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로잔 대회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일어날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복협 6월 조찬기도회, ‘한국 복음주의 흐름과 로잔운동’ 주제로

김영한 박사 “세계 복음주의 단체들과 교류 지속을”
최형근 교수 “소금과 빛, 교회 갱신 및 개혁 실마리”
최성은 목사 “로잔 대회, ‘하나님 주신 마지막 기회”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김영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최이우 목사, 이하 한복협) 6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한국 복음주의 흐름과 로잔운동’을 주제로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 복음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로잔 2024의 이슈와 전망’을 최형근 교수(서울신대)가 각각 발표했다.

김영한 박사는 “오늘날 세계 복음주의 운동은 세계복음연맹(WEA)과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이라는 우산 아래 활동하는 다양한 복음주의 교단들과 선교단체로 구성된다”며 “WEA와 로잔 운동에 참가하는 구성원은 거의 같은 복음주의적 신념과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로잔 운동이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 관한 관심이 올해 WEA 리더십 변화에 반영됐다. 오늘날 세계 복음주의 운동은 전 지구적 변화에 직면해 새로운 미래 선교 동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먼저 ‘한국 복음주의의 현재’에 대해 “한국교회는 복음주의에 의해 오늘날 북반구에서 가장 생동적인 교회를 이루고 있다. 중국·일본, 동남아와 달리 한국에는 청교도 복음이 전해졌고, 1903년 원산과 1907년 평양 등의 대각성운동을 통해 복음주의 신앙 풍토가 조성됐다”며 “한국교회는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괄목한 성장으로, 20세기 들어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장 합동 측 일부 분리주의 그룹이 2020년 가을 WEA와 관계를 끊자는 헌의안을 총회에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렇듯 교류 단절을 결정하거나 재론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김명혁·김상복 등 원로를 비롯한 복음주의자들이 재론하지 말 것을 호소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WEA는 아시아와 세계 선교 운동에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한국 복음주의는 일부 분리주의자들의 탈퇴나 고립화에 대해 자제를 호소하고, 세계 교회 단체와 교류를 지속하도록 국제적 교류·협력·연대를 강조하고 있다”며 “기독교 이후 시대를 맞아 동성애, 종교다원주의, 이슬람의 도전과 세속화의 거센 물결 앞에 대항하여, 한국 복음주의 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종교다원주의 개종 금지(proselytism moratorium) 등을 막아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복음주의의 미래’에 대해선 먼저 ‘한교총·한기총·한교연의 조속한 통합’과 ‘NCCK와의 원만한 관계’를 주문했다. 그는 “분열 10년에도 통합은 요원하다. 독선과 고집, 명예욕을 버리고 오로지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복음주의를 자칭하는 세 그룹이 10년 동안 합하지 못했기에, 보수 기독교는 교계 및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NCCK에 관해선 “동성애 반대와 타종교 선교 필요 등에 다른 입장을 갖는 것은 중요한 대립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와 환경 보존, 핵무기 폐기 등은 공동 합의를 이끌 수 있다”며 “다름보다는 공통분모를 강조하면서 연합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더구나 복음주의자들의 진보주의자들에 대한 오만한 태도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영한 박사는 “세계 기독교의 축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옮겨가는 중, 세계 기독교의 활력소와 사도적 복음의 수호자로서 한국교회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서구 교회가 자유주의 신학과 동성애 허용으로 영적 활력을 소진한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 21세기를 향해 종교개혁 정신을 각성시키고 부흥하는 일이 한국 복음주의 운동에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와 교류와 협력의 길을 가야 한다. 어거스틴은 4세기 로마 박해시 배교자들과 결별을 선언하고, 공교회를 떠난 도나티스트들(Donatists)의 분리주의의 길을 가지 않았다”며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아시아복음연맹(AEA)과 WEA 운동, 로잔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젠더 이데올로기, 종교다원주의와 이슬람, 기후변화와 탄소제로 운동 등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쇠잔해 가는 북반구에서 유일하게 활력이 있어 동성애를 막아내고 종교다원주의를 허용하지 않고 이슬람이 영향을 갖지 않은 교회”라며 “이제 한국교회는 교인 수를 자랑하지 말고 질적으로 새로워져, 한국 사회와 아시아·세계 교회를 섬기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분리주의나 혼합주의의 길이 아니라, 구약의 예언자, 신약의 사도와 중세 교부, 근대 종교개혁자, 청교도들의 신앙과 신학을 오늘날 새롭게 계승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최형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최형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복협

이어 최형근 교수는 “로잔 운동 슬로건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The whole church taking, the whole gospel to the whole world)’는 로잔의 신학과 정신을 담고 있다. 이는 복음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복음의 총체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며 “2024년 로잔운동 50주년(희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릴 ‘제4차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 대회’는 급속한 성장 후 침체중인 한국교회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형근 교수는 “로잔 운동 태동 배경의 중심에는 1960년대라는 서구 문화 격변기에 형성된 에큐메니칼 진영의 세속화와 인간화라는 주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서구 선교에 대한 반성과 비판적 성찰의 결과, 해외에 선교사를 보낼 필요도 없고 선교사들도 현지에서 철수하라는 ‘선교 모라토리움(moratorium)이 제기되자, 빌리 그래함과 칼 헨리는 복음주의 진영의 역량을 모아 일치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제기했다. 에큐메니칼과 에반젤리칼 진영의 갈등과 대립의 중요 원인은 복음과 구원, 선교에 대한 이해에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한국 복음주의 진영이 개최한 1973년 빌리 그래함 전도집회와 1974년 8월 엑스폴로74 대회는 로잔 대회의 매우 중요한 교두보가 됐다. 이 두 대회는 지상대위임령을 성취하기 위한 복음전도와 제자훈련을 통한 민족복음화와 한국교회 성장, 결과적으로는 복음주의 진영의 선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며 “역으로 제1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학생선교단체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서 로잔 운동에 대한 소개와 확산이 매우 저조했던 반면, 아시아에서는 빠르게 소개되고 확산됐다. 그 출발점은 아시아 로잔위원회 창립이었다. 1976년 애틀랜타에서 로잔 세계복음화 계속위원회가 ‘세계복음화를 위한 로잔위원회(LCWE)’로 정식 설립됐다”며 “이 모임에서 로잔 대회에 참석했던 아시아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아시아로잔위원회(ACWE) 창립을 결정했다. 1978년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지도자대회(ALCOEI)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한복협 설립이 논의돼 1982년 출범했다”고 회고했다.

1989년 마닐라 제2차 로잔 대회와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 대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후, 국내 로잔 운동 확산 계기에 대해 “2011년부터 한국교회와 신학교에 로잔 운동을 알리기 위해 국내 대표적 교회들과 신학교들을 순회 방문하는 계획, 2012년 출범한 13개 신학교 로잔 캠퍼스 동아리 지도교수와 로잔 동아리를 결성을 통해 이뤄졌다”며 “이들은 국내 로잔 운동이 미래 세대를 구비하고 훈련해 세계 복음화를 위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은 로잔 캠퍼스 동아리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그리스도인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최형근 교수는 “로잔 운동은 20-21세기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신학에 대한 복음주의적 대응의 형태를 띠어 왔다”며 “복음주의 선교신학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불변하는 복음에 기초해, 하나님의 선교와 교회의 선교에 대한 로잔 운동 원리를 폭넓게 수용하고 발전시키며 복음주의 상황화 신학을 구축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최 교수는 “제4차 로잔대회는 2024년 로잔 운동 50주년(희년)을 맞아 일본과 공동 초청으로 한국 개최가 결정됐다. 로잔 운동의 원리들 중 하나인 ‘변화하는 세상에서 불변하는 복음을 온 교회가 온 세상에 전한다’는 슬로건은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대위임령과 연관된 하나님의 선교의 종말론적 완성을 의미한다”며 “제4차 로잔 대회 한국 개최를 앞두고 한국로잔위원회는 사단법인화했으며, 아시아 교회들과 함께 이 대회를 준비하고, 일터 청년 세대와 신학교, 지역교회 목회자들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제4차 로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로잔 운동의 정신인 겸손·정직·단순성(humility, integrity, simplicity)을 재발견하고 교회의 삶에 실천해, 한국 사회에 소금과 빛이 될 뿐 아니라 교회를 갱신하고 개혁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은 목사. ⓒ크투 DB

▲최성은 목사. ⓒ크투 DB

앞선 기도회에서 ‘로잔의 정신(마태복음 4:23-24, 9:35-36)’을 제목으로 설교한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는 “로잔 운동은 근본적으로 기독교 복음주의의 분열에 대한 위기에서 출발했다. 로잔 운동은 성경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는지 보고,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었다”며 “로잔의 모든 선언문들은 성경을 기초로 하고 있고, 로잔 언약 입안자인 존 스토트(John Stott)의 신학과 사역을 이야기하지 않고 로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성은 목사는 “존 스토트는 ‘기독교 안에 내부 분쟁 사이에 누가 다리를 놓을 것인가’, ‘무엇으로 다리를 놓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독교를 온전히 회복시켜 하늘과 땅을 이을 분은 오직 복음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십자가뿐임을 강조했다”며 “존 스토트의 노력 덕분에 로잔 언약은 성경적 전통을 잃지 않고 복음주의 안에서 계속 바르게 이어져 올 수 있었다. 이러한 진정한 성찰과 노력이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있어야 한국교회에 소망이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 목사는 “텍스트(text)만 강조하고 목자 없이 방황하는 양들의 아픔과 어려움이라는 상황(context)을 보지 못한다면, 근본주의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의 소리는 들으려 하지만 말씀을 빼놓고 상황만 강조하면, 자유주의나 급진적 진보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며 “로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통전적 복음(Integral Gospel, Holistic Gospel)’이다. 예수님께서 통합적으로 보여주신 복음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치료하시고’는 복음이 갖고 있는 분명한 텍스트(text)이자 메시지이다.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셨다’는 것은 사람들의 컨텍스트(context)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긍휼이며, 사역적 태도”라며 “이 두가지가 바로 복음의 통전성(integrity, wholeness) 이고, 절대 나뉘거나 양보할 수 없는 복음의 온전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복음 전도자는 그것이 가진 성경적 메시지를 분명히 가르치고 전파해야 한다. 동시에 복음의 관심이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며 “복음의 핵심이신 예수님은 무리를 불쌍히 여기시며 그들을 치유하셨다. 사람들 상황(context) 가운데 있는 아픔과 고통을 불쌍히 여기고 치유하는 것이 복음의 온전성·통전성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성은 목사는 “한국은 교계와 정치, 세대별로 극렬하게 극단으로 치우쳐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분명한 사탄의 전략”이라며 “개인적으로 2024년 로잔 대회를 ‘하나님께서 한국 교계에 주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복음의 온전성과 통전성을 완성한다면, 마지막 주신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날 것임을 소망하며 기대한다. 로잔 정신이 성경에서 왔고 그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라면, 미약하지만 로잔 운동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일어날 것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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