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부모들 가장 큰 걱정, 자녀들 정신 건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월드비전, ‘전쟁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글로벌 보고서 발간

“공습 소리 들을 때마다 두려움과 고통 느껴”
분쟁지역 22% 이상 우울증 등 정신장애 경험
50달러 후원 시 정신건강 문제 사전 예방 가능

▲월드비전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장기적 긴급구호 활동으로 전환한다. 루마니아 해피버블센터 모습. ⓒ월드비전

▲월드비전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장기적 긴급구호 활동으로 전환한다. 루마니아 해피버블센터 모습. ⓒ월드비전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이 최근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정신건강 위기를 우려하는 글로벌 보고서 ‘우크라이나 아동의 정신건강 위기: 노 피스 오브 마인드(NO PEACE OF MIND)’를 발간했다.

월드비전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포가 150만여 명의 아동들에게 불안, 우울증 등을 가져와 한 세대의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월드비전은 신속하게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에 대응하지 않으면 전쟁으로 인한 아동들의 정신적 상처는 성인이 돼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15년 내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밤새 우는 아이들, 공포에 질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아이들, 다양한 무기의 이름을 말하는 아이들 등 실제 난민캠프 현장에서 만난 아동들 사례가 담겨 있다.

월드비전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 총책임자인 캐서린 그린(Catherine Green)은 “아동과 가족을 위한 정신 건강 예방 서비스가 우선시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월드비전은 전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고, 스트레스 반응을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그리고 불안감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 장애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강화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월드비전은 시리아와 남수단 같은 분쟁지역에서 일해온 경험을 통해 아동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선 정신건강 및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필수적임을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포, 박격포, 군사력 사용은 아동들을 죽음과 부상 위험에 처하게 하고 아동들의 정서적 행복을 위협한다. 공습, 폭격, 그리고 군사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건강한 아동 발달에 필수적인 아동의 안정감을 해칠 수 있다.

3분의 2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피난민 아동들은 낯선 국가나 마을에서 그들을 지지하는 안전망을 빼앗기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은 채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또 이중 많은 아이들이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글로벌 보고서.

▲‘전쟁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글로벌 보고서.

국경을 넘어 루마니아로 오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월드비전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공습 소리를 들을 때마다 두려움과 고통을 느낀다”고 반복적으로 밝혔다.

마리우폴에서 피난온 12살 폴리나는 “무섭고 또 무서웠어요”라며 “우리는 매일 거리에서 비행기, 탱크, 총소리를 들었어요. 로켓이 우리 정원 근처에서 폭발했어요. 이웃집은 불타고 벽이 무너졌어요. 도시 전체에 재가 가득했고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야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또 한 아동의 어머니는 월드비전 직원에게 그녀의 가족이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은 8년 간 전쟁에 시달린 자녀들과 손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 파트너 기관이 운영하는 교회 건물로 피신한 난민 이리나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서워했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러나 곧 아이들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이들은 폭격에 사용된 무기가 어떤 종류인지 정확하게 말하곤 했다. 아이들이 전쟁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가장 두려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월드비전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총책임자 캐서린은 “약 50달러를 후원하면 분쟁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불안, 우울증, 정신분열증, 조울증과 같은 더 심각한 정신 건강 장애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회복력이 빠른 만큼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면 지속적인 분쟁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아이들 보호자의 정신 건강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난민 수용국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행 연구들은 분쟁에 영향을 받은 인구의 22%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정신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본다면 약 450만 명의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고, 그들 중 150만 명은 아동이며 그 숫자는 매일 증가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우크라이나 사태 100일을 맞은 후, ‘장기적 대응’으로 전환했고 이후에는 분쟁으로 가족과의 생이별을 경험한 난민 상황을 고려해 아동과 그 가정을 위한 심리사회적 프로그램을 더욱 주요하게 다룰 예정이다.

또 난민 아동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아동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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