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독교인 신안군수의 ‘지역 위한 노력’에 ‘종교편향 프레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공협, ‘정부의 종교정책과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 발표회

천사섬 명칭도 종교편향? 개인 판단일 뿐
세계적 인물 김준곤 관광 활용, 축하할 일
문준경 전도사 순교 스토리? 매력적 소재

▲간담회 모습. ⓒ기공협

▲간담회 모습. ⓒ기공협

신안군 기독교 체험관 조성과 관련,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에서 ‘정부의 종교정책과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을 주제로 14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회의실에서 발표회 및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관광사업 일환으로 ‘기독교 체험관’ 건립 계획에 불교계에서 반대운동에 나서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행사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와 종교평화위원회, 영광 불갑사 주지 등은 지난 8월 2일 김대현 문체부 종무실 및 종무관들과 신안군을 방문해, 박우량 신안군수에게 군청의 관광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기공협 사무총장 김철영 목사는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에 대한 반론’을 통해 “불교계는 신안군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 ‘천사섬(1004)’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으면서,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 명칭과 예술공원 ‘작은 천사상’ 예술품 등을 종교편향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신안군의 ‘천사섬’ 명명은 섬 1,026곳 중 물이 차면 잠기는 섬들을 제외한 1,004개를 일컫는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천사(Angel)’라고 읽고 이해하는 것은 개인 판단이라 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영 목사는 “‘천사’라는 단어는 기독교 차원을 넘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사람을 ‘수호천사’라고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그러므로 신안군의 ‘천사섬’ 용어는 기독교 선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친절하고 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창의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천사섬’과 ‘천사상’을 기독교와 연관지어 ‘종교편향’으로 몰고 간 것은 옹졸하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신안군은 깨끗한 섬 이미지를 갖고 있다. 증도는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금연 섬으로 선포됐다. 증도행 선착장 입구에는 조형물과 담배물품 보관함을 운영해 건강·청정 섬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며 “증도는 2008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돼, 영화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와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섬”이라고 설명했다.

격려사를 전한 김상복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는 “인구가 5만에서 3만으로 줄어든 신안군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김준곤 목사 이야기를 관광문화 자원으로 사용한 결과, 1년에 5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와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며 “신안군수는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신안군을 살리려 노력하는 것일 뿐, 특정종교 편애 행정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도 김준곤 목사님 같은 세계적 인물을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하면 함께 축하하고 후원할 일이지, 비판하며 공격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발표회에서는 기공협 법률위원장 권순철 변호사(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우리나라 정부의 종교정책’, 황종환 박사(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가 ‘신안군의 관광문화사업과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에 대하여’, 주도홍 교수(총신대 초빙교수)가 ‘교회의 공공성을 키우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간담회 모습. ⓒ기공협

▲간담회 모습. ⓒ기공협

권순철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종교정책은 자유를 보장하되 정부의 개입을 자제하고, 각종 사회문화정책 일환으로 종교정책을 수립하는 체계”라며 “정부의 종교에 대한 지원·개입은 교육사업, 종교문화, 전통문화, 관광사업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나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2022년도 업무계획에는 별도의 종교정책 없이 문화정책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정부는 문체부 내에 ‘종무실’을 두고 종교문화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종무실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종교정책 현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종교별 신도수와 국고지원 규모를 비교하면, 종교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개신교는 신도 수 비율이 44.9%임에도 지원금 비율이 3.1%에 불과하고, 불교는 신도 수 비율이 35.3%에 지원금 비율이 무려 68.6%”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65% 이상이 불교 문화재이므로 유지·관리 예산이 불교에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전통종교 문화유산 보존 예산과 함께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도 있는 만큼, 현재 종교 현황도 감안해야 한다”며 “2022년 ‘종교문화 시설건립’ 예산을 봐도 불교는 6건 39억 원으로 액수 대비 43%이지만, 기독교는 4건에 21%, 천주교는 5건에 32%였다. 2021년에는 불교 47억 원, 기독교 9억 4천만 원이었다”고 비교했다.

이어 황종환 박사는 “세계적으로 관광여행의 시발은 성지순례(pilgrimage)라는 데 이론이 없다”며 “이러한 종교계에서 가장 성공적·대표적 관광문화 상품이 바로 불교계가 2001년부터 본격 시작한 템플스테이(Temple stay)로, 일종의 사찰체험 관광문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황종환 박사는 “템플스테이는 국내외 불교신자는 물론, 치유나 힐링을 원하는 일반인들과 한국 정서를 경험하려는 외국인들 참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이를 운영중인 국내 사찰은 150여 곳에 이른다”며 “이를 보면서, 그 많고 오랜 문화적 유산을 가진 한국 불교계는 왜 여지껏 일본의 쿠카이 대사(774-835) 발자취를 따라 40여 일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길이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같은 세계적인 순례길을 만들지 못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황 박사는 “신안군은 실제 존재하는 1,004여 곳의 섬을 ‘천사섬’으로 명명했는데, 이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일반적 브랜드네이밍 결과”라며 “여기서 ‘천사(天使)’가 연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기독교를 연상 및 조장시킨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편파적 독선이자 비논리적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안군 기점, 소악도는 순례자의 섬 ‘섬티아고’로 불리는데,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명칭을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는 그곳에 열두 사도 이름을 딴 12곳의 작은 예배당을 종교편향의 징표라고 주장한다”며 “SNS에서 볼 수 있듯, 12곳의 작은 예배당은 말 그대로 일반 예배를 위한 건축물(종교시설)이라기보다 ‘섬티아고’를 이루는 단순한 관광문화 조형물”이라고 반박했다.

또 “신안군 증도는 6.25 당시 주민들을 돕다 순교한 문준경 전도사가 묻힌 역사적인 성지다. 관광문화상품 발굴에 있어 가장 매력 있는 소재는 이처럼 역사적 스토리가 있는 성지 발굴”이라며 “이는 신안군에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더욱이 순례 관광객 입장에서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가 바탕이 된 선교기념관 등의 개발·조성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신안군 임자도 ‘성총스님 불교경전기념관’ 건립은 불교계로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보이나,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재와 이를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개발하는 관광문화사업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이 부분은 신안군과 군민들의 사업적 판단에 맡겨야지, 이러한 종교적·역사적 유산의 단순 존재만으로 관광문화사업 불채택을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월권이며 잘못된 주장”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신안군과 같이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환경 속에서 국제적 관광문화도시로 발돋움하려 애쓰는 지자체를 격려하고 싶다”며 “국내 도입 200년도 안 되는 기독교 문화의 관광문화 사업화를 격려하고 지켜주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유구한 불교 발전이나 불교계가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영역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대승적 판단을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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