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어부 사진, 탈북 후 중국서 겪던 일 떠올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北 어부 강제북송’ 사진 공개에 탈북 목회자들 격앙

인도주의 원칙 무시, 北 송환 알리지도 않은 듯
사건 후 북한, 탈북해도 소용 없다 전국서 교육
‘사람이 먼저다·인권변호사’? 독재 국가 아닌가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던 탈북민이 저항하고 있다. ⓒ통일부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던 탈북민이 저항하고 있다. ⓒ통일부

통일부가 문재인 정권 시절 ‘탈북 어부 강제북송’ 사건 당시 선원 2인의 송환 과정에서 북송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12일 공개한 가운데, 이를 접한 탈북민 출신 목회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진에는 탈북 어부들의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그들은 판문점에서 안대가 벗겨진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하고, 맨바닥에서 발버둥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이하 북기총) 대표회장 김권능 목사는 “탈북 어부 강제북송 사건 당시에도 북기총에서 ‘악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성명을 냈었다”며 “이번에 사진을 보니 너무 심각하다. 탈북민들 중에는 중국에서 저렇게 끌려다닌 경험 가진 분들이 많은데, 남한에서도 이런 모습을 접하니 너무 힘들다고 한다.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조만간 북기총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권능 목사는 “법과 질서를 말하시던 분들이 어찌 저렇게 법도 원칙도 없이 조치했는가”라며 “인도주의 원칙이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아무리 살인자라 해도 충분한 조사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눈을 싸맸을 뿐 아니라 안대를 풀 때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북한으로 가는 것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고 분노했다.

북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던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도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된 것이다. 마침 TV로 보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노가 생기고 치가 떨린다”며 “북한 주민이 한국으로 온다는 것은, 자유를 위한 기본적 인권 차원이다. 그런데 이들의 강제북송 이후 북한 전역에서 ‘탈북할 사람들은 하라. 이제 한국 정부와 잘 연결돼 있어, (탈북해도) 다 돌려받는다’ 이런 식의 교육을 하고 있다. 결국 자유를 열망하지 못하도록 동조한 것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강 목사는 “저뿐 아니라 탈북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가족·친척은 아니라도, 같은 사람 아닌가. 탈북민 단체장들 단톡방에서도 난리다. 대한민국이 믿을만한 국가인가 하는 말까지 나온다”며 “전 정부는 범죄자라서 돌려 보냈다는데, 북한 측 주장일 뿐이다. 김책 지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왔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이제 탈북민들이 북한 각 지역에서 왔고 내부와 다 소통하고 있어 속일 수 없다. 북한에서 송환을 위해 살인자 프레임을 씌웠고, 전 정부는 북한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믿고 보낸 것”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붙잡은 것도 아니고, 눈을 가리고 포박을 했다.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 아닌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욕하려는 건 아니지만, 집권 당시 ‘사람이 먼저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고 훈장처럼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이것이 대통령 지시 없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국이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5일 만에 보냈다는 것은, 아무리 그들이 진보이고 북한과의 교류와 통일을 원한다 해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강철호 목사는 “국민들 여론이 또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잘 보냈다, 살인자인데, 문제 삼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있더라. 혹 자기 가족이었다면 자식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말할까”라며 “범죄자, 흉악범도 인권을 이유로 얼굴도 가리고 보호해 주면서, 북한 사람들에겐 그런 인권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목사는 “오늘 아침에도 ‘저들을 용서해 주세요, 인간들의 무지입니다. 대통령도 그러고 싶어 그랬겠습니까’라고 기도했지만, 진심으로 나오지 않더라. 하나님께서 다 용서하라고 하셨지만, ‘저런 권력자들과 같은 땅에서 살아야 합니까’ 이런 물음이 나오고 따지고 싶더라”며 “국민들이 북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6.25 전쟁을 비롯해서 북한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고 상처를 줬나. 우리는 평화를 말하지만, 저들은 지금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며 “이렇듯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다, 큰 코 다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이 불과 몇십 년인데, 전쟁도 잊고 희생도 다 잊었다”고 우려했다.

또 “서해 공무원 표류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월북자니 잘 죽었다는 사람도 있는데, 월북자가 아니었음이 밝혀지지 않았나”라고 했다.

강 목사는 “진보 사람들은 박정희·전두환이 독재자라고 비난하지만,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비교가 되는가. 왜 이들은 비난하지 않고 저렇게 잘 대해주는가? 앞뒤가 다르다”며 “그들은 평화와 인권을 말하면서, 왜 북한 인권에는 저렇게 침묵할까. 전 세계에 저런 독재자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도 대화하고 칭찬하고…, 진보의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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