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또다시 ‘대면예배 금지는 위법’ 판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서울시내 교회들이 시 상대로 제기한 취소 청구 받아들여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부분 침해해
비례 및 평등 원칙 반해 재량권 일탈·남용
일부 교회에는 종교행사 전면 금지 효과

▲지난해 사랑의교회에서 비대면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크투 DB

▲지난해 사랑의교회에서 비대면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크투 DB

코로나19 당시 대면예배를 원천 금지한 행정조치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판결이 또 다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심하보·원성웅·김봉준 목사 등 서울시내 교회와 목회자 및 성도들(원고)이 서울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처분 등 취소 청구소송(2021구합71168)’에서 22일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목회자들은 작년 7월 12일 ‘비대면 예배’만 허용한 서울시 공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 시행 공고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행정법원은 서울시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이 사건 처분은 원고들이 가진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뿐 아니라,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도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처분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시설인 교회에 집합을 제한함으로써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에 있어 신도들 및 목회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처분은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춰 감염확산을 방지하는데 적합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종교단체로 하여금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교회는 인터넷이나 TV방송 등을 통해 신도들에게 비대면 예배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물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교회는 비대면 예배를 진행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 아무런 예배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령자, 인터넷이나 TV 등 수신시설을 갖추지 못한 사람 역시 비대면 예배에 참여할 수 없어, 종교행사 전면 금지와 동일한 효과를 낳게 된다”고 풀이했다.

재판부는 “당시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결혼식장·장례식장, 영화관·공연장, 상점·마트·백화점, 목욕장업, PC방 등 대부분 업종에 일부 제한을 두고 있지만, 대면접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며 “비록 예배를 대면으로 한다 하여 교회 활동이 위 업종 이용자들의 행위와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종교시설 밀집도가 위 업종들보다 높아 전면적으로 대면을 금지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종교시설도 결혼식·장례식처럼 참석인원을 제한함으로써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법이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예배 중 찬송 등으로 비말이 발생할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는 전체 예배 중 일부 시간에 한정된 것이고, 이러한 비말 발생 우려가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사정을 전혀 고려 없이 대면 예배 내지 현장 예배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개인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선택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통상 예배는 교인들의 대면 예배를 전제로 교인들이 모여 설교, 찬양, 기도 등으로 이루어진 절차를 당연한 전제로 해 왔다. 또 교회 공동체의 모임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종교적 가치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비대면 예배가 대면 예배와 비교해 현상적 측면에서나 가치부여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앞서 본 것처럼 일부 교회나 교인의 경우 종교행사가 전면 금지되는 것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런데 대면예배 금지를 통해 일부 대면 예배를 허용했을 때보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을 현저히 방지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자료가 없어, 이 처분으로 인한 공익이 위와 같은 사익보다 크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 또한 충족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사건 처분은 종교시설에 해당하는 교회와 유사한 PC방, 영화관, 대형유통시설,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교회에 대한 방역조치를 유독 특별한 합리적 이유 없이 강화한 것이어서, 형평에도 현저히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앞서 “피고는 본안전항변에서 방역지침이 모두 해제돼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나, 행정소송법 제12조에 의하면 행정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했는데, 소송 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처분이 취소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효력이 소멸해 해당 공고를 취소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나, 코로나19가 현재 종식된 것이 아니고 다른 종류의 감염병이 창궐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며 “종교활동의 자유가 신앙의 자유와 같은 절대적 기본권이 아니더라도 그 본질적 부분은 제한할 수 없고,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도 최소 침해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향후 이 사건 처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피고가 종교활동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또는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취할 수 있는 방역조치 수준에 관하여 법률적 해명이 필요해 보이므로, 원고들은 소를 통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목회자들은 해당 공고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를 동시에 신청(2021아11821)했다. 당시 집행정지 신청은 일부 인용돼 서울시에서 항고했으나, 지난 5월 공고 효력이 소멸했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10월 거리두기 4단계를 연장하면서도 ‘10% 이내 예배’를 허용하면서, 비대면 예배는 중단됐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당시 대면예배 금지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부터’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내 31개 교회가 서울시와 은평구청을 상대로 각각 제기했던 대면예배금지 집합금지 명령 취소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내 18개 교회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회의 대면예배 금지 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2021누76387)’에서, 서울고등법원 제9-3행정부는 6월 16일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에서는 “소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한 바 있다.

이로써 판결 확정 시 행정관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의 청구가 가능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소송들의 법적 실무는 모두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공동대표 김진홍 목사/김승규 장로, 이하 예자연) 측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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