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Q ‘현대 성혁명’ 분석 위해, 데카르트 알아야 하는 이유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백금산 목사, 평생아카데미 ‘현대 문화와 성혁명’ 첫 강의

과거 성윤리로 용납 안 되던 일들 합법화 추구하는 세상
칼 트루먼 중요 논지, ‘성혁명은 현대적 자아 발현’ 주장
데카르트 이후 철학 주제가 인간 바깥에서 자아로 전환

▲강의하고 있는 백금산 목사. ⓒ크투 DB
▲강의하고 있는 백금산 목사. ⓒ크투 DB

평생아카데미(대표 백금산 목사) 2022년 2학기 온라인 강좌 ‘현대 문화와 성혁명’ 첫 강의가 공개됐다.

‘현대 문화와 성 혁명’ 온라인 강좌는 지난 9월 19일부터 매주 월요일 총 10회 대표 백금산 목사가 직접 강의한다.

강사인 백금산 목사는 최근 부흥과개혁사에서 발간된 칼 트루먼(Carl R. Trueman) 교수의 <신좌파의 성혁명과 성정치화>와 이를 알기 쉽게 풀어낸 <이상한 신세계> 등 2권의 책을 교과서 삼아 우리 시대 성혁명의 기원과 역사를 고찰하고, 작금의 성혁명이 초래한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억압 위기를 진단해, 교회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풀어내고 있다.

성혁명의 사상적 배경을 살피는 이날 첫 강좌는 ‘데카르트와 루소,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이성적-감정적 인간’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첫 강의답게, 교재부터 소개했다. 그는 “2년 전 나온 <신좌파의 성혁명과 성정치화>가 얼마나 잘 쓰였는지, 지난 50년 간 개신교인들이 쓴 책 가운데 현대 문화에 대해 가장 잘 분석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그런데 책이 좀 두껍고 다소 어렵다 보니,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올해 전작을 아주 잘 압축하면서도 구성 자체를 바꾸고 필요한 부분들은 보충하는 방식으로 <이상한 신세계>를 새롭게 펴냈다”고 전했다.

백금산 목사는 “두 권의 책이 다루는 기본적 주제는 ‘현대적 자아’이다. 원 제목도 ‘현대적 자아의 발흥과 승리(The Rise and Triumph of the Modern Self: Cultural Amnesia, Expressive Individualism, and the Road to Sexual Revolution)’일 정도”라며 “그 핵심 내용은 현대적 자아가 언제부터 생겨서 어떻게 변화해 왔고, 오늘날 얼마나 광범위하게 시대적 풍조가 돼 있는가에 있다. ‘현대적 자아’라는 말이 낯설다면, ‘현대인, 현대적 인간’이라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 목사는 “이 현대 문화를 분석해 보니,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혁명(Sexual Revolution)’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LGBTQ가 바로 그것”이라며 “LGBTQ로 대변되는 세상은 그야말로 책 제목처럼 ‘이상한 신세계(Strange New World)’이다. 1960년대 이전에는 동성애가 대부분 나라에서 불법이었고, 자칫 감옥에 갈 수도 있어 몰래 하곤 했다. 그런데 1960년대 이후 뒤집어져, 동성애는 물론이고 일부 국가들에서는 동성결혼도 합법화됐다. 이는 놀라운 변화 정도가 아니라, 성윤리에 관한 한 세상이 뒤집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여기에 ‘타고난 성(性)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트랜스젠더, 그리고 온갖 종류의 예전 기준으로 비정상적인 성소수자들이 단순히 ‘우리 행동을 용납해 달라’가 아니라 입법을 통해 자기들의 행동을 정상적·전통적으로 1남 1녀가 결혼하는 이성애와 동등하게 취급해 달라고 하고, 자기들을 받아주지 않는 것을 잘못됐다고 주장한다”며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성윤리 중 선하다 한 것은 악하다고 하고 악하다 한 것은 선하다고 하는, 완전히 뒤집히고 거꾸로 된 세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를 한 마디로 ‘성혁명’이나 ‘성정치화’로 표현하거나 LGBTQ, 즉 레즈비언(Lesbian)·게이(Gay)·바이섹슈얼(Bisexual, 양성애자)·트랜스젠더(Transgender)·퀴어(Queer) 등으로 이른다. 과거의 성윤리로 용납 안 되던 일들이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아니라 합법화를 추구하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라며 “저자의 가장 중요한 논지는 이 ‘성혁명’이 바로 현대적 자아의 발현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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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트루먼의 <신좌파의 성혁명과 성정치화>, <이상한 신세계>.

저자 칼 트루먼은 그 원인을 크게 지적·사상적 면과 나머지 모든 면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책에서는 지적·사상적 원인을 주로 분석하고 있다. 백 목사는 “이러한 분석 자체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백금산 목사는 “기존에는 성혁명의 기원이나 사상적 원인을 주로 68혁명과 신좌파로 추정했고, 조금 더 올라가 1920-1930년대 시작된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찾았다”며 “그런데 트루먼은 더 올라가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생겨나게 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그리고 19세기 새로운 인간 본성을 주장한 니체와 18세기 장 루소로까지 올라간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루소와 낭만주의로부터 오늘날 성혁명이 시작됐다고 보고, 그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덧붙여 근대가 시작된 데카르트까지 올라간다”고 전했다.

백 목사는 “이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로 오늘날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아주 심각한 침해를 받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좀 크게 말하면 서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를 기본 가치로 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표현과 언론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이다. 이것들이 침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자아’이다. 자아는 ‘나’를 가리키는데, 다른 사람과 구별된 정도가 아니라 ‘내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자아관에 대해”라며 “바로 내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무엇인가? 내 인생의 행복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 자신의 자아를 형성한다. 그런데 이 자아관은 고대·중세·근대 등 시대별로 계속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정치적 인간, 중세 서구인들은 종교적 인간, 근대 산업혁명 이후는 경제적 인간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 현대인들 역시 ‘현대적 자아관’을 갖고 있는데, 칼 트루먼에 의하면 그것은 바로 ‘심리적 인간’이다. 심리적 인간이란, 내면의 심리적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감정이 상하면 모든 것이 다 잘못됐고, 기분이 좋으면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는 것이 된다.

행복의 기준 자체를 과거처럼 사회참여나 정치활동, 신앙생활과 경제적 부(富)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면 감정에 둔다는 것. 책에서는 이를 ‘표현적 개인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현대적 자아는 이러한 심리적 인간이고, 표현적 개인주의를 기초로 한다. 그리고 그것의 가장 두드러진 표현이 바로 성혁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인들이 신좌파나 마르크스·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시대 풍조가 그렇다는 것이다. 세계관이 우리 행동과 생각의 가장 기본이듯, 오늘날 문화 속에 다 스며든 것”이라며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사회적 상상’이다. 이런 사상적 배경을 좀 더 넓고 깊게 안다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거나 가르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평생아카데미 백금산 목사 강의 모습. ⓒ크투 DB
▲과거 평생아카데미 백금산 목사 강의 모습. ⓒ크투 DB

이후에는 칼 트루먼 교수에 의하면 ‘성혁명의 가장 먼 뿌리’라 할 수 있는 데카르트와 계몽주의, 루소와 낭만주의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폈다.

백금산 목사는 “철학과 사상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첫 번째는 바로 이 세상에 대해, 존재에 대해, 인간 바깥에 있는 이 세상의 본질에 대한 것(형이상학)이다. 두 번째는 이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지식과 인식의 문제”라며 “세 번째는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하는 윤리의 문제, 인간 본성의 문제, 윤리학의 문제이다. 네 번째는 공동체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와 경제의 문제다. 이를 종합해 ‘가치 철학’이라 하고,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전제했다.

백 목사는 “데카르트 이전 중세 사회는 존재론이 우리 의식 바깥에 있다는 게 실재론이었고, 눈에 보이는 자연과 우주 외에 하나님 나라, 천국이 있다는 초자연주의적인 실재관을 가졌다”며 “근대로 넘어오면 인간 바깥 세상이 있지만, 초자연적 세상은 없다고 한다. 하나님과 사탄, 천국과 지옥 같은 건 믿지 않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이 세상밖에 없다는 자연주의적인 실재관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인식론에 있어서도 중세에는 하나님 말씀과 계시에 대한 믿음 또는 신비적 체험을 통해 뭔가를 알고자 했다. 그러나 근대에 오면 경험과 이성을 통해 바깥 세상을 알고자 했다”며 “인간 본성에 대한 것도 중세 때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갖고 태어났지만, 근대에서는 원죄를 부인하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선하고 자율성을 가진 존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윤리 문제에서도 중세 때는 집단주의이지만 기독교적 가치관 때문에 이타주의적이었다. 그러나 근대에는 모든 것이 개인주의다.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개인의 이성을 따르는 판단에 따라서 도덕의 근거를 찾는다. 그런데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은 개인주의를 반대하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평등을 추구하는 집단주의”라며 “정치·경제적으로는 중세 봉건주의, 근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당히 사회주의적”이라고 열거했다.

백금산 목사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전환점이 되는 한 인물이 마로 데카르트였다. <방법서설>과 <성찰>, <철학의 원리> 등을 쓴 데카르트 이후 새로운 사상의 흐름이 시작됐기에, 그를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부른다”며 “객관적으로 확실한 진리는 알 수 없다는 당대의 회의주의를 놓고, 데카르트는 객관적으로 확실히 알 수 있는 궁극적 진리를 찾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백 목사는 “데카르트는 이러한 물음을 갖고 회의(懷疑)를 시작했다.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한 번씩 회의해본 것이다. 궁극적이고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 본 것”이라며 “감각적으로 아는 것도, 꿈도, 하여튼 모든 것들을 의심해 보니, 지금 의심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발견한 제1철학이 그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였다. 이 명제가 바로 근대 철학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니, 생각하고 있는 ‘나’는 객관적 세계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주체와 객체가 나눠진 것으로, 이를 ‘주체의 발견, 의식의 발견, 자아의 발견, 개인의 발견’이라고도 한다”며 “주체와 객체 간의 확실한 분리, 이원론이 데카르트에게서 나왔다. 이를 통해 철학의 주제가 인간 바깥의 세상에서 인간의 자아로 전환됐다. 이를 ‘인식론적 전환’이라 부른다”고 했다.

▲책의 저자 칼 트루먼(Carl R. Trueman). ⓒETS 홈페이지
▲책의 저자 칼 트루먼(Carl R. Trueman). ⓒETS 홈페이지

백금산 목사는 “중세 철학에서 바깥 세상, 객체가 연구 대상이었다면, 데카르트부터 이후 근대 철학은 주체가 연구 대상이 됐다. 이렇게 철학사의 패러다임이 변화해 왔다. 데카르트가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 것”이라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자아라는 주체가 바깥의 객체를 인식하려 할 때 언어로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도, 생각에 대한 표현도 언어로 하게 되니, 언어에 관심이 집중되고 매체가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백 목사는 “칼 트루먼이 ‘현대적 자아’를 설명할 때 데카르트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현대적 자아의 핵심이 심리적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심리적 문제 중에서도 성문제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심리 중심의 자아가 강조된 것이 데카르트 때부터였기에, <이상한 신세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데카르트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근대 철학은 데카르트뿐 아니라 베이컨부터 시작된 경험주의도 중요하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와 베이컨의 경험주의는 둘 다 인식론의 문제였다. 내가 뭔가를 안다고 할 때, 그 지식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데카르트는 지식의 근거를 자신의 이성, 자아에서 찾았고, 베이컨은 경험에서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경험주의란 흔히 말하는 귀납법을 중심으로 지식을 추구하고, 그 다음에 합리주의란 연역법을 통해 지식을 추적한다”며 “합리주의는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등이 비판적으로 발전시키고, 경험주의는 흄과 버클리 등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몽주의는 이 두 가지를 종합한 사조”라고 다음 강의를 예고했다.

평생아카데미는 평생 공부하는 목회자와 평생 공부하는 성도들을 위한 평생 성경학교이자 평생 신학교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가 더욱 충만한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성경의 맥 △기독교 강요 △개혁파 조직신학 서론 △기독교 정치학 △신학공부법 △교양학문 공부법 △권별 성경공부: 창세기, 다니엘, 요한계시록 등의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다음은 ‘현대 문화와 성혁명’ 이후 강의들(문의: https://rnrministry.org).

2강. 사상적 배경 2: 다윈과 진화적-생물학적 인간 (9월 26일)
3강. 사상적 배경 3: 마르크스와 정치적-경제적 인간 (10월 17일)
4강. 사상적 배경 4: 니체와 초인적-예술적 인간 (10월 24일)
5강. 사상적 배경 5: 프로이트와 심리적-성적 인간 (10월 31일)
6강. 사상적 배경 6: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결합한 신좌파와 정치적-성적 인간 (11월 7일)
7강. 사회적, 문화적 배경: 과학기술과 전통적 가정, 교회, 국가 권위의 상실 (11월 14일)
8강. 현대 성혁명의 증상: 문화의 외설화와 LGBTQ+ 연합운동 (11월 21일)
9강. 현대 성혁명의 결과: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종교와 표현의 자유 제한 (11월 28일)
10강. 현대 성혁명에 대한 교회의 대응: 공동체성, 교리, 예배, 윤리의 회복과 강화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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