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성경 10-3] 이스라엘의 달력 (3)
건기 앞두고 봄 절기, 유월절-무교절-초실절-칠칠절
우기 시작되는 가을 절기 앞, 나팔절-속죄일-초막절
절기 모아놓은 이유, 농경뿐 아니라 신앙생활 변화도
건기 후 씨앗 파종 위해 ‘이른 비’ 간절히 바라는 기도
5. 절기
1) 봄 절기와 가을 절기
이스라엘 달력은 건기와 우기에 따른 농업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지만, 종교적 절기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기후는 크게 건기와 우기로 나누어지는데, 일년의 반은 우기이며 나머지 절반은 건기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건기와 우기가 바뀌는 시점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에서 경제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스라엘 절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기와 건기에 따라 구별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건기가 시작되는 제1월(니산월)에는 ‘봄 절기’라 불리는 유월절-무교절-초실절-<칠칠절>이 모여 있고, 우기가 시작되는 제7월(티쉬리월)에는 ‘가을 절기’라 불리는 나팔절-속죄일-초막절이 모여 있습니다.
이처럼 절기가 두 곳에 모여 있는 것은 건기와 우기의 사이클에 맞추어, 이스라엘 백성들의 농경 생활은 물론 신앙 생활에도 변화를 주기 위함입니다.
우기의 시작인 제7월(티쉬리월)은 씨를 뿌려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농사를 전적으로 비에 의존하는 이스라엘에서는 이 때 ‘이른 비(가을비)’가 내려야 씨를 뿌릴 수 있는데, 만일 ‘이른 비’가 제때 내리지 않게 되면 이는 이스라엘에 매우 심각한 재앙이 됩니다.
즉 여름 내내 건조해진 땅이 매우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른 비가 내리지 않으면 씨앗을 뿌릴 수 없게 됩니다.
씨를 파종할 수 없게 되면 그해 수확도 없게 되는 것이고, 이는 곧 기근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성경에는 ‘이른 비’를 간절히 바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도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으며, 불순종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른 비’를 내리지 않아 땅을 쇠처럼 딱딱하게 만들겠다는 하나님의 경고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 절기 중에서도 마지막 절기인 초막절에는 ‘이른 비’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초막절은 다른 절기와는 다르게 8일간 진행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나와 광야에서 초막을 짓고 살았던 시절을 기억하게 함과 동시에 포도, 무화과, 올리브, 석류, 대추야자 등 풍성한 과일 수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초막절이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초막절 행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제사장이 8일 동안 아침마다 금물동이를 들고 실로암 연못에서 물을 길어다가 성전 제단에 바치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초막절이 끝나면 바로 하나님이 주시는 ‘이른 비’로 밀과 보리를 파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기의 시작인 제1월(니산월)에 몰려 있는 봄 절기는 농업보다는 종교에 초점이 맞추어진 절기입니다. 물론 가을에 뿌린 보리와 밀을 추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절기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익은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는 초실절이 추수를 준비하는 대표적인 봄 절기입니다. 봄 절기가 끝나면 이스라엘에서는 칠칠절까지 먼저 보리를 수확하고 이어서 성장 기간이 긴 밀까지 수확을 완료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봄 절기는 출애굽과 관련하여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봄 절기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원해 내신 것을 기념하여 어린양을 잡습니다. 그리고 7일 동안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무교병을 먹음으로써, 다시 한 번 자유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또 온 집안에서 누룩을 제거하고 깨끗이 청소하여 새로운 일년을 준비합니다.
하나님은 봄 절기, 백성들은 가을 절기를 시작점 삼아
이스라엘 민족, 물질적 측면 맞춰 하나님 명령 저버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결국 멸망, 메시야도 못 알아봐
2) 절기와 구속사
이런 점들을 비교하여 볼 때 새해, 즉 신년을 ‘봄 절기’로 볼 것인가 ‘가을 절기’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농업 즉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관점에서 보면 가을 절기가 새해의 시작이 될 것이고, 반대로 누룩의 제거 즉 모든 죄악으로부터 떠난 삶의 시작이란 구속사적 관점에서 보면 봄 절기가 새해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봄 절기를 새해의 시작으로 삼으라는 성력을 주셨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을 절기를 새해의 시작으로 삼는 민간력을 만들어 지켰습니다.
성력을 지키느냐 민간력을 지키느냐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큰 고심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성력이 아니라 민간력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유월절 어린 양의 피로 애굽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정착 이후 누룩 즉 인간을 부패하게 만드는 불순종(죄악)으로부터 해방된 삶을 살지 못하였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풍요로운 삶을 즐길 것인가 하는 물질적 측면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하나님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던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언약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하나님과의 언약을 스스로 파괴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참담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는 각각 B.C. 722년에 앗수르에게, B.C. 586년에 바벨론에게 망하였고, 이후 이스라엘에서 다시는 다윗 가문의 왕이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북이스라엘의 10지파는 완전히 역사에서 사라졌으며, 남유다는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돌아와 다시 한번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제사장들에 의한 성전의 부패와 율법 교사인 바리새인들의 위선적인 신앙 등 계속되는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자신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야를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박는 죄를 범하였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하나님이 주신 성력을 거부하고 민간력을 사용한 결과입니다.
왜냐하면 봄 절기는 예수님의 초림을 상징하고 가을 절기는 예수님의 재림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성력을 주신 목적을 깊이 묵상해 보지 않고 세상 욕심으로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 땅에 유월절 어린 양으로 오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피 흘려 죽으시고(유월절), 3일 만에 무덤에서 사망 권세를 이기고 나오심으로 말미암아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초실절).
이제 누룩(죄)을 거부하고 예수님을 메시야로 모시고 사는 성도는 영원히 썩지 않는 부활을 예수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으실 것입니다(무교절). 이 복음을 널리 전하기 위하여 예수님은 성령을 보내주셨고 교회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오순절).
그리고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은 천사들의 나팔 소리와 함께 재림하실 것입니다(나팔절).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면 양과 염소를 나누는 심판을 하실 것입니다(속죄일).
이 때 죄사함을 받은 성도들은 하나님의 장막 안에서 만세 전에 준비된 “골수가 가득한 기름진 것과 오래 저장하였던 맑은 포도주(사 25:6)”로 천국 잔치를 즐길 것입니다(초막절).
성경 공부할 때, 달력 대부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스킵
달력 선택, 어떤 의식 체계 갖고 있는지와 맞물려 있어
달력 제대로 모르면 달력 사용하는 문화 이해 어려워
이스라엘 달력, 그 중 절기에는 구속사 깊은 뜻 담겨
말씀 이해 안 된다고 실천 멈추기보다, 먼저 실천해야
그리스도 마음 배우면 아버지의 깊은 속 알 수 있을 것
예수님 못 알아본 것 교훈, 재림은 알아보도록 깨어야
6. 결론
성경을 공부할 때 대부분 달력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달력은 주어진 것이겠거니 생각하여 건너 뛰거나 무시합니다.
그러나 달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지구, 달, 해의 주기에 따라 시간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달력을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어떤 의식 체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또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달력에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 문화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달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 달력을 사용하는 문화 또한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의 달력, 그 중에서도 절기에는 구속사를 향한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영적 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의 목적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를 괴롭히기 위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실천을 멈추기보다, 먼저 실천하면서 그 목적을 깊이 묵상해 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나아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배우게 되면 아버지의 깊은 속까지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초림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교훈삼아, 우리는 재림하시는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