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법? ‘죽을 권리’, ‘죽을 의무’로 둔갑할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복음법률가회, 조력존엄사법 제정 시도 반대 성명서 발표

1. 개념 혼동 일으킬 수 있는 단어 사용 안 돼
2. 적극적 생명 단축 안락사, 절대 허용 안 돼
3. 고통 때문에 죽는다? 다른 이유 숨어 있어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페이스북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페이스북

복음법률가회(상임대표 조배숙)와 성산생명윤리연구소(대표 이명진)가 22일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법 제정 시도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의원이 소위 조력존엄사 법안, 즉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발의에 대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①말기환자로서 ②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 중 ③본인의 희망하는 경우에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하자는 법이다.

이들은 “‘고통의 종결’이라는 명목 아래 목숨을 끊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도입하려는 위험스런 법안의 제정 시도를 다음 이유로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그 구체적 내용.

첫째, 법안에 ‘조력존엄사’라는 정의 안 된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이미 세계적으로 의사의 조력을 받아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하여 자살하는 행위를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라고 부른다. 법안에서도 의사에 대해 ‘자살’방조죄 적용을 배제한다고 함으로써(안 제20조의7) 이 행위는 ‘자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자살’ 대신 존엄사를 사용하여 자칫 자살이 존엄하다는 개념과 연결돼서는 안 된다. 존엄사라는 단어는 정의가 되지 않아, 쓰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안락사법을 발의하면서 혼동을 일으키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둘째, 적극적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안락사는 어떤 형태도 허용하면 안 된다.

아무리 엄격하게 대상을 제한한다 해도,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면 생명 경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미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들도 처음에는 엄격히 대상을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주관적 척도로 죽음의 권리를 인정하고 나면, 안락사의 허용범위를 제한하기 어렵게 된다.

외국도 법 실행 초기에는 말기 환자의 신체적인 고통으로 제한했지만 곧 말기가 아닌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통도 포함시키게 되었다. 또한 본인의 희망 의사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지만, 곧 자기 의사를 표현 못하는 치매 노인이나 식물인간 상태, 불치병에 걸린 영유아들에게까지 안락사 대상을 계속 넓히게 되었다.

일단 안락사가 허용되면 너무나 쉽게 생명의 종결을 결정하는 생명 경시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적극적 안락사의 합법화는 그 시작을 말아야 한다.

셋째, 고통 때문에 죽음을 희망한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안 의원실이 공개한 법안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단지 찬성자의 13%만 고통 때문에 안락사를 찬성한다고 했다. 이는 아무리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으로 고통의 종결을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고 정당화해도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가족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에 대한 부담, 사회적으로 의미 없는 인생은 죽는 것이 낫다는 압박 등의 이유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법안이 허용되면 고통과 무관하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죽음에 내몰릴 위험이 커진다.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더 살고 싶었을 사람들에게는 ‘죽을 권리’가 ‘죽을 의무’로 둔갑하게 된다. 자기결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한 대리 결정까지 허용된다면, 가난한 환자의 고통 경감을 위해 죽여달라는 보호자들의 요청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

그러면서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반인륜적이고 생명 경시를 촉발하는 비윤리적인 법안”이라며 “차후라도 선의를 가장하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경시하는 무책임한 조력자살 허용 법안은 다시 발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규백 의원의 본 법안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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