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피조 세계에도 해방과 치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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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록, 한 점의 그림] 토마스 콜, 생태계의 질병과 회복

죄, 피조물 속 하나님의 선한 목적 왜곡시켜
인간에서 하나님 분리, 소외와 절망 따라와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하나님 분리시킬 때,
자연을 한낱 ‘자원’으로 왜곡시키게 될 것

▲토마스 콜, 화이트 마운틴의 노치라 불리는 산길의 전망(Crawford_Notch), 102x155cm, 캔버스에 유채, 1839,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토마스 콜, 화이트 마운틴의 노치라 불리는 산길의 전망(Crawford_Notch), 102x155cm, 캔버스에 유채, 1839,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아픈 지구에 건강한 교회가 있을까?” 이 말은 하워드 A. 스나이더(Howard A. Snyder)가 『피조물의 치유인 구원』 에서 던진 질문이다.

세상이 아프면 교회도 아프며, 교회 역시 세상과 분리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특히 생태계가 위기에 처한 세상에 직면하여 어떻게 기독교가 회복에 앞장설 수 있는지 성찰하였다.

미술에도 생태계의 문제를 고민한 화가가 있었다. 토마스 콜(Thomas Cole)이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허드슨 리버스쿨’의 창시자란 기존의 인식에서, ‘생태계의 돌봄에 주목한 화가’라는 새로운 평가가 내려진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토마스 콜이 뉴햄프셔 화이트 산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때 울창한 야생 지역이었던 이곳이 인간의 거주와 동시에 산림 벌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콜은 <화이트 산맥의 노치라고 불리는 산길의 전망>(1839)에서 집, 헛간, 도로 같은 인간 거주의 흔적을 흐리게 하는 대신, 배경의 산, 단풍든 숲 등을 늠름하고도 화사하게 표현하였다.

그는 전면에 벌목된 나무 이미지를 강조하였는데, 좌우 측에는 각각 언제 베어 버렸는지 모르는 고사목,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가 휑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장면은 야생성을 간직한 배경과 대조를 이룬다.

칼 카서로우(Karl Kusserow)는 이 작품을 미국 생태의식의 성장을 보여주는 예로 소개하면서, ‘환경적 불의(environmental injustice)’가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집중하였다.

토마스 콜이 자연 개발과 파괴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그가 대지의 ‘모신(母神)’, ‘가이아’를 섬기는 등 우상숭배에 빠지거나 신성한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자연을 중시한 이유는 창조 세계 자체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고 하나님이 좋다고 선언하신 것이며, 하나님의 궁극적 주권 아래 놓여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콜이 살던 시대만 해도 청교도들은 신대륙에서 이주하여 신앙의 자유를 찾은 반면, 창조세계의 돌봄까지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신대륙에 이주한 사람들은 헨리 소로(Henry Throeau)와 존 뮤어(John Muir)의 책을 읽었고 ‘허드슨 리버스쿨’ 화가들의 그림에 매료됐으나, 모든 피조물이 창조주의 ‘사랑의 산물’이라는 통찰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친교와 돌봄의 대상이라기보다, 점령의 대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한 예로 헨리 아리(Henry Ary, 1807-1859)는 그 시대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콜을 멘토로 삼았던 그는 콜과 생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였다.

그의 <허드슨 강의 광경, 뉴욕>(1852)은 공장, 회색 하늘,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나무가 있는 허드슨 강 주변을 보여준다. 공장이 들어서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공장과 가정에서 방류하는 폐수로 인해 강은 부영양화되고 하늘을 뿌옇게 오염시키고 있다.

그림 중앙에 위치한 허드슨 제철소(Hudson Iron Company)가 바로 주된 요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그럼에도 아리는 푸른 나무와 풀을 전경에 배치하여, 자연과 그 천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였다. 이런 구도는 숲과 식물이 여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토마스 콜, 옥스바우, 폭풍우 후 노샘프턴의 홀요크산, 캔버스에 유채, 130x193cm, 1836,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토마스 콜, 옥스바우, 폭풍우 후 노샘프턴의 홀요크산, 캔버스에 유채, 130x193cm, 1836,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토마스 콜의 작품 중 생태의식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옥스바우: 폭풍우 후 매사추세츠 노샘프턴의 홀요크산>(Oxbow)(1836)을 들 수 있다.

코네티컷 강을 무대로 풍경의 전경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야생 지대이고 그 너머는 문명화된 땅, 그러니까 농경지로 개간된 땅이다. 화면 왼편에는 폭풍우가 물러가고 오른편은 맑고 청명하다.

즉 자연과 문화, 야생과 문명, 격변과 고요가 대비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는 화면 중경 언덕에 암시돼 있다. 구름 아래 야트막한 언덕 중앙에는 ‘Shaddai’, 즉 구약에서 ‘만군의 주, 전능자’라는 뜻으로 사용된 히브리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은 지금 신대륙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경작지 확보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긴 하나, 화가는 무분별한 남획과 훼손을 걱정하였다.

화가는 사람의 이기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 가치관으로 자연의 가치가 손상을 입고 있다고 보았다. 사람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것 같이 자연도 하나님에 의해 창조됐고, 따라서 그것에 실제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우연히 던져진 존재처럼 착취한다.

자연에 가하는 폭력은 불가역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한 번 위해(危害)를 가하면 원상태를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화가가 ‘만군의 주’라는 글자를 새긴 것은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파괴에서 오는 팽팽한 긴장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나님이 선하신 뜻으로 피조 세계를 창조하였다면 인간은 타락 이후 하나님으로부터, 동료 인간으로부터,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분리를 경험했다. 죄가 야기한 양상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즉 자연을 창조된 피조물이 아닌 ‘일개 사물’로 인식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F. 쉐퍼의 말처럼 그것이 ‘하나님께 지음받은 우리의 동료 피조물’이며, 인간 존립이 지구의 안녕에 의존한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심이 창조적으로 발현된 것이 자연이며, 그 위를 살아가는 온갖 생명체들이다. 그래서 시편 기자는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편 8편)”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토마스 콜이 ‘전능자’를 강조한 것은 생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창조주 안에서 찾았음을 말해준다.

죄는 피조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왜곡시킨다. 인간으로부터 하나님을 분리시킬 때 소외와 절망이 뒤따라오듯, 자연으로부터 하나님을 분리시킬 때 우리는 자연을 ‘자원’으로 왜곡시킨다.

그러므로 생태계에도 예수님 안에서의 화해와 치유의 복음이 선포돼야 한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는 인간뿐 아니라, 그 분이 지으시고 ‘좋다’고 하신 생태계도 포함된다.

우리가 레슬리 뉴비긴(Leslie Newbigin)이 말한 ‘성취의 신화’에 도취된 나머지 하나님과 연결되고 자연과도 친해지는 관계 회복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분리의 상태는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 주변 세계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관점을 형성한다. 예술 작품은 생태 문제에 대한 일련의 데이터와 지표에 직면할 때 이 자료들을 정서적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게 재구성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

콜의 작품에서 보듯 예술 작품은 그것을 숫자나 통계가 아닌 당면과제로 바꿀 수도 있고, 그 심각성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콜의 그림은 땅의 소외가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분리에서 생겼기 때문에, 이는 전능자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온전히 치유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피조물 전체가 인간의 죄의 결과로 신음하고 있지만, 동시에 피조물 전체가 하나님의 구속하시는 해방과 치유가 완전히 나타나기를 열망하며 기다린다. 이 그림은 인간처럼 피조 세계에도 해방과 치유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서성록 교수.
▲서성록 교수.

서성록 교수
안동대 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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