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의 설교노트 1] 철학이 있어야 한다
쉐프도, 축구 선수도 자신만의 철학 갖고 있어
BTS, 분명한 철학 바탕으로 작사 작곡 작업해
성공한 사람들, 누구나 자신만의 분명한 ‘철학’
<설교자란 누구인가>라는 책으로 많은 목회자들의 공감을 얻었던 광주은광교회 지혁철 목사님이 ‘부목사의 설교노트’라는 제목의 기고를 연재해 주십니다. -편집자 주
1. 철학이 있어야 한다
오래 전 명절 때였다. 아버지 계신 통영 집에 온 가족이 다 모였다. 저 멀리 이천에 사는 형수와 조카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언제나 그렇듯 온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평소 말수가 적던 20대에 접어든 조카가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철학이 안 맞아서 못 오겠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과 고모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영 불편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 방향, 결과 달랐기 때문일 게다. 그 불편함을 철학이 맞지 않다는 말로 표현했다.
지금은 자신이 이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만큼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머리가 띵할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철학’이란 단어를 새롭게 해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철학’이란 단어를 주목하게 되었다. 이내 많은 사람이 ‘철학’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기만의 삶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누구라도 그렇듯 필자도 애정하는 식당이 있다. 독일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부부 쉐프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음식 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다듬고 요리하고 서빙하는 일까지 그들은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식당을 운영한다. 그것도 꽤나 근사하게.
그 식당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그 식당을 아낀다. 귀한 손님이 오면 꼭 한 번 모시고 가고 싶은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바탕엔 그들만의 식당 철학이 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좋아하는 축구 클럽이 있고, 축구 선수도 있다. 월드클래스 수준의 축구 선수는 누구라도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과 월드 클래스 수준의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축구 철학이다. 그들이 얼마나 자주 축구 철학을 이야기하는지 안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명장이 되고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 한 그들의 내면에는 축구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나만 더 이야기 해보자. 연예인 세상이다. 철학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연예인 세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김광식 교수의 BTS와 철학하기>라는 책이 있다. 철학박사 김광식 교수가 방탄소년단의 노랫말을 통해 그들의 철학을 설명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풀어가는 책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많이 놀랐다. BTS가 전 세계적인 아이돌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필자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문제는 딱 그 정도만 알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BTS가 그저 노래하고 춤만 추는 아이돌 그룹일 것이라는 짐작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냥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곡과 가사를 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일의 가장 기초가 그들의 철학이었다. 배우도 다르지 않다. 어떤 작품을 고를지,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다른 배우와 스텝을 대하는 자세까지 그들의 철학이 지배한다.
요점은 분명하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해서 다 주목할 만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주목할 만한 삶을 사는 사람은 어느 영역에서든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진짜 질문을 던져보자. 설교자는 어떨까?
지혁철 목사
광주은광교회 선임 부목사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