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살硏 “아르차흐, 주변국에 의해 대량학살 위기”

뉴욕=김유진 기자     |  

살해·고문 및 강제 추방 자행 중

남부 캅카스의 아르차흐공화국이 주변국인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에 의한 대량학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지난 17일, 미국 비영리 민간단체 ‘렘킨 대학살 방지 연구소’(Lemkin Institute for Genocide Prevention)는 아르차흐공화국에 대한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정부의 대량학살을 시사하는 “적기 경보”를 발령했다. 이 성명은 아제르바이잔이 8월 25일까지 베르조르와 아가브노 마을에 사는 아르메니아인을 추방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연구소는 성명에서 “모든 국제 및 국가 기구가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의 대량학살 이념과 관행을 감시하고,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대량학살 위협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며 “아르메니아, 아르차흐공화국 및 전 세계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아르메니아인의 안보와 정체성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영상에는 아제르바이잔 군인들이 아르메니아인 묘지에서 파낸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군용 트럭 뒤에 묶고, 이에 동료 병사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터키 언론인이자 정치 분석가인 우자이 불루트는 최근 칼럼에서 “연구소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난 2년 동안 아제르바이잔과 그 동맹국인 터키는 아르차흐공화국에서 아르메니아인 기독교인들을 살해, 고문 및 강제 추방했다”고 말했다.

아르차흐공화국은 캅카스 지역의 아제르바이잔 영내에 속한 독립 상태의 자치 공화국이며, 주민 대부분이 아르메니아인들로 이뤄져 있다.

볼루트는 이 지역이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의 인종 청소 캠페인에 노출되었다”면서 “아르차흐를 무차별 폭격하는 동안, 아제르바이잔과 터키 등 침략자들은 시리아 지하디스트 세력과 손잡고 민간인을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우며, 아르메니아인들을 고문하고 참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3국간 휴전 협정에도 불구하고, 아제르바이잔은 침략을 멈추지 않았다.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아르메니아에 알리지도 않고 협상도 하지 않은 채 협정을 위반함으로써, 현재 라친(Lachin) 회랑을 따라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랑은 아르메니아와 나고르노카라바하를 잇는 유일한 연결로로,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에 속해 있다. 2020년 아르메니아 및 아르차흐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전쟁이 있은 뒤, 현재 이곳은 정전 협정을 중재했던 러시아가 관리하고 있다.

그는 아제르바이잔이 “8월 25일까지 라친 회랑을 따라 있는 베르조르와 아가브노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인에 대해 강제 추방을 명령했다”며 “이는 인종청소를 위한 또 다른 시도”라고 경고했다.

영국아르메니아국가위원회(Armenian National Committee of United Kingdom, ANC UK)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제르바이잔은 100명 이상의 아르메니아 전쟁 포로와 민간인 인질을 계속 억류하고 있다”며 “수백 명(203명)의 실종자들의 운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아르메니아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인 바흐람 셰마시안은 1915년 아르메니아 대학살 당시와 2020년 44일 전쟁과의 유사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터키는 아르메니아인을 처단하는 것을 돕기 위해 시리아로부터 아제르바이잔에 무기와 테러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이는 땅을 얻기 위해 국가를 인종 청소하려는 것”이라며 “아르메니아 문화와 그 밖의 사람들을 말살시키고자 과거에 자행하던 폭정과 동일한 저항이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터키의 침략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최초의 기독교 국가 중 하나이며 아르메니아고원의 토착민이다.

이들은 11세기부터 중앙아시아에서 온 투르크 부족의 침략 때문에 많은 학살을 당했다. 생존한 아르메니아인 중 다수는 이슬람으로 개종돼 강제로 동화됐다. 이로 인해 오늘날 터키 국경 안에 있는 아르메니아인들은 무슬림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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