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시스템, 제자훈련… 교회는 어떻게 한 영혼 변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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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간 여행, 신앙 여행 (4)] 무엇이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빈민 착취 목적 ‘신빈민 구제법’에 저항 위해 집필
25세 ‘신인 작가’ 찰스 디킨스 <올리버 트위스트>
주인공 변화와 성장 가능 조건 단 하나, ‘사랑’ 뿐
사랑 없으면, 뭐든 그 시절 영국 ‘구빈원’ 같을 뿐

▲영국 브로드스테어스에 위치한 찰스 디킨스 하우스 박물관.

▲영국 브로드스테어스에 위치한 찰스 디킨스 하우스 박물관.

“천국은 아주 먼데 있고, 천국에 있는 사람은 모두 행복하기 때문에 일부러 나 같은 불쌍한 아이 옆으로 내려와 주시지는 않을 거예요.” (<올리버 트위스트> 중에서)

영국 남동부 켄트(Kent) 브로드스테어스(Broadstairs)에는 찰스 디킨스 하우스 박물관(Charles Dickens House Museum)이 있다. 1812년 포츠머스에서 태어난 찰스 디킨스가 1837년부터 1851년까지 이곳에서 살던 집이 박물관이 되었다.

인터넷이나 책에서는 나이 든 찰스 디킨스의 모습만 접하게 된다. ‘대문호’가 런던에 살았다면, ‘신인작가’가 등단한 곳이 이 집이다.

이곳에는 신인 작가의 흔적은 물론, 한 번도 볼 수 없던 25세 청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집은 그의 자전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영감이 되었다. 또한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써내려간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런던까지 딱 70마일이다! 올리버 트위스트가 무작정 런던을 향해 걸으면서 보았던 표지판이 떠오른다. 아, 올리버 트위스트!

▲&lt;올리버 트위스트&gt;, 찰스 디킨스, 현대지성.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현대지성.

“Please sir, I want some more. 죄송한데요, 조금 만 더 주세요. (<올리버 트위스트> 중)

구빈원에서 굶주림으로 신음하던 올리버가 했던 말이다. 모든 고아들을 대신했던 표현이었지만, 그에게 되돌아 온 것은 욕설과 몽둥이 찜질 뿐이다. 그렇게 올리버는 ‘신앙심 없는’ 아이가 되었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인들이던 구빈원 운영자들에게 ‘조금만 더 주세요’는 게으름과 탐욕의 소리였다. 반면 올리버에게는 삶의 처절한 몸부림이었고, ‘연민’에 굶주린 절규였다.

최소한의 음식조차 섭취하지 못한 아이들, 기계에게 존엄성을 양보해야 했던 빈민들의 마음이 이 한 문장 속에 숨어 있다. 올리버는 가장 ‘경건한’ 표현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25세의 신인 작가가 썼다. 이 작품은 ‘대문호’의 시작을 알렸고, 불후의 명작 <크리스마스 캐럴>의 디딤돌이 되었다. 디킨스는 왜 이런 작품들을 썼을까?

▲&lt;올리버 트위스트&gt;를 집필하던, 젊은 시절(25세) 찰스 디킨스의 모습.

▲<올리버 트위스트>를 집필하던, 젊은 시절(25세) 찰스 디킨스의 모습.

디킨스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은 1834년 발표된 ‘신빈민 구제법’이다. 빈민, 고아, 노숙자, 부랑아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만 지급한 채 구빈원에 ‘몰아넣고’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것이, 이 법이 의도했던 것이다.

이 법의 목표는 약자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는 것일까? 부자들은 길거리에서 ‘우글거리는’ 사람들을 없앨 수 있었다. 정치인들에게는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를 합법적으로 한 곳에 격리시킬 수 있었으니 안도할 수 있었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기부금을 요구하던 자선단체 회원에게 “아직도 구빈원은 잘 돌아가고 있소?”라고 말하자, 그 남자는 “그곳으로 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세계 선교를 주도하던 ‘대영 제국’이 만든 법을 바라보는 신인 작가의 시선이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디킨스가 새로운 법에 저항하기 위해 썼다. 동시에 그는 집요하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이런 관점으로 작품을 읽으면 작가의 치열한 고민을 행간에서 보게 된다. 올리버가 고아원에서 구빈원으로 옮겨지면서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은 이것이다. “너는 기독교인답게 밤마다 기도하니?”

▲영화 &lt;올리버 트위스트&gt;의 한 장면. ⓒ인터넷 캡처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의 한 장면. ⓒ인터넷 캡처

독실한 신앙인들 사이에서 어린 올리버는 ‘신앙’으로 순응하기를 요구 받는다. 런던에 홀로 던져진 이후, 처세술과 소매치기 기술을 익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결국 올리버가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조건은 하나다. 그를 신뢰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즉 ‘사랑’ 하나에 담겨 있다. 작가는 이 확신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죽은 올리버 엄마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고아가 될 아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했다.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친구가 되어 줄 사람, 누구라도 마련해 주소서. 그리고 홀로 이 세상에 던져진, 의지할 데 없는 고아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하나님은 구빈원으로 ‘들어가야 마땅한’ 여인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나아가 올리버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고 있었다. 런던에서 그토록 괴롭히던 페긴스가 사형 선고를 받자, 감옥까지 그를 찾아갔다.

“아저씨. 저하고 함께 기도 드려요. 어서 기도 드려요.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저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 드려요. 오 하나님! ‘이 가엾은 사람을 용서해 주세요.’ 소년은 부르짖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이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가? 무엇이 한 아이를 자라게 하는가? 교육, 제도, 복지, 기술 등 다양한 조건이 있다. 찰스 디킨스는 분명히 말한다. 사랑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신인 작가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한다.

교회는 어떻게 한 영혼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건물과 시스템을 갖춘다. 제자훈련에 ‘밀어 넣으면’ 여전히 성장하리라 굳게 믿고 있다. 어쩌면 구빈원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올리버는 런던 도회지를 떠나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다. 남루한 옷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광경은 런던에서 보던 것처럼 마지못해 끌려 나와 지루하게 예배를 드리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진심으로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찬송가를 부르는 노래 솜씨는 촌스럽고 보잘 것 없었으나 그 속에는 소박한 진심이 깃들어 있었으므로–적어도 올리버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지금까지 들려온 어느 (런던) 교회의 찬송 소리보다 훌륭하게 들렸다. (<올리버 트위스트> 중에서)”

▲박양규 목사. ⓒ크투 DB

▲박양규 목사. ⓒ크투 DB

박양규 목사
교회교육연구소
<리셋 주일학교>, <구원으로 가는 9개의 이야기 계단>,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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