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황무지에서>로 대상… 10월 1일 하동에서 시상식
원로소설가 백시종 작가가 제15회 이병주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백 작가는 작년 출간한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문예바다)>로 문학상 대상(大賞)을 차지했다.
백 작가는 “과분한 소식에 어색하면서도, 상이 주는 무게감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축하해 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 이병주 선생의 길을 따라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을 집필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94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백시종 작가는 스승 김동리 소설가의 본명인 ‘시종’을 필명으로 물려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6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가작, 《현대문학》 단편소설 초회 추천과 1967년 《대한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대표작으로 《돈황제》, 《대물》 《강치》, 《오주팔이 간다》, 《팽》, 《물 위의 나무》 등이 있으며, 한국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중앙대학문학상, 서포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회장, 동아일보문학회장, 한국소설가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백 작가는 ‘팽’, ‘돈황제’ 등 사회고발성 르포형 소설부터 ‘물 위의 나무’, ‘오옴하르 음악회’, ‘누란의 미녀’ 등 자연과 역사 속에서 화합정신과 세계의식을 도출해내는 등 작품 세계가 폭넓다.
특히 공간적 소재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중동과 베트남, 위구르 등 해외로까지 뻗어나간다는 점에서, 국제문학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신승민 문학평론가는 “백시종의 소설 미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바로 ‘구원’이다. 그는 소설을 투쟁의 무기인 동시에 상생의 열쇠로 삼는다”며 “번잡한 역사 현실의 질곡에서 사회 부조리를 간파, 침투해 들어가는 예리한 서사 작법은 이야기의 흐름과 재미를 살린다. 그러면서도 작중의 갈등을 방치하거나 파멸의 결말을 추구하지 않고, 자연과 역사의 엄정한 순리 앞에 겸손하게 ‘해원의 길’을 열어젖힌다는 점에서, ‘구도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판사 문예바다는 수상작 <황무지에서> 해설에서 “2020년 동리문학상, 2021년 세종문화상 예술 부문(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백시종 작가의 서른네 번째 장편소설”이라며 “백 작가는 김동리의 인간 구원과 김유정의 해학, 채만식의 서사성을 겸비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황무지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며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치른 이 반도의 민둥산에 생애를 바쳐 산림녹화 사업을 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엮어내는 시대의 아픔과 애환, 사랑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된다”고 전했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일부에서는 결코 들추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지만, 나는 과감하게 그것을 치켜들었다. 바로 숲 이야기”라며 “역사적으로 잔혹하고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 세계에 유례없는 황폐한 황무지로 변한 양평 땅, 아니 한반도 남쪽 지역 전체가 어떻게 그처럼 빠른 시일에 참으로 건강한 자연 숲을 이룰 수 있었는가, 전설 같은 성공담이 그것”이라고 고백했다.
전상기 문학평론가는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는 <황무지에서>의 서사적 스케일과 의지는 외세에 시달리고 내부적인 알력과 갈등, 분열에 고통받아야 했던 한국사에 대한 안타까운 반성과 서늘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며 “더불어 작가는 허구적 장치를 뚫고 현실 속에 육박해 들어오는 숭고한 사랑을 제시한다. 한 집안의 영욕과 고난에 찬 간난신고의 굽이치는 길 위에 웅숭깊고 뭉근한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라는 감동의 책 읽기로 흠뻑 젖게 하는 것이 백시종 <황무지에서>의 미덕”이라고 논했다.
이병주문학상은 <산하>, <지리산> 등 대하역사소설로 유명한 소설가 이병주(1921-1992)의 문학적 성취를 기념하고, 후배 작가들의 작품 집필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는 하동군과 이병주기념사업회 주최로 제15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 제8회 이병주문학연구상(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3회 이병주경남문인상(이기영 시인) 등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시상식은 10월 1일 경남 하동 이병주문학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