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소녀의 기도… “하나님은 우크라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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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통신] 러시아 민족의 눈 열어 주시길

평온하던 고향, 갑자기 공습 경보 계속돼 피난 결정
벨라루스 인근 위치해 공격 시 가장 먼저 피해 우려
러시아 민족 향해 악한 마음 갖지 않도록 기도 부탁

▲곽용화 선교사와 함께한 14세 소녀 아냐.

▲곽용화 선교사와 함께한 14세 소녀 아냐.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고 있는 체코 프라하 생명나무교회 곽용화 선교사 부부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세 차례 개최한 자선 콘서트에 참여한 14세 소녀 아냐 양의 시를 번역 소개하고 아냐 양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냐 양은 콘서트 후인 5월 1일 어머니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아버지와 오빠가 머무는 집에서 피난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곽 선교사는 “아냐는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영상과 함께 가족을 만난 사진을 보내왔다”며 “전쟁이 끝나면 리브네에 가서 다시 아냐를 만날 것”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아냐 양과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시를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체코 블라노프(Vranov)에 머무는 동안, 교회 주일예배에 초대됐습니다. 예배 동안 하나님은 엄마에게 ‘콘서트에서 시를 낭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이틀 동안 시를 쓰고 외워서 이번 콘서트 때 낭독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떻게요? 이틀은 매우 짧은 시간이에요’라고 했지만, 엄마는 ‘넌 할 수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예배 후 엄마는 콘서트 코디네이터 전하은 선교사에게 시 낭독에 대해 허락을 받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 프로그램에서 적합한 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잘라내고, 저희 시를 추가했습니다.

시를 쓰는데 하루 온종일 걸렸습니다. 약 15시간 동안 작업을 했습니다. 완성된 시를 엄마가 주셔서 외우라고 하셨는데, 처음 읽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하나님은 그 시를 제 마음에 두셨고, 저는 시 낭독의 이유와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주님은 이 시를 이해하게 하셨고 제 머리에 담아 주셔서, 바로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제 마음속에 이 시를 담아두셨습니다.”

-시를 발표하기 전 일어난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연 1시간 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제게 다가와 매우 화나게 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마당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제 마음에 평안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아냐야,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를 통해 내 이름을 영광스럽게 할 수 없다. 나는 그 영광을 받지 않겠다.’

저는 곧바로 제게 선생님과 같은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빠는 항상 하나님 말씀과 진리로 저를 가르치고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습니다. ‘제게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어요. 이 마음으로 시 낭독 못해요. 저는 죄를 지었고 이 사람에게 그렇게 화낼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요. 그 사람에게 화를 내기에, 저는 이 세상에선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를 위해 지금 기도해 주세요.’

오빠는 제게 말했습니다. ‘알겠어, 이해했고 널 위해 기도할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자신의 죄를 먼저 인정했다는 거야.’

저는 전화를 끊고 기도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셨고, 마음에 평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섰을 때 분명히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악한 마음 없이 없이 열린 마음으로 했습니다.”

▲피난 생활 중 아냐의 모습.

▲피난 생활 중 아냐의 모습.

-우크라이나에서 경험한 전쟁과 이곳까지 피난온 상황을 나눠 주세요.

“제가 살던 리브네(Rivne)는 거의 평온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놀랄 정도로 많은 공습 경보가 있었고, 매우 무서웠습니다.

저희는 끝까지 해외로 나가지 않고 동쪽 부차(Bucha) 지역에서 끔찍한 전쟁을 피해 피난 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끝까지 남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백러시아(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절망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 도시는 백러시아 국경 지역에 있습니다. 마리우폴이 러시아에 점령당한 것처럼, 백러시아가 공격을 시작하면 저희 도시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상황이 더욱 두려워졌습니다.

공습 경보는 더 자주 울리기 시작했을 때,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통해 우리에게 적어도 한 달 정도 잠깐 떠날 수 있는 장소가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저희는 잠깐 고향을 떠나 백러시아 군대가 공격을 시작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떠날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지낼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저는 슬로바키아 후멘네(Humenné)에 갔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어 후멘네에서 거주 등록을 한 후, 저희가 지낼 장소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가구 하나도 없이 빈 방들만 있었고, 집 안은 페인트 냄새로 가득차 있어 도저히 지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었을 때쯤, 50명 정도 되는 피난민과 함께 버스에 마냥 앉았는데,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기도만 했습니다. 버스 안 피난민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었고, 갓난아기들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들 중 반은 ‘우리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다시 우크라이나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우리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전쟁에서 피해 나왔는데,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30여 명은 버스에서 내렸고, 저와 20명 되는 사람들과 함께 슬로바키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있는 난민센터에 도착했고, 그곳 텐트에서 하루 머물며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며 우리를 받아준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이제 더 이상 끔찍한 공습 사이렌이 들리지 않아 평안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임시 천막이었지만, 안심하고 잘 수 있는 장소가 있었기에 감사했습니다.

다음 날 저희는 미할로비체(Michalovce)로 보내졌습니다. 거기서 잠깐 쉬는 중 하나님께서 한 자원봉사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주님은 이 분을 통해 30분 만에 저희가 지낼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아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은 주님이 하셨고, 주님이 우리를 브라노우(Vranov)에 보내주셨고, 이곳에서 모든 식사와 생활용품을 제공받으며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통역을 맡은 전하은 선교사와 아냐.

▲통역을 맡은 전하은 선교사와 아냐.

-하나님을 향한 마음과 고향에서의 신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제 고향은 리브네이며, 부활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제 마음은, 먼저 부활 교회의 성도로서 하나님께 헌신하고 싶습니다.

저는 주일학교를 섬기고 있으며, 청소년부에서도 섬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저와 주님과의 관계는 완전히 열려 있음을 확신합니다.

주님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미 저를 준비시키셨습니다. 6개월 간 주님은 말씀으로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진리를 통해 저는 오히려 러시아 침략자들을 향한 악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디모데 성경학교에 입학해서 이주일 동안 에스더를 공부했습니다. 에스더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는 것입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모든 상황은 이뤄져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전쟁을 허락하셨다면, 전쟁이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주님을 온전히 신뢰합니다. 후멘네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모두 걱정했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으시리라 믿었습니다.

저는 주님을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주님께 저의 마음을 드려 그분을 섬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기도제목을 나눠 주세요.

“먼저 우크라아나 민족이 러시아 민족을 향한 악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러시아 민족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그들의 눈을 열어주실 겁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쪽과 서쪽 민족들 간에 분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지금 이 순간 죽어가는 수많은 마을 사람들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님께 회개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하나님께서 이들을 자신에게로 인도해 주실 수 있도록.

그들이 침략자들이든 우크라이나인들이든, 모두가 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5월 1일 우크라이나 가족들에게로 돌아간 아냐의 모습.

▲5월 1일 우크라이나 가족들에게로 돌아간 아냐의 모습.

아냐 양의 시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
희망의 빛이 사라진 곳에도
우리 가운데 머물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릎을 꿇는
지하실, 교회, 지하철에서
거룩한 성소를 열어주십니다.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울며 아파하십니다.
하나님은 변함이 없는 분입니다
그는 매 순간, 항상 동일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은 짐과 아이들을 데리고
우크라이나 밖으로 나온 자들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주실 것이며
무너진 다리를 건설하게 할 것이며
평온과 평화를 주실 겁니다.
하나님만 우리 모두를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의 합창단이 노래하는
멋진 시간이 올겁니다.

하나님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절대로 우리를 고통 속에 버리지 않으실 겁니다.

*나이팅게일: 우크라이나 언어와 노래를 상징하는 새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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