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진보·인권 단체들, 이럴 때 왜 나서지 않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국내 북한인권 운동가들, 탈북어부 강제북송 사진에 분노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와 인권 논할 자격 있나?
대북 관계에서는 국제협약과 원칙 정확히 지켜야

▲강제 송환된 탈북 어부들이 판문점에서 저항하는 모습. ⓒ통일부
▲강제 송환된 탈북 어부들이 판문점에서 저항하는 모습. ⓒ통일부

통일부가 문재인 정권 시절 ‘탈북 어부 강제북송’ 사건 당시 선원 2인의 송환 과정에서 북송에 저항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12일 공개한 가운데, 국내 북한인권 운동가들도 한 목소리로 전 정권을 규탄했다.

김규호 목사(선민네트워크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유엔난민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조항을 명백히 어긴 반인권적 만행”이라며 “가기 싫어 자해까지 하는 사람을 억지로 보내놓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김 목사는 “김정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북한 눈치 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며 “더불어민주당 전 정권의 행태는 민주라고 말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는 당이다. 수많은 진보·인권 단체들은 지금 뭐하고 있는가. 이럴 때 왜 나서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베드로 목사(북한정의연대)는 “현장에서 탈북민들이 북송되는 아픔이 순간 느껴지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얼핏 봤지만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했다”며 “마치 제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던, 중국과 제3국에서 탈북민들이 체포돼 강제북송을 당하는 장면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국내 탈북민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입을까. 중국과 북한에서 탈북과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한국 정부를 원망하고 불안에 떨까”라며 “이번 강제북송을 진행했던 관계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규명해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상처받은 탈북민들과 자유를 희망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그나마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진을 보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가 할 정도로 국제사회 앞에 부끄러웠다”며 “대북 관계에서는 국제협약과 원칙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것이 진정한 대북 관계의 매뉴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당시이던 지난 2019년 11월, 우리 영해로 진입한 북한 어민 2인을 5일 만에 강제북송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그해 11월 7일 판문점 부대(공동경비구역 JSA) 관계자가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보고한 사실이 카메라에 찍히면서 알려졌다.

북한 어민들은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쓰는 등 명확한 귀순 의사를 드러냈으나, 당시 국가정보원은 통상 몇 주간 소요되는 합동 조사를 3일 만에 끝내고, 북한의 인도 요청 전 ‘살인 용의자’라는 이유로 안대를 씌운 채 포승줄로 묶어 북송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대하는 친서를 함께 보냈다고 한다.

이는 당시에도 반인권적 조치로 큰 논란이 되면서, 정부는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진 공개로 강제북송 정황이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최근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서훈 당시 원장이 귀순 어민 합동조사를 강제 종료시킨 것으로 파악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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