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유명 소설 ‘악마의 시’를 쓴 살만 루슈디(75)가, 뉴욕에서 강연 직전 무슬림의 칼에 피습을 당했다가 호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계 영국 작가 루슈디는 12일 오전 뉴욕주 셔쿼터연구소에서 강연 무대에 오르던 중 괴한에 의해 목과 복부를 15차례나 찔려 그 자리에서 쓰려졌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뉴저지 출신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하디 마타르(24)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12일 루시디의 대리인 앤드루 와일리의 말을 인용, 그가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며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루슈디가 한쪽 눈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며, 팔 신경이 절단되고 칼에 의해 흉기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14일 로이터통신은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뗐고 회복 과정을 시작했다”며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만, 상태는 호전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건 당일 루슈디가 망명 작가들을 위한 토론회 진행자 랄프 헨리 리스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용의자가 달려들어 그를 공격했다. 이날 그는 청중들에게 미국이 망명 작가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라는 내용의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당시 강연장에는 청중 2,500여 명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인 린다 에이브람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5명의 남자가 용의자를 끌어내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격분한 상태였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캐슬린 제임스는 “용의자가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아직도 이 작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몇 초 뒤 그것이 아님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익명의 사법 소식통을 인용해 현장에서 체포된 마타르가 과거 이란 정부에 동조한 전력이 있으며, 그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이란 혁명수비대 및 시아파 극단주의 지지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며 종교적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그는 1988년 ‘악마의 시’를 출간했고, 이 책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는 이슬람권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이듬해인 1989년, 당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파트와(종교 칙령)를 통해 루슈디에 대한 사형을 선고했고, 그에게 300만 불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후 루슈디는 10년 동안 영국 경찰의 보호를 받고 가족과 함께 은둔하며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