능할까”라며 “자국민은 물론 타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과의 평화는 결국 깨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국가 간 평화의 조건인 상호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이고, 이산가족·탈북민·국군포로·강제억류자 등 상호 연관된 인권 이슈가 있는 남북관계에서 신뢰 구축은 더더욱 위태로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다른 방향에서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평화는 인권과 함께 가야 견고하고 지속적일 수 있다. 당장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물리적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일, 국제사회와의 가치공조와 협력, 장기적으로 지역안보를 확보하는 대북 인권정책을 소홀히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는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 아무쪼록 윤석열 정부는 ‘인권 증진을 통한 평화’에 문재인 정부와 달리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여상 소장(북한인권정보센터)은 윤석열 정부에 북한인권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실효적 성과 달성을 위해 인권정책의 보편성과 일관성, 비정치성을 확고한 원칙으로 준수해야 한다”며 “기존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대북·통일 정책 및 남북관계의 하위 영역으로 간주돼 보편적·독립적 영역으로 입지를 갖추지 못해, 남북관계 변화와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되면서 실효적 개선 효과는 물론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전제했다.

이에 그는 ‘남북 자유 왕래(거주) 선언’을 제시했다. 그는 “남북 분단과 관계 단절을 극복하고 남북 주민들의 이산 상태 해소,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해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동서독과 중국-대만 관계도 주민 상호간 왕래를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정책 전환을 통해 성취됐다. 남북 분단 80여 년을 맞는 시점에서, 교류와 협력사업 증대, 상호 이해와 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기존 물적 지원 중심에서 인적 왕래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야 한다. 인적 왕래 중심 정책은 현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도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제안했다.

윤여상 소장은 “1천만 이산가족의 재결합권은 인권의 핵심적이고 시급한 사안이고, 그 외에 비전향 장기수, 억류 국군포로와 납북자, 재입북 희망 탈북민, 북한 억류 남한주민 및 탈북민 등 서로 이주를 희망하는 대상자들이 존재한다”며 “이 사안들을 해결하고 남북관계와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인적 왕래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자유 왕래를 선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한국 정부는 헌법의 국민 기본권 조항에 근거해 남북한 주민들의 거주이전 자유가 한반도 전체에 적용됨을 선제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며 “북송 희망 비전향 장기수와 탈북민들은 거주이전 자유 보장 차원에서 북송 절차를 북한당국과 협상할 수 있고, 한국 정부에서 명단을 확인한 억류 한국인과 전쟁 전후 납북자, 국군 포로와 귀환 희망 이산가족 문제도 같은 차원에서 북한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남북한 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남북관계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자유왕래뿐 아니라 실질적 거주이전도 허용돼야 한다”며 “자유왕래는 남북한 상호 행사 참여 및 업무 협의, 관광과 가족 상봉 등을 위한 임시적·일회성 상호방문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의미이고, 거주이전 자유 확대 적용은 반영구적 거주 이전을 포함한다. 남북한 자유왕래 및 거주이전 자유 허용은 남북한 당국이 수용할 수 있고 주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논리와 법제도적 장치가 선제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생태 통로인 ‘에코 브릿지’를 원용해 판문점 인근과 휴전선 DMZ에 ‘휴먼 에코 브릿지’를 건설해 남북한 주민 이동통로로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남북 자유왕래와 거주이전 자유에 대한 한반도 전체 확대 적용을 선포하고, 남북한 주민 왕래를 허용할 경우 북한은 비전향 장기수와 재입북 희망 탈북민 송환을 위해 협의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 ‘북한인권 정책 및 기구 개편과 정상화’에 대해서는 △북한인권법 정상화 △대북전단 금지법 독소조항 폐기 △북한인권 조사/기록 관련 정부기관 통합 일원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북한인권대사 업무 지원 전담 인력 배치 △북한인권 국제협력 업무 강화 △북한인권 정책 정치적 대응에 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북한인권 피해자 구제 및 지원사업 실시 △남북 인권대화 실제화 등을 거론했다.

또 북한인권 개선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북한인권 민관국제기구 공동 조사단 △북한주민 송환심의위원회 △재북억류 국민송환위원회 △북한인권기념관 등을 설립하고 북한인권개선 민간단체 협의회 운영 지원 등을 내세웠다.

이 외에 이광백 대표(국민통일방송)가 ‘북한인권단체 활동의 어려움과 민관협력 방안’, 권은경 대표(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올바른 국제협력방안’, 손광주 전 이사장(남북하나재단)이 ‘민관협동위원회를 통한 북한인권 정상화 방안’ 등을 발표했고, 조충희 소장(굿파머스연구소)·최성용 회장(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서재평 사무국장(탈북자동지회) 등이 북한인권 이슈별 제안을 맡았다. 앞서 이재춘 전 이사장(북한인권정보센터)과 하태경 의원(국회인권포럼 대표) 등은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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