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장 1-5절을 통해 본 제주선교 과제 (4·끝)
수업과 사역 병행 어려워, 부교역자 구하기 힘들어
무비자로 유학생 2천여 명 체류 중, 역파송 가능해
증가 추세 난민, 복음적 차원 접근 및 대화 모색을
관광지 지원정책 도움 받아 ‘성경 랜드’ 조성한다면
이에 필자는 제주도의 복음 선교방안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제주도민들을 위한 전문사역자 정착
제주도는 부교역자 사역이 비관적이다. 제주도 특성상 교회별 부교역자 사역이 힘들다. 교육부 인가 신학교 학생들이 수업과 사역을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학교를 졸업한 부교역자의 사택과 사례비 일체를 부담하기 어려운 교회들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담임목회자가 교회학교까지 집중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전문 교인들의 양성에 대한 문제도 많다. 대부분의 교회가 외지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정착하기 쉽지 않아 이동이 잦다. 이런 문제로 교회학교의 복음화율은 2%에도 못 미친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예장 합동 총신대학교는 매년 학생들에게 제주노회 사역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 사역지원금은 항공비 매달 80만 원, 수업료 전액 장학금 지급, 교회 사역지원금 별도 등이다.
이런 어려움이 발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단별 신학교 지원 문제가 새롭게 생겨났다. 총신대학교는 2012년 제주도 분교를 위해 탐라대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었을 정도다.
제주도는 교회성장을 위해서라도 교회학교 전문 사역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2. 제주도 내 대학별 유학생을 위한 복음전도
제주도는 2천 명 넘는 유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유학생 사역을 담당하는 선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 대학교마다 국가별 유학생들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권 국가에서 온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접하게 하는 사역이 중요하다. 이미 제주대학교는 학교 안에 할랄음식에 대한 내용이 교내 식당에 붙어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의 영향으로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로 자국을 봉쇄하는 문제가 길어진다면, 제주 유학생들을 위한 사역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위한 행정적으로 교단과 교회가 협력한 가운데 제주 지역을 위한 선교센터가 필요하다.
3. 난민들을 위한 선교적 모색
2018년 제주 난민 사태는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난민 문제에 주목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당시 예멘인 484명이 난민 인정 신청서를 냈고, 이 중 인정 2명과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등 85.4%인 414명이 정식으로 제주에 살 수 있게 됐다.
수백 명의 난민들이 입국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제주는 물론,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의 수용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70만 명 넘게 동의하며 당시 역대 최다 청원 수를 기록했다.
난민법 폐지와 제주 예멘인 송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같은 해 6-7월에만 출입국 항에서 난민 신청을 막거나 허위 서류 작성 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난민법 개정안이 무려 5건 발의됐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제주 예멘 난민 논쟁을 통해 본 한국 난민제도의 개선 쟁점’ 보고서에서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 제정을 발표한 2012년에도 난민 문제가 이처럼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며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대량 난민 사태가 지구촌 화두로 올랐던 때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당시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지냈던 김도균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제주 난민 사태는 찬반 논쟁이나 대응 방식 평가를 떠나,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전까지 먼 나라 이야기였던 난민이 우리 문제로 인식됐고,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세계 평화의 섬’이라고 불린다. 세계 평화의 섬은 “모든 위협요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인 적극적 의미의 평화를 실천해 나가는 일련의 사고체계와 정책 등을 포괄하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활동체계”를 말한다.
이런 의미라면 앞으로 제주는 아시아에서 난민 수용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 국가들에서 오는 난민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인가? 여러 접촉점과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4. 기독교 관광지 개발
제주도 각 지역에는 수많은 기독교 선교 유적지가 존재한다. 제주 지역 유적지는 기독교 선교의 가능성과 접근성, 현지인들의 인지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내 기독교 유적지를 개발해 성도들로 하여금 방문케 하고 기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준다면, 선교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주도 내 기독교 유적지는 다음과 같다.
1) 성 이시돌 목장
비록 천주교 소유의 목장이지만 선교의 성공적 모델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이다.
1954년 4월 콜룸반외방선교회 소속으로 제주도에 온 아일랜드 출신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P. J. Mcglinchey, 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드넓은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하여 1961년 11월 성 이시돌의 이름을 따서 중앙실습목장을 건립한 것이 시초이다.
임피제 신부는 25세 때 사제 서품을 받고 1954년 제주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제주도는 6·25전쟁과 4·3 사건 등으로 매우 빈곤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했다. 신자들의 믿음을 기르는 일이 사제의 최우선 소명이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일이 더 급했다.
하지만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을 벽안(碧眼)의 신부가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지역신용협동조합 설립(한국에서 네 번째)이다. 주민들의 사설 금융수단인 ‘계(契)’가 깨져 신자 한 사람이 자살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한라산 중산간 개간을 통한 목축업 육성이 제주 지역에서 가난을 물리칠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생각해, 이에 몰두하게 된다. 이시돌 목장은 그런 연유로 탄생했으며, ‘돼지 신부님’이란 애칭도 이 때 붙여졌다.
임피제 신부는 사회적 소외(疎外) 계층의 복지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고 경로당과 양로원(요양원), 유아원과 유치원, 청소년 시설인 성이시돌 젊음의 집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사제이자 지역개발가이며 박애(博愛) 정신으로 똘똘 뭉쳐 살아온 ‘제주에서의 60년’이었다.
2) 비블리아 성서식물원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서 23년간 관장으로 계셨던 이태용 목사가 성경 교육을 위해 조성한 식물원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으로, 성경에 나오는 식물 대부분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식물원이다. 성경에 나오는 식물과 함께 목사님이 해설을 해 주신다.
3) 제주 극동방송
극동방송은 육지 여러 곳에도 있지만, 제주 극동방송은 특별하다. 김장환 목사와 미국 밥 존스대학 동기인 윌킨슨 선교사가 세운 최초의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이 제주 극동방송이다. 특히 북한과 중국, 일본에 복음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이 방송을 듣고 북한 현지에서 보내온 지하교회 성도들의 편지가 전시돼 있다.
4) 하멜표류 기념관
제주 산방산 용머리 해안에 하멜표류 기념 배가 전시돼 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기념관이기에 기독교 역사 이야기는 제외돼 있지만, 앞서 소개했듯 하멜은 조선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후에 하멜이 전라도로 보내졌기에 전라남도 강진에 ‘하멜 기념관’이 있다.
5) 대정교회
이기풍 선교사가 한국 최초 평양독노회 파송 선교사라면, 이도종 목사는 제주도 최초 목사이다. 이도종 목사는 제주 4·3 사건으로 사망했다.
6) 그 밖에 4·3 평화박물관, 이기풍 선교기념관, 금성교회, 순례자의 교회(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등이 있다.
이런 관광지를 활용·개발하여 하루 약 3만 명에게 직·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 전략도 중요하다. 실제로 이 관광지들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제주는 관광 사업의 비중이 크다. 관광지마다 국가적 지원 정책이 있다. 이 정책을 잘 활용하여 제주에 ‘성경 랜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Ⅳ. 나가는 말
제주도 선교는 제주도만의 특수한 상황과 장애 요인을 가지고 있다. 제주도는 역사적·사회문화적·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독특하다.
그럼에도 제주 선교는 21세기 한국교회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 선교 부흥을 위해 제주도민의 복음화는 물론, 외부에서 유입되는 국내외 관광객과 이주 정착민을 대상으로 한 사역 및 선교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에 주어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제주도를 선교적 관점에서 연구할 경우, 현재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선교학적 과제가 대부분 들어 있다는 점이다.
신명기 1장 1-5절은 창세기 1장 28절 말씀으로 연관지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의 사명과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 간의 광야학교 훈련을 통해, 이제 하나님의 인간에게 주신 원복음의 문제를 가지고 가나안 땅을 들어가야 하는 사명이 생겼다.
선교계의 위기를 무시하거나 회피할 가망이 전혀 없다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하게 타당한 길은 가장 진지하게 그러나 이 위기에 굴복함 없이 현재의 위기를 대면하는 것이다.
위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 어떤 사람들은 단지 기회만을 보고, 모든 측면에서의 위험을 잊은 채 돌진한다. 다른 사람들은 단지 위험만을 보고 몸이 마비돼 후퇴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과 기회의 공존을 인식하고, 두 요소에 의해 촉발되는 긴장 속에서 선교를 수행한다면 우리의 높은 소명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조선 시대 제주 땅에 보내진 벨테브레(박연)와 하멜은 우연히 제주에 표류하게 된 것이 아니다. 분명 그 역사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있다.
400년 전의 선교 과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하여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것은 단순히 하나님의 약속뿐 아니라, 지역과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분명한 사랑과 관심이 있으신 것이다.
벨테브레와 하멜을 제주도에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과 관심이 여전히 제주도에 남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상권 목사
제주 하람교회
백석대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