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만나는 성경 집필차 떠나는 김도인·이정일·박양규 목사 (1)
박양규 목사 “주입식 교회교육 한계, 소통 위한 선택”
이정일 목사 “성경, 읽기로 끝내지 않고, 삶과 연결을”
김도인 목사 “문학과 성경의 만남, 스파크 일어날 것”
한국교회 ‘인문학 삼총사’가 7월 함께 영국으로 떠나 한 달간 체류한다. 박양규 목사(교회교육연구소), 이정일 교수(신한대),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등 3인이 그 주인공.
이들은 기독교 주요 교리와 메시지가 포함된 주기도문과 십계명, 팔복을, 우리가 잘 아는 문학 작품들로 전달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난다. 십계명 열 가지와 표제까지를 열한 개의 작품으로,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은 열두 개 작품으로, 팔복은 여덟 가지 복과 표제까지 아홉 작품으로 각각 표현하고 설명한다.
영국으로 떠나는 이유는, 이 모든 작품들의 ‘고향’이 영국이기 때문이다. <플란다스의 개(위다)>, <베니스의 상인(셰익스피어)>, <걸리버 여행기(조나단 스위프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정글북(러디어드 키플링)>, <보물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등 잘 알려진 영국 작가들의 작품이 대상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양규 목사가 교회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만들고, 같은 작품을 소재로 이정일 목사는 학부모와 교사용 교재, 김도인 목사는 설교자들을 위한 도서를 각각 집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PD 2인과 동행해 작품의 주 무대와 작가들의 흔적 등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 유튜브와 메타버스 등에서 공개함으로써 실제 현장에서 작품을 만나는 효과도 부여할 계획이다. 전 세대 ‘통합 교육’과 함께 교회학교 콘텐츠 대안으로서 활용이 기대되는 대목.
‘삼총사’는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라 할 수 있다. 박양규 목사는 1년 전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를 펴냈고, 이정일 목사는 2년 전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를 펴냈으며, 김도인 목사는 <설교자,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인문학, 설교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 ‘설교 글쓰기’ 관련 도서를 계속 펴내면서 관련 강의를 매주 하고 있기 때문. 한 세트 같은 이 목사의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2020)>와 박 목사의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2021)>는 잇따라 본지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바 있다.
지난 7일 영국행 티켓과 숙소 예약에 한창이던 이들 3인을 만나, 꿈을 현실로 이뤄낸 과정과 함께 영국에서의 일정과 인문학 접목 교회학교 콘텐츠 필요성, 기독교인들의 인문학 활용법 등을 미리 청취했다. 이들은 7월 영국 현지에서 번갈아 가며 본지에 르포를 연재할 예정이다.
-영국에 가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신가요. 취지가 궁금합니다.
박양규 목사(이하 박):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 최대 화두는 ‘성도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 한계가 왔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문학의 시대’라 할 만큼 문학이 세상에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교회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문학 작품들에 기독교적 요소가 많지만, 그 자체로 성경 교육과 연계할 수 없기 때문에 10년 전부터 이를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그런데 두 분을 만나서 공감대를 찾았고, 문학을 통해 신앙을 가르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십계명과 주기도문 등을 단순 암기 식이 아니라, 사고의 덩어리로 쪼개서 가르치는 교육을 시작할 것입니다. 주기도문은 SF 문학으로, 산상수훈 시작인 팔복은 약자들의 시선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십계명과 사도신경도 영국 문학 작품들을 끌어와 알려줄 준비를 하러 영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교회교육에 있어서는 10년 전부터 ‘원포인트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왔습니다. 하나의 포인트로 설교자부터 학부모와 학생들까지, 다른 버전이지만 같은 방향을 지향하는 교육을 뜻 있는 대형교회들이 고민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고, 지금은 교회 내 전 세대가 큐티 본문만 통일하는 정도로 가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김도인 목사님은 한국교회에 ‘설교 글쓰기’로 영향을 미치고 계신데, 교회교육과 함께 ‘원포인트’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십계명과 팔복을 영국 문학 작품들을 통해 가르치는 저희 콘텐츠를 ‘설교자 버전’으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이정일 목사님은 문학으로 성경 콘텐츠를 풀어내 학부모와 교사들용으로, 김도인 목사님은 설교자용으로, 그리고 저는 아이들용으로 총 세 가지 버전을 하나의 포인트로 제작할 것입니다. 영국 작가들의 흔적이 남겨진 곳들을 돌아보면서 영상과 사진 촬영도 해서 유튜브에 게재할 것입니다.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조지 오웰 등의 작품에서 기독교를 배제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이들 작품에 기독교적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기에, 성경 교육으로 이를 뽑아내고자 합니다. 문학을 통해 작가들이 구현하고자 한 기독교적 가치를 재구성해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10년 동안 고민해온 내용을 두 분과 1년 넘게 함께 토론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만들려는 교재는 학교와 학원 수준을 넘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신앙교육이 되리라 자부합니다.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교육 환경을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가정과 연계된 신앙교육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교회 오는 시간이 일주일에 한 시간에 불과하니, 가정으로 교육을 떠넘기고자 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주일에 한 시간이면 1년에 360시간이고, 10년이면 3,600시간이나 됩니다. 교회학교 10년을 위해 1천 가지 이상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합니다. 거기에 아이들 신앙의 미래가 있기에, 100가지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 예정입니다.
영국 콘텐츠를 잘 만들고 나서,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와 프랑스·독일, 미국 등을 테마로 계속 해 나간다면 콘텐츠 1천 개는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기독교 작가들의 필체 속에 담긴 기독교 가치를 끄집어내, 성경 교육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목표입니다. 서구 사회는 비록 교회가 지배했지만, 성경적인 사회는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작가들이 쓴 원고는 성경적 이상을 사회에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였습니다. 여기에 귀 기울여 신앙 교육을 시키는 것에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저희가 모였고, 이제 그것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이런 시도나 콘텐츠가 해외에도 없는지요.
박: ‘셰익스피어 문학에 나타난 기독교적 요소’, ‘고흐의 그림에 나타난 하나님’ 정도가 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를 통한 기독교 세계관’도 있지만, 그 자체가 교회로 들어오기는 힘듭니다. 거꾸로 말하면, 교회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책을 그대로 갖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성경 교육을 시킬 수 있어야 교회교육입니다. 십계명과 사도신경 등 교리교육을 하면서 기독교 문학 작품들을 끄집어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세계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폭풍의 언덕>을 예로 들면, ‘에밀리 브론테가 주인공을 통해 작품을 썼다’ 이 정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폭풍의 언덕’으로 다녀오는 느낌을 주고 에밀리 브론테가 어떤 부분을 고민했는지 던져 주면서, 작품 속에서 성경적 가치를 찾아주는 것입니다.
강의 형식(인강)이라면 굳이 영국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메타버스 시대, 아이들과 영상으로 공감하고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인터넷 강의는 없었기에 교육적 효과와 신앙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원과 학교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혜, 문학의 영역도 접할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과 함께 내셔널 갤러리나 미술관 등을 방문해 명화들과 연결시키는 작업까지 시도할 예정입니다. 시각과 청각 등 오감으로 성경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한 사람이 꿈을 꾸면 이뤄지지 않지만 함께 꿈꾸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작년 4월 두 분과 만나 이만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이 고민하고 꿈꾼 동역자들 덕분입니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12)’ 말씀처럼, 삼겹줄이 돼 같은 방향을 고민하며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교회들이 코로나 종식만 기다릴 때, 저희는 포스트 코로나에 맞는 콘텐츠를 고민했습니다. 올 하반기에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다면, 내년부터 교회에서 교육이 가능할 것입니다. 책이 먼저 나오고, 영상도 준비할 것입니다. 영상과 사진 등 PD 2인이 시각화를 위해 동반하게 됩니다.
코로나 전 조사에서 62.5%의 교회에 주일학교가 없다고 했습니다.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들이 많지만, 그런 교회에도 아이들은 한두 명씩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살리고 싶습니다. 동역자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문학 작품을 통한 성경 교육이 효과가 있을까요.
이정일 목사(이하 이): 예전에 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성경을 많이 읽지 않았고, 배운 내용을 적용하기에도 익숙하지 않아서였습니다. 고민하다 문학을 전공했으니 이야기 식으로 가르쳐 봤는데, 생각보다 잘 이해했습니다. 10년 후 잘 성장한 그들이 제게 찾아와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잘 붙잡아 주셔서, 힘든 시기를 버텼다고요.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성경 말씀을 주셨지만 대부분 읽는 것으로 끝나기 쉬운데, 이를 삶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개인뿐 아니라 교회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전 세계가 이야기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데 교회가 그 흐름을 잘 읽는다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본인 스스로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실험하고 확인하고 점검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도인 목사(이하 김): 성경 교육만으로 주일학교 교육이 쉽지 않기에,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성경도 일부에 문학적 요소가 있지 않습니까. 한 권의 문학과 성경이 만나면 스파크가 일어날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 읽었고, 읽고 싶어하는 책들과 엮어 아이들의 성경 교육뿐 아니라 학부모와 설교자까지 전 영역을 커버할 것입니다. 책도 학생용 교재를 비롯해 지도자용, 학부모용, 설교자용을 각각 쓸 것입니다.
영국까지 가는 이유는 교회교육의 한계를 뚫고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것밖에 없습니다. 당근마켓만 가도 사람들이 문학책을 가장 많이 사는데, 교회는 ‘인본주의’라며 등지고 살아갑니다.
이야기로 접근하고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성경을 날것 그대로 주기보다, 맛있게 요리해서 먹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요리의 도구와 양념이 바로 문학입니다. 교회교육의 한계와 주일학교 붕괴 대안을 찾고자 시작한 일인데, 잘 만들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박: 제가 대안학교와 신학교 등에서 실제로 문학을 통해 성경을 가르치면서, 유용성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검증을 마치고,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자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